동축스피커와 풀레인지 스피커…
동축 스피커는 왜 특별한가
풀레인지와 무엇이 다른지부터, 일반 2웨이보다 위상과 정위감에 유리한 이유, 그리고 탄노이 Dual Concentric과 거대한 Westminster Royal의 혼 인클로저가 무엇을 하는지까지 한 번에 이해해 보자.
오디오를 보다 보면 이상한 장면을 만난다. 최신 고급 스피커들은 트위터, 미드레인지, 우퍼를 여러 개 늘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전설적인 스피커들은 거대한 인클로저 한가운데에 유닛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탄노이의 대형 Dual Concentric 계열이다.
겉으로만 보면 “유닛 하나니까 풀레인지인가?” 싶지만 아니다. 풀레인지와 동축은 출발점부터 다른 방식이다. 그리고 동축의 핵심은 단순히 유닛을 예쁘게 겹쳐 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음역의 음향 중심(acoustic center)을 가능한 한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1. 풀레인지 스피커란?
풀레인지(full-range) 드라이버는 말 그대로 하나의 진동판과 하나의 구동계가 가능한 넓은 음역을 담당한다. 저음용 우퍼와 고음용 트위터를 전기적으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드라이버가 저음부터 중음, 고음까지 이어서 재생한다.
풀레인지의 가장 큰 장점은 크로스오버가 없거나 매우 단순하다는 데 있다. 하나의 진동판에서 소리가 나오므로 음원이 한 점에서 나온다는 일관성은 매우 뛰어나다. 보컬이나 소편성 음악에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한 장의 진동판이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동시에 약점이다. 깊은 저음을 내기 위해서는 크고 많이 움직이는 진동판이 유리한 반면, 높은 고음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기 위해서는 작고 가벼운 진동판이 유리하다. 하나의 진동판에 서로 모순되는 요구가 걸린다. 그래서 풀레인지는 구조적으로 아름답지만, 대역폭·최대음압·초고역과 극저역의 확장성에서 타협이 생기기 쉽다.
2. 동축 스피커는 무엇이 다른가?
동축은 풀레인지의 “한 점에서 소리가 나오는 장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멀티웨이의 “각 음역을 전문 드라이버에게 맡기는 장점”을 얻으려는 발상이다.
일반 2웨이
트위터와 우퍼가 각각 다른 위치에 있다. 각 드라이버가 자기 음역을 담당하지만, 소리가 출발하는 공간적 위치도 서로 다르다.
동축 2웨이
우퍼 또는 미드우퍼의 중심에 고역 드라이버를 배치한다. 서로 다른 드라이버를 쓰면서도 출발점을 최대한 하나로 겹친다.
3. “트위터와 우퍼는 담당 주파수가 다른데 왜 위상 문제가 생기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오해가 하나 풀린다. 2웨이 스피커에서 우퍼와 트위터의 담당 주파수는 다르지만, 크로스오버 주파수에서 칼로 자르듯 교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크로스오버가 2.5kHz라면 우퍼는 그 위에서 서서히 감쇠하고, 트위터는 그 아래에서 서서히 감쇠한다. 따라서 2~3kHz 부근에는 두 드라이버가 동시에 상당한 음압을 내는 중첩 영역이 생긴다.
바로 이 중첩 구간에서 “같은 주파수의 소리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동시에 나온다”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두 소리가 귀까지 오는 거리가 조금만 달라도 도착 시간과 위상 관계가 달라진다.
4. 왜 동축은 위상과 정위감에 유리한가?
4-1. 일반 2웨이는 듣는 위치가 바뀌면 경로 차이가 생긴다
4-2. 동축은 두 경로를 거의 같은 경로로 만든다
4-3. 이것이 정위감으로 이어지는 과정
스테레오에서 가운데 보컬은 실제 중앙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좌우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시간차와 음압차를 뇌가 해석해 중앙에 팬텀 이미지를 만든다.
그래서 잘 설계된 동축 스피커를 들었을 때 “소리가 스피커에 붙어 있지 않고 허공에 사람이 서 있는 것 같다”, “보컬 입의 위치가 딱 맺힌다”, “악기 사이의 공간이 또렷하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5. 그렇다면 동축은 ‘현존 최고의 방식’인가?
여기서는 조금 냉정해야 한다. 동축이 객관적으로 모든 스피커 방식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대의 일반 멀티웨이도 웨이브가이드, 정교한 크로스오버, DSP 지연 보정, 유닛 배치 최적화를 통해 매우 뛰어난 위상 특성과 정위감을 구현한다.
그럼에도 동축이 70년 넘게 계속 사랑받고, 고급 스튜디오 모니터와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여러 음역의 소리를 공간적으로 하나의 음원에 가깝게 만드는 문제를 기계적인 구조 자체로 해결하려는 매우 정공법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다.
동축이 가진 구조적 장점
점음원에 가까운 방사, 대칭적인 지향성, 넓은 스위트 스폿, 크로스오버 영역의 공간적 간섭 감소, 일관된 음상 형성에 유리하다.
동축도 공짜는 아니다
우퍼 콘이 고역 웨이브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생기는 회절, 움직이는 콘에 의한 고역 방사 변화, 복잡한 드라이버 설계 등 동축만의 난점도 있다.
6. 탄노이 Dual Concentric — 단순한 ‘우퍼 속 트위터’가 아니다
탄노이의 Dual Concentric을 이해할 때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점이 있다. 겉에서 보면 15인치 콘 한가운데에 작은 트위터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구조는 훨씬 복잡하다. 저·중역을 담당하는 15인치 콘과, 그 뒤쪽 중심에 자리한 별도의 고역 압축 드라이버(compression driver)가 하나의 축을 공유하는 2웨이 드라이버다.
6-1. 가운데 작은 부분은 일반적인 돔 트위터가 아니다
일반적인 2웨이 스피커에서는 돔 트위터가 배플 위에 독립적으로 붙어 있다. 반면 이 Dual Concentric에서는 고역용 압축 드라이버가 15인치 콘의 뒤쪽, 정확히 중심축에 배치된다. 고역 에너지는 phase-compensating device를 거쳐 중앙의 acoustic horn으로 전달된다. 공식 기술 설명도 이 고역부를 compression unit + acoustic horn 구조로 설명한다.
15인치 Dual Concentric 전체가 하나의 단순한 혼 드라이버인 것은 아니다. 저·중역은 큰 콘이 담당하고, 그 콘의 중심에 들어 있는 고역부가 압축 드라이버와 혼을 사용하는 구조다.
6-2. 왜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만드는가?
목적은 고음과 저·중음의 출발점을 가능한 한 같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반 2웨이에서는 트위터와 우퍼가 위아래로 떨어져 있지만 Dual Concentric에서는 HF와 LF/MF의 축이 겹친다. 여기에 크로스오버와 기계적 구조를 함께 설계하여 사람의 귀가 방향과 위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대역에서 두 음원을 하나의 coincident source처럼 행동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탄노이 특유의 정위감은 단순히 ‘트위터가 가운데 있으니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동축 배치 + 고역 혼/웨이브가이드 + 크로스오버의 시간·위상 설계가 함께 작동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7. Westminster Royal — ‘작은 혼을 품은 동축’ 뒤에 다시 거대한 혼이 있다
웨스트민스터 로얄을 실제로 보면 거대한 인클로저에 비해 가운데 15인치 유닛 하나가 오히려 왜소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하나가 이미 15인치 저·중역 콘 + 고역 압축 드라이버 + 고역 혼을 품은 Dual Concentric이다. 그리고 그 드라이버의 앞뒤에 캐비닛 자체가 만드는 또 하나의 거대한 compound horn이 연결된다.
세부 수치는 Westminster Royal 세대(SE·GR)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다. 혼의 기본 작동 원리는 Tannoy의 Westminster Royal SE/GR 기술 설명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7-1. 사진을 보면 ‘미로’의 정체가 훨씬 잘 보인다
Tannoy의 기술 문서는 이 구조를 명확하게 compound horn이라고 부른다. 저역 콘의 한쪽 면은 straight-axis front horn에, 반대쪽 면은 long folded rear horn에 결합된다. SE 기술 문서에서는 이 두 혼을 만들기 위해 30개의 패널로 이루어진 견고한 내부 구조를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7-2. 그러면 ‘혼 안에 혼’이라고 이해해도 될까?
개념을 잡기 위한 표현으로는 꽤 적절하다. 다만 두 혼은 담당하는 일이 다르다.
Dual Concentric 내부의 작은 혼
고역용. 압축 드라이버의 고주파 에너지를 중앙 throat와 혼을 통해 전방으로 방사한다. 동축 구조의 핵심인 고역 방사계를 만든다.
Westminster 캐비닛의 거대한 혼
주로 저역용. 15인치 콘의 앞뒤에 음향 부하를 걸고, 특히 뒤쪽 에너지는 긴 folded horn을 통해 방으로 전달한다.
7-3. 거대한 혼은 저음을 ‘증폭’하는 장치인가?
청감상으로는 저음이 더 크고 힘 있게 느껴지므로 ‘증폭한다’고 말하기 쉽지만, 혼이 앰프처럼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진동판과 공기 사이의 결합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Tannoy도 혼이 진동판에 걸리는 air loading을 높여, 같은 진동판 에너지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청취 공간의 공기로 전달한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같은 음압을 목표로 한다면 혼 로딩된 진동판은 직접 방사형보다 왕복 운동량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큰 진폭에서 생기는 왜곡을 줄이고, 순간적인 어택과 다이내믹스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대형 혼 스피커에서 흔히 말하는 ‘힘들이지 않고 툭 튀어나오는 소리’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7-4. 긴 경로를 일부러 만들어 홀의 잔향이나 배음을 만드는 것일까?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folded horn은 소리를 일부러 늦추거나 인위적인 위상차를 만들어 홀 효과를 추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저음은 파장이 매우 길기 때문에 낮은 주파수까지 효과적으로 로딩하려면 혼 역시 길고 커져야 한다. 그 긴 혼을 거실에 놓을 수 있는 크기로 만들기 위해 접어서(folded) 캐비닛 안에 넣은 것이다.
물론 현실의 혼에는 경로 길이, 굴곡, 공진과 시간 지연이 존재하고 이것들이 음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효과를 넣기 위한 기능’이라기보다 설계자가 제어해야 할 물리적 특성이다.
7-5. 후면 혼을 향해 별도의 소리를 ‘쏘는’ 것일까?
아니다. 후면 혼 전용 스피커가 따로 있거나, 전자적으로 별도의 저음 신호를 만들어 혼 터널을 향해 발사하는 구조가 아니다. 15인치 Dual Concentric의 저·중역 콘이 앞뒤로 왕복 운동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콘 뒷면의 음압을 후면 챔버와 folded horn이 받아서 이용한다.
콘이 앞으로 움직여 앞쪽 공기를 밀면 콘 뒤쪽에는 반대 방향의 압력 변화가 생기고, 콘이 뒤로 움직이면 그 관계가 뒤집힌다. 따라서 콘의 앞면과 뒷면에서 발생하는 음압은 기본적으로 반대 위상이다. Westminster는 이 뒷면 에너지를 단순히 버리지 않고 저역 재생에 사용한다.
밀폐형
콘 뒷면 에너지를 캐비닛 안에 가두고 흡음재와 내부 손실로 대부분 제어한다.
Westminster의 rear horn
콘 뒷면의 저주파 에너지를 후면 챔버와 긴 혼 경로에 결합해 유용한 저역 방사 에너지로 활용한다.
7-6. 그렇다면 긴 혼을 돌아 나온 저음이 전면음을 상쇄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맞다. 바로 그 가능성이 rear horn 설계가 어려운 이유다. 콘의 앞면과 뒷면은 기본적으로 반대 위상이고, 후면 음압은 전면음보다 훨씬 긴 음향 경로를 지나온다. 따라서 단순히 뒤쪽 소리를 긴 파이프로 끌고 나와 전면음과 섞는다면 어떤 주파수에서는 보강되고, 다른 주파수에서는 상쇄될 수 있다.
7-7. 어떻게 전면음을 죽이지 않고 저음에 힘을 보태게 만들까?
답은 후면 혼을 모든 주파수에서 똑같이 작동시키지 않는 것이다. 혼은 단순한 빈 통이 아니라 주파수에 따라 전혀 다른 음향 임피던스를 보이는 주파수 선택적인 수동 음향 회로다. 드라이버의 기계적 특성, 후면 챔버의 공기 스프링, throat 면적, 혼 길이와 확장률, mouth 면적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룬다.
이 때문에 rear horn에서 나오는 소리는 원래 콘 뒷면의 전대역 소리를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다. 특히 낮은 주파수 영역에서 혼 로딩 효과가 커지고, 높은 주파수 쪽은 상대적으로 억제·감쇠되도록 음향 구조가 결정된다. 높은 주파수까지 긴 경로를 적극적으로 통과시켜 전면음과 섞으면 작은 거리 차이에도 위상 변화가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전자식 크로스오버처럼 전선을 통해 신호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캐비닛의 공기 용적과 길이·단면적을 이용해 주파수별 음향 부하, 출력 크기, 위상 관계를 만들어낸다.
7-8. 왜 저역에서는 긴 경로 차이를 비교적 다루기 쉬운가?
핵심은 저음의 파장이 매우 길다는 점이다. 음속을 약 343m/s로 보면 50Hz의 파장은 약 6.9m, 40Hz는 약 8.6m, 30Hz는 약 11.4m다. 따라서 같은 1m의 경로 차이라도 주파수에 따라 위상 변화가 크게 달라진다.
40Hz
파장 약 8.6m. 1m 경로 차이는 약 42°의 위상 이동에 해당한다.
300Hz
파장 약 1.14m. 같은 1m 경로 차이는 거의 한 파장에 가까운 큰 위상 변화를 만든다.
그래서 긴 folded horn을 높은 주파수까지 그대로 방사시키는 것은 훨씬 까다롭다. 웨스트민스터의 rear horn이 낮은 주파수 쪽에서 주된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는 이유 중 하나다. 완벽하게 모든 주파수에서 전면음과 0°로 맞추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rear horn이 유효하게 일하는 저역 범위에서 전체 시스템 응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7-9. 그럼 방의 벽과 거리는 상관없을까? — 아니다
스피커 자체에서 전면 혼과 rear horn을 잘 결합해 놓았더라도, 소리가 방으로 나온 순간부터는 룸 어쿠스틱이 개입한다. 직접음과 앞벽·뒷벽·옆벽·바닥·천장의 반사음이 합쳐지므로 특정 저음은 보강되고 다른 저음은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같은 Westminster Royal이라도 방에 따라 40Hz가 크게 부풀 수도 있고, 50Hz 근처가 꺼질 수도 있으며, 70Hz가 웅웅거릴 수도 있다. 그래서 대형 혼 스피커는 스피커 자체의 설계 못지않게 설치 위치와 청취 거리가 중요하다. 수십 cm의 이동만으로도 저역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
7-10. 재미있는 사실 — 드라이버는 2웨이인데 전체 시스템은 3웨이처럼 동작한다
Westminster Royal의 기술 설명에서 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Dual Concentric 드라이버 자체는 저·중역 콘 + 고역 압축 드라이버의 2웨이다. 그런데 캐비닛의 음향 메커니즘까지 포함하면 저역에서 rear horn이 별도의 역할을 하므로 전체 시스템은 마치 3웨이처럼 행동한다고 설명한다.
SE 매뉴얼의 음향 모델에서는 약 300Hz 부근에서 전면 혼과 후면 혼의 방사가 겹치고, 더 낮은 영역에서는 rear horn의 역할이 커지는 것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300Hz 부근은 전기식 네트워크가 하나 더 있다는 뜻이 아니라, 캐비닛 자체가 만들어내는 음향적 역할 분담을 뜻한다.
7-11. 컴퓨터도 없던 시대에 이런 복잡한 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여기까지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하나 생긴다. 오늘날이라면 CAD와 음향 시뮬레이션으로 혼 내부의 압력 분포, 위상, 시간 지연, 공진을 미리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탄노이의 Dual Concentric은 1947년에 등장했다. 지금과 같은 컴퓨터 해석 환경이 없던 시대다.
그렇다고 당시 설계자들이 오직 귀와 감각만으로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은 아니다. 혼의 길이와 단면적 변화, throat와 mouth의 면적, 음향 임피던스 같은 혼 음향의 기본 이론과 수학은 이미 존재했고, 주파수 응답·음압·임피던스 같은 물리량도 계측할 수 있었다. 차이는 오늘날처럼 복잡한 캐비닛 전체를 컴퓨터 안에서 빠르게 반복 계산하기 어려웠다는 데 있다.
오늘날의 개발
CAD 설계 → 컴퓨터 시뮬레이션 → 압력·위상·공진 확인 → 치수 수정 → 다시 시뮬레이션 → 최종 시제품 제작
당시의 개발
음향이론으로 계산 → 목재 시제품 제작 → 실제 측정 → 음악 청취 → 격벽·챔버·혼 치수 수정 → 다시 제작·측정·청취
특히 Westminster처럼 복잡한 compound horn에서는 계산만으로 모든 현상을 완벽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특정 저음이 지나치게 오래 남는지, 중저역과 전면음의 연결이 자연스러운지, 큰 음량에서 혼 특유의 컬러레이션이 나타나는지 등을 실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측정하고 들어보면서 확인해야 했다. 필요하면 후면 챔버의 용적을 바꾸고, 내부 격벽 위치를 옮기고, throat와 mouth 면적이나 혼의 길이·확장률을 수정한 뒤 다시 확인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숙련된 엔지니어의 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계측기는 특정 주파수의 상승과 하강을 숫자로 보여줄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음악에서 콘트라베이스가 부풀어 들리는지, 첼로의 몸통이 자연스러운지, 킥드럼의 어택 뒤에 저음이 늦게 따라붙는지까지 판단하는 마지막 단계에는 결국 청취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래된 명기를 단순히 ‘옛날 기술’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Dual Concentric이라는 기본 철학은 수십 년에 걸쳐 소재와 드라이버, 혼, 캐비닛 설계가 계속 다듬어져 왔다. 오늘날 컴퓨터가 수많은 설계안을 가상공간에서 빠르게 시험한다면, 과거의 엔지니어들은 계산하고 → 만들고 → 측정하고 → 들어보고 → 다시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경험을 축적했다.
저 수많은 격벽과 굴곡은 단순히 기괴한 모양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학적 음향이론과 계측, 그리고 여러 세대에 걸친 실제 제작·청취 경험이 축적되어 굳어진 결과물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수십 년의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목재 구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스피커인 셈이다.
7-12. 결국 저 거대한 장롱 전체가 스피커의 일부다
이제 웨스트민스터를 다시 보면 가운데 유닛 하나만 보이지 않는다. 15인치 Dual Concentric이 고음부터 중저음까지 하나의 음향 중심을 만들고, 그 뒤의 수많은 목재 패널과 통로가 저역에서 거대한 혼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웨스트민스터의 거대한 인클로저는 단순한 외장 가구가 아니다. 드라이버의 앞면과 뒷면에 서로 다른 음향 부하를 걸고, 콘 뒷면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저역 에너지를 긴 음향 경로를 통해 다시 활용하며, 위상·부하·공진을 함께 통제하는 거대한 수동 음향회로다. 바로 이것이 일반적인 ‘큰 통에 15인치 우퍼 하나를 넣은 스피커’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8.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그래서 동축 스피커를 이해하고 나면 웨스트민스터 로얄의 외형도 다르게 보인다. 거대한 장롱 안에 15인치 유닛 하나가 외롭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15인치 안에는 고역 압축 드라이버와 혼이 숨어 있고, 그 뒤에는 다시 거대한 folded horn이 이어진다. 드라이버와 캐비닛 전체가 하나의 음향 시스템으로 동작하는 것이다.
8-1.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훨씬 싸게 ‘더 정확한 소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Westminster Royal의 구조와 개발 역사를 이해하고 나면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오늘날에는 음향학도, 소재공학도, 앰프도, 컴퓨터도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그렇다면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나 브랜드의 역사 같은 요소를 완전히 제외하고 오직 객관적인 음향 성능만 본다면, Westminster가 구현하려 했던 수준의 소리를 훨씬 저렴한 현대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다만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구분이 있다. Westminster의 소리를 똑같이 복제하는 것과 측정 가능한 음향 성능에서 동등하거나 더 뛰어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후자는 오늘날 상당히 현실적인 목표지만, 전자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8-2. 현대 기술은 문제를 푸는 방법 자체를 바꾸었다
Westminster가 계보를 형성하던 시대에는 낮은 저음을 큰 음압과 높은 효율로 재생하려면 기본적으로 물리적인 구조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큰 진동판, 높은 감도의 드라이버, 후면 챔버, 긴 folded horn과 넓은 mouth를 이용해 공기와 드라이버 사이의 음향 임피던스를 맞추는 방식이다.
Westminster식 해결
15인치 고효율 드라이버 → 후면 챔버 → 긴 folded horn → 음향 임피던스 정합 → 높은 효율·큰 음압·저역
현대식 해결
고출력 Class-D 앰프 + 장행정 우퍼 여러 개 + DSP 크로스오버 + 시간 정렬 + FIR/IIR 필터 + 다중 서브우퍼 + 룸 측정·보정
즉 과거에는 나무와 공기의 물리적인 구조로 해결했던 상당 부분을 오늘날에는 전력, 현대 드라이버, 정밀 계측과 디지털 계산을 조합하여 해결할 수 있다. 거대한 혼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도구가 훨씬 많아졌다는 뜻이다.
8-3. 특히 저음에서는 현대 시스템이 매우 강하다
Westminster의 거대한 rear folded horn은 콘 뒷면의 저역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대단히 정교한 장치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스피커라도 실제 방에 들어가는 순간 룸 모드와 벽·바닥·천장의 반사를 피할 수 없다. 어떤 방에서는 40Hz가 크게 부풀고, 다른 위치에서는 50Hz가 꺼지며, 70Hz가 과도하게 울릴 수도 있다.
전통적인 패시브 Westminster 자체는 방에서 생긴 이런 문제를 능동적으로 분석하여 스스로 수정하지 않는다. 반면 현대 시스템은 청취 위치에서 실제 응답을 측정한 뒤 DSP로 피크를 억제하고, 위상과 지연을 조정하며, 여러 개의 서브우퍼를 서로 다른 위치에 배치해 저역의 공간적 균일성까지 개선할 수 있다.
특히 다중 서브우퍼는 하나의 서브우퍼에서 특정 위치에 생기는 깊은 null을 다른 위치의 서브우퍼가 완화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거대한 혼 하나를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과도 문제 해결 방식이 다르다.
8-4. 과거에는 나무의 길이를 바꾸던 문제를 지금은 숫자로 조정하기도 한다
Westminster의 설계자는 혼 길이, rear chamber 용적, throat 면적, flare와 mouth 크기를 바꾸면서 음향 부하와 위상 관계를 조정해야 했다. 한 번 목재를 잘라 구조를 만들면 그것 자체가 물리적인 필터가 된다.
현대 액티브 시스템에서는 우퍼와 중·고역 유닛의 도착 시간이 어긋나면 delay를 조정할 수 있고, 크로스오버 부근의 위상 관계가 좋지 않으면 필터를 변경할 수 있으며, 특정 주파수에 피크가 있으면 PEQ를 적용할 수 있다. FIR 같은 기법을 사용하면 설계 목적과 조건에 따라 진폭뿐 아니라 시간·위상 응답까지 훨씬 정교하게 다룰 수 있다.
8-5.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현대 시스템이 Westminster보다 좋아질 수 있을까?
여기서는 ‘좋은 소리’라는 말을 잠시 버리고 평가 항목을 측정 가능한 것으로 나누어야 한다. 주파수 응답의 평탄성, 저역 확장, 왜곡, 지향성의 균일성, 좌우 스피커 매칭, 크로스오버 부근의 위상, 청취 위치에서의 룸 응답, 시간 정렬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답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잘 설계된 현대 액티브 스피커 + 충분한 우퍼 또는 다중 서브우퍼 + DSP 크로스오버 + 정밀한 룸 보정을 이용하면 Westminster Royal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여러 객관적 음향 지표에서 필적하거나 능가하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70여 년 동안 자석, 진동판과 서스펜션, 앰프 출력과 효율, 측정 장비, 디지털 신호처리와 컴퓨터 계산 능력이 엄청나게 발전했으니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현대 오디오는 예전에는 물리적인 크기와 구조만으로 해결해야 했던 문제를 기계·전자·소프트웨어가 함께 분담한다.
8-6. 하지만 DSP도 물리학을 없애지는 못한다
여기서 흔히 생길 수 있는 오해도 있다. DSP가 아무리 뛰어나도 작은 우퍼 몇 개가 무한한 저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작은 6인치 우퍼에 30Hz를 무작정 크게 올리라고 명령하면 필요한 진폭이 급격히 증가하고, 결국 excursion과 출력·왜곡의 물리적 한계에 부딪힌다.
저역에서 큰 음압을 얻으려면 결국 충분한 진동판 면적 × 충분한 excursion × 충분한 앰프 출력이 필요하다. 현대 기술이 물리학을 없앤 것이 아니라, 훨씬 강력한 드라이버와 앰프와 제어 기술을 이용해 거대한 folded horn 이외의 방법으로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8-7. ‘더 정확한 소리’와 ‘똑같은 소리’는 다르다
여기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현대 시스템의 주파수 응답과 왜곡, 저역 확장과 룸 응답을 더 좋게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 Westminster와 똑같이 들린다는 뜻은 아니다.
Westminster의 15인치 고감도 드라이버가 작은 excursion으로 만들어내는 동적 특성, 거대한 방사 구조, Dual Concentric의 지향성, 전면·후면 혼이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그 시스템 고유의 물리적 특성이다. 그것들 역시 궁극적으로는 측정 가능한 물리 현상이지만, 단순히 주파수 응답 그래프 한 줄만 같게 만든다고 모두 복제되는 것은 아니다.
8-8. 그리고 ‘정확한 소리’와 ‘감동적인 소리’도 같은 말은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인간의 청취가 개입한다. 어떤 시스템이 측정상 더 평탄하고 왜곡이 낮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 소리를 더 좋아하거나 음악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낀다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특정 스피커의 독특한 방사 특성이나 다이내믹스가 측정상 절대적인 우위가 아니더라도 어떤 청취자에게는 훨씬 생생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객관적 정확성과 주관적 음악적 매력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이번 질문에서는 의도적으로 후자를 제외했기 때문에 현대 시스템의 장점이 더욱 분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8-9. 그래서 Westminster의 의미는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역설적으로 Westminster Royal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엇이 특별한지가 더 명확해진다. 오늘날에는 훨씬 작은 공간과 낮은 비용으로 매우 높은 객관적 음향 성능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Westminster는 여전히 거대한 목재 구조와 공기의 움직임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고집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현대 자동차가 전자제어 서스펜션, ABS, 트랙션 컨트롤, 정밀한 엔진 제어로 오래된 명차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고 안전해질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고전적인 명차의 공학적·역사적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는 물리적 구조에 전자제어와 계산을 결합하여 훨씬 적은 비용으로 대단히 높은 객관적 성능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Westminster를 만든다.
왜냐하면 Westminster는 이제 단순히 좋은 측정치를 얻기 위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존재하는 스피커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력을 더 넣고 DSP로 보정하는 대신, 나무와 공기의 움직임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완성된 음향학적 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존재 이유가 더욱 또렷해진다.
에필로그 — 왜 이 거대한 스피커가 그렇게 비싼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예전에는 Westminster Royal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리 크고 좋은 스피커라지만, 나무로 만든 커다란 통에 스피커 하나가 들어 있는데 왜 한 조의 가격이 그렇게 비쌀까?” 겉으로만 보면 충분히 들 수 있는 의문이다.
하지만 Dual Concentric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고역 압축 드라이버와 중앙 혼이 어떻게 하나의 음향 중심을 만들려 하는지, 다시 그 15인치 콘의 앞뒤 에너지를 거대한 compound horn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게 되면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Westminster의 가격을 단순히 나무의 양이나 유닛의 개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높은 판매가격 전부가 순수한 음향기술의 원가라는 뜻은 아니다. 대형 목공과 복잡한 내부 구조, 재료와 마감, 소량 생산, 운송, 브랜드와 Prestige 라인으로서의 희소성도 가격을 구성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Westminster Royal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비싼 재료를 많이 넣어서 만든 스피커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설계 철학만 놓고 보면 놀랄 만큼 고전적이다. 오늘날이라면 강력한 앰프와 여러 개의 우퍼, DSP와 정교한 디지털 보정으로 접근할 문제를 Westminster는 거대한 목재 구조와 공기의 움직임, 즉 음향학 그 자체로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한 세대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다듬어 왔다. 이것이 Westminster Royal을 단순한 고가의 오디오 기기보다 하나의 오래된 음향 작품처럼 바라보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저 복잡한 내부 격벽과 긴 folded horn을 알고 나면, 예전에는 그저 ‘엄청나게 큰 스피커통’으로 보이던 캐비닛이 이제는 수십 년의 시행착오와 노하우가 목재로 구현된 거대한 음향회로처럼 보인다. 그리고 가운데 외롭게 보이던 15인치 유닛 하나도 더 이상 단순한 우퍼 한 발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아니, 아무리 커도 스피커 한 조가 왜 몇천만 원이나 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 안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나니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우리가 사는 것은 커다란 나무상자와 스피커 유닛 하나만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것을 연구하고, 만들고, 측정하고, 듣고, 다시 고쳐온 사람들의 시간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참고 자료
아래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적 사실을 확인했으며, 본문의 도해는 이해를 돕기 위해 새로 그린 개념도다.
- Tannoy, Dual Concentric Driver Technology — point-source, 동일 축, 수평·수직 분산 설명.
- Tannoy, Westminster Royal 소개 — 15인치 Dual Concentric, 530L 캐비닛, 99dB 감도 등.
- Tannoy Westminster Royal SE Owner’s Manual — compound horn, 전면 horn과 rear folded horn, 음향 임피던스·저역 동작 원리 및 내부 구조 기술 설명.
- Tannoy Prestige GR Brochure — Westminster Royal GR의 15인치 Dual Concentric, 18Hz–27kHz(-6dB), 99dB, 700W peak 등 세대별 GR 사양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