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세가.. 80을 바라보시는 대장부(?) 여사장님이 한 분 계시다.. 웬만한 남자들보다 더 통이 크고 시원시원 하신 분...
가끔 일이 있어 통화를 해야 되는데.. 이거 통화할 때 마다.. 대화 중간 쯤엔 꼭.. "우리집 누룽지 먹어 봤어?" .. 라는 식의 대화가 나오고.. "에.. 아..뇨" 라고 대답을 할라치면.. 꼭 "그래? 그럼 내가 한 박스 보내줄께 먹어봐~ 시중에서 파는거 하고 완전 달라 맛있어~" "에?.. 아뇨 아뇨~ 그러지 마세요~"
"왜? 누룽지 안좋아해?" .."아뇨~ 좋아하죠.. 좋아하는데.. 장사하는 집 꺼를.. 제가 사먹으면 사먹었지 왜 그냥 주세요.. 안그러셔도 돼요~~"
"아녀~ 아녀~ 우리 이거 많아.. 이거 가마솥 뚜껑에 만들어서 파는거야 진짜 맛있어 한번 보내줄께 먹어봐~~"
...ㅡ,.ㅡ ... 그렇게.. 양념꽃게며.. 소고기며.. 김치류에.. 이번엔 누룽지까지...
이거 원.. 미안시러워서 전화를 드리겠나.. 싶다...
어쨌거나 이 분과 통화를 하다보면 용건이 끝났어도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수다가 길어지고.. 그러긴 하지만 늘 유쾌하고 큰 웃음으로 통화를 마무리하게 되고는 한다..
그 집 아들내미들 성격들은 안그렇던데... 희한하다...
사실 이 분과 통화를 할 때.. 무엇보다 기분이 좋은 점은.. 늘 밝고 쾌활하신 모습도 그렇지만.. 대화와 대화 사이에.. 이른바 between the line... 이 없다는 점... 바로 그 점 때문이다.. 나오는 단어가 그저 단어 원래 그 대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뿐 은유나.. 숨겨진 의미가 없다.. 직설적이고 솔직하고...투명한 화법.. 그렇다..
사람을 대하면서.. 대화를 하거나 통화를 하던 중에.. 으잉? 하고 꺼림직한 대화를 듣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그럴 때면.. 피곤하게도..당근 짱구를 빡세게 굴려야 한다.. '뭔 소리지?.. 이거 돌려까기인가?.. 내지는... 어라? 불만이 있나?".. 머 이런 식으로... 가끔은 말과 다른 음색과 어정쩡한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그런걸로 표현은 아..라고 하지만 정작 뜻은 어.. 이구나.. 하는 걸 캐치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물론 상대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는데 나만 혼자 그렇게 앞서가는 거라면 오히려 내가 음흉하고 불건전한(?) 사람일 수도 있겠으나...
살아보니.. 대개의 경우는 전자가.. 맞더라구... 그래서 한글의 자음, 모음이 구성하는 단어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액면 그대로의 답변만 해도 되는 경우는 잘 없더라구... 상대가 아..를 말하면서 어..를 뜻하는데.. 나는 아..에 대한 답변만 하면.. 속칭 졸라 눈치없는 새끼...로 낙인 찍혀 버리거덩.... ㅡ,.ㅡ;;; 머.. 그런걸 눈치껏 캐치 잘 하고 그런 사람을 흔히 센스있다 어쩐다.. 그러고 좋아라들 하는 세상이지만..
어찌 생각하면.. 그런 삶이란 .. 참 개피곤한 삶이 아닐 수 없다..
살아보니... 서로가 투명한 대화 보다는 저런 류의 대화가 90% 이상인 세상이라.. 가끔 이렇게 더없이 유쾌하신 10% 쯤에 해당하는 분과 대화를 하고 나면.. 언제나 뒷끝 깨끗하니 즐겁고.. 기분이 좋아지고는 한다.. 아..머 누룽지 보내준다고 그래서 그러는건 절대 아니고... ㅡ,.ㅡ;;;
일상 중 눈에 보이지 않는 더듬이 처럼 튀어 나와서 끊임없이 촉을 발동해야 하는 피곤함 속에서.. 이리저리 진단하고 계산하느라 피곤한 촉.. 이라는 감각을 잠시 쉬게 하는.. 비타민과 같은 역할이라고.. 할까...
가끔은 나이를 떠나서 그런 이를 만나게 된다.. 이런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영양가 없는 대화일지라도 그 내용이 무해하고.. 순수할 수 있는 사람.. 정말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들은 돈이 많고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저 분과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도 이 다음에.. 저처럼.. 괴팍하지 않고 옹졸하지 않은.. 순수한 사람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주책스럽지는 않으면서.. 고상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음.. 철들까 말까.. 고민스러웠던 요즘이었는데.. 일단 잠정적으로 철드는거.. 보류... 해야겠다.. 철든 사람치고 해맑은 사람은 또 없더라구.. 그래서...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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