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혼잣말로 나즈막히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 오늘은 역대급으로 사람들이 많네..." 라고..
정말 그랬다.. 비록 또 하루의 휴일 전 이기는 했지만 오늘은 엄연히 평일의 오전 시간.. 전에 없이 이렇듯 북적이는 모습은 본 적이 없기는 했었다.. 사람들에 밀릴 정도로 치이다가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최근의 마무리 되지 않은 의료사태의 영향인 듯도 했다.. '뭐야..이거..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 내지는 '이거 원.. 거리에 사람들이 안보인다 했더만 다 여기 이렇게 모여있구만..'.. 이런 생각들이 들었었다..
오전 7시 조금 넘어 출발을 해.. 그 혼잡한 출근 시간의 러쉬아워 교통지옥을 헤쳐 왔건만.. 이제는 사람들에 밀려.. 세월아 네월아.. 주구장창 기다리는게 일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실제 꼭 필요한 시간은 10분 내외 밖에 되지 않음에 비해 장장 서너 시간의 시간은 그저 기다리면서 버려지는 아까운 내 시간들이다.. 물론 여기 있는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이렇듯 이 곳에 모인 이들이 기다리면서 버려지는 시간들만 모아봐도... 모르긴 몰라도 누군가의 인생의 한페이지를 구성할 상당한 분량의 시간이 모아질 것만 같다...
그렇게 정처없이 마냥 기다릴 사람들을 위한 의자는 여기저기 편하게 마련되어 있었지만... 거기에 앉아 그저 전면 모니터에 뜨는 대기자들의 이름.. 을 보는것 자체만으로도 더없이 쓸데없이 시간을 죽이는 행위 같은 기분이 들어... 무작정 밖으로 향했다.. 복도마다 가득한 사람들... 이 곳의 특성 상.. 밝고 환한 얼굴에 미소띈 얼굴은 찾아보기..힘들다.. 대신.. 우울하고 심각한 인상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염려스런 얼굴들.. 누군가를 염려하는 얼굴.. 그저 멍하니 촛점없는 얼굴들.. 환자가 아닌 의료진이건만 피곤에 찌들어 반쯤 죽어가는 얼굴... 얼굴들....
이 곳에 올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가능한 한 실날같은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최후의 희망이라도 살려낼 소중한 불씨같은 그런 마음을 키워내는.. 공간 임에도 불구하고... 늘 마음에 와닿는 이 곳의 색깔은.. 항상 무채색이다... 아이러니 했다..
희망을 품고 결국 싸워 이겨내어 승리의 환한 웃음을 바라는 그런 공간이건만 지금 이 순간은.. 아니 그 전에도 이 후에도... 늘 지금처럼.. 엄숙하고 고요한..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무채색의 공간이라니...
째깍 째깍.. 초침에 따라 기계적으로 뭔가가 행해지고.. "다음 OOO번 손님~~" 이렇게 기계적으로 순서대로 차곡 차곡 사람들이 처리되어 배출되는 공간... 어찌보면 참 공평하기 그지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많이 아픈 사람이나 조금 아픈 사람이나 그저 순서에 따라 처리 되어지고... 처방 되어지고... "자~ 다음~"... ... 원래 그런 공간이니까... 내가 늘 이 공간에 와서 그 수많은 사람들 틈 바구니 속에서도 항상 일관되게 느껴지는 단상은 바로... '살면 살고... 아님 말고...' 의 느낌이었다....
하얀가운.. 파란옷을 입은 저들은.. 신이 아니다.. 그냥 버거킹 키오스크에 신용카드를 꽂고 주문화면을 누르면 그에 따라 빵을 덮고.. 패티와 양상추를 넣고 케찹을 뿌린 햄버거를 건네주는 점원들 처럼... 그냥 그런 존재들일 뿐....
모두가 타인의 생과 사를 다루지만.. 모두가 타인의 생과 사에는.. 정작 관심은 없다.. 이런 것이 병원이라는 곳의 아이러니하고도 딜레마... 한... 기이한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찾지 않을 수 없는.... 비루한 생명이... 참... 씁쓸했다....
좀비 떼 소굴같은 그 하얀 독가스실 같은 공간에서 벗어나.. 갑자기 끼어들어.. 뒷차에 미안타고 깜빡이를 점멸해 주면서.. 나는 다시 우리 사는 인간세상으로 복귀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밀리는 교통정체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아까 올때 처럼의 짜증은 밀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 거대한 하얀무덤같은 콘크리트 덩어리 속에서.. 관심이라곤 1도 없고.. 인간미라고는 1도 찾아보기 힘든 자들에게.. 내 모든것을 내어 맡기기 보다는.... 외국의 어느 경우에서 처럼... 캡슐에 의한 존엄사를.. 지지하는 것이 백번 천번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스위스에서.. 허가없이 캡슐을 사용한 것에 대하여 정부기관이 관련기관의 책임자들을 모두 구속하고.. 어쩌고 말이 많던데.... 이것저것 다 떠나서... 일단...
나는 찬성이다. 저거... 도입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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