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날이 좋았다.. 따가운 햇살에.. 혹시 아직도?.. 라며 유독 지리하게 더웠던 불과 얼마전의 무더위도 떠오르고.. 그래도 맑고 파란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을 보며 설마.. 아직이겠어? 라며 가을이 맞다는 확신도 가져보고.. 올해처럼 계절에 대한 감각이 믿지 못하게 부실했던 때도 또 없는 것 같다.
그저 가을이겠지?.. 불안 불안함만 아직도 나를 헤깔리게 만들고 있었다.
햇살 따가운 횡단보도 앞에 서서 '니미 .. 계절이 뭐야 이거...' 눈이 부셔 실눈을 뜨고 그늘을 찾았다. 횡단보도 옆 거대한 햇빛가리개를 누가 벌써부터 저리 꽁꽁 싸매어 두었는지.. 이런 때는 한 박자 느려도 좋았을 부지런함이.. 다소 아쉽기도 했더랬다.
목욕탕에 갈 때면 으레 지나는 성당 내 순백의 마리아동상 앞에.. 멀리서 보아도 간절한 뒷모습이 느껴지는... 휠체어 탄 이름모를 어느 중년 여인의 기도하는 모습.. 잠시 흔들리는 어깨가 눈에 들어오고...
고개를 푹 숙이고 가냘프게 흔들리는 그 사람의 어깨가.. 문득 염려스러웠다.. 나야 머 그저 스쳐 지나가다 본 주제임에도...
나무 그늘 아래는 시원하고.. 햇빛을 받으면 뜨겁고... 온수..냉수 갈피를 못잡는 바보의 샤워처럼.. 오늘의 날씨는 그러했다..
모든게 차분해 지는 계절... 그래도 코 끝에 와닿는 서늘한 공기 속에서.. 도시의 가을 냄새는 이러하리라.. 더 이상 계절을 구박하지는 말자.. 생각하였다..
계절의 나그네가 되었든.. 세월의 나그네가 되었든.. 산다는 건 그저.. 누구나.. 끝이 보이는 방랑의 한 때가 아니었나.. 흔들린다고.. 헤매인다고.. 그것이 마치 잘못된 일인양.. 고민할 필요없는... 좌우로 요동치면서도 아래로 아래로 떠내려가는 낙엽처럼 우리는 시간 속을 흐르는 그저 낙엽같은 방랑자일 뿐... 그 끝이 어디로 닿을 지 그 누구도 모르는.. 다 같은 세월의 손님 임을.. 그래서 내 인생이 주인공인 양 착각하지 않고.. 무탈하게 흐르기를... 염원해 본다.. 아울러 좌우로 요동칠 때 마다 버려지는 온갖 삶의 감정들과.. 편린들을.. 애써 붙잡으려 하지 않고.. 무심할 수 있기를.. 그러다 어느 날.. 보고싶다는.. 뭐 어쩌고 싶다는.. 그런 남은 감정들 조차도 하나 없이... 마치 바라는거 하나 없던 왔을 때의 모습 그대로... 되어지기를.... 이제 좀 사는게 지루하고 싫증나는 이유를.. 진정한 염세주의자로서 깨달아 가는 과정인 것도 같다... 아직은 이처럼 싫고.. 미운 것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그저 나그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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