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crm 코딩 정산

작성자
vi*****
작성일
2026-09-18 15:20
조회
21

올 초부터 바이브코딩으로 만들었던 웹앱이 이제는 더 이상 큰 기능을 추가하기보다는 유지·보수에 집중하는 안정기에 접어든

듯하다. 그래서 문득 그동안 이 앱을 만드는 데 얼마가 들었는지 계산해봤다.

내가 코딩에 쏟아부은 시간까지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그것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AI 사용료만 계산했다.

월 20달러짜리 AI 두 개를 번갈아 사용했다고 보면 기본 구독료가 대략 320달러.

여기에 중간중간 토큰이 떨어질 때마다 충전했던 크레딧까지 포함하면, 약 8개월 동안 들어간 비용은 한화로 대략 60~70만 원

정도였다. 오... 생각보다 가성비가 괜찮은데?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잠깐. 요즘처럼 조금만 코딩해도 금방 “한도에 도달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그 생각이 들어 당시 상황을 다시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내가 본격적으로 바이브코딩을 시작한 시기와 거의 정확하게 겹쳐서 OpenAI와 Anthropic 양사가 각종 사용량 확대

이벤트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올해 4월부터 8월 사이에는 양쪽 모두 평소보다 훨씬 넉넉한 사용량을 제공하던 기간이 있었다.

물론 당시의 나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냥 코딩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가장 많은 코딩을 하고, 가장 큰 리팩토링들을 하고, 밤새 AI를 갈아 넣던 시기와 그 혜택 기간이

거의 정확하게 겹쳤다. 그리고 이제 CRM 개발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양쪽 모두 이벤트는 끝나고

사용량은 다시 빡빡해졌다.

거 참 희한하다.

마치 나 바이브코딩하라고 양사가 짜고 이벤트라도 해준 것처럼. ㅡ,.ㅡ

 

호기심이 생겨 AI에게 물어봤다.

“만약 그때 그런 사용량 확대 혜택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했던 정도의 작업량에는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물론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당시 사용량을 일반적인 추가 크레딧 비용으로 환산하면 조건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안팎까지도 나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정말 운이 좋았던 셈이다.

처음부터 내가 이렇게까지 헤비하게 코딩할 줄 알고 월 200달러짜리 상위 플랜을 썼다면 그렇게까지 큰 금액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꽤 적은 비용으로 상당히 많은 개발을 한 셈이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기분이 묘해졌다.

지금 만든 앱은 이름은 CRM이지만 사실 PMS에 가까운 기능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대규모 기능 추가나 대규모 리팩토링 단계는 지나갔기 때문에, 예전처럼 어느 날 밤 갑자기 토큰 한도를 몽땅

태워버리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 점은 확실히 다행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AI 시대의 격차라는 것은 단순히 “누가 AI를 잘 쓰느냐” 의 문제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누가 얼마나 많은 AI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느냐” 가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월 20달러 요금제 하나를 겨우 사용하는 사람과 월 200달러짜리 상위 플랜을 여러 개 사용하면서 필요하면

추가 크레딧까지 마음껏 충전할 수 있는 사람.  말하자면 AI 시대의 리치 유저와 푸어 유저다.

둘 사이의 차이는 단순히 답변 몇 번을 더 받을 수 있느냐의 차이가 아니다.

AI를 이용한 작업이라는 것은 대부분 탐색하고, 만들고, 실패하고, 고치고, 다시 실험하고, 다른 AI에게 검증시키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그렇다면 결국 사용할 수 있는 AI 자원의 양은 곧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는 횟수가 된다.

한 사람은 하루에 다섯 번 실험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하루에 쉰 번 실험할 수 있다면 처음에는 단순히 10배의 차이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경험의 차이가 되고, 노하우의 차이가 되고, 결과물의 차이가 되고, 결국 생산성의

차이가 된다.

 

더구나 여러 AI를 병렬로 연결하고 수십 개의 에이전트를 동시에 돌릴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이야기는 더 달라진다.

한쪽은 여전히 하나의 AI와 문답을 주고받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조사 에이전트, 코딩 에이전트, 검증 에이전트,

테스트 에이전트가 동시에 돌아간다.

그쯤 되면 개인 능력의 차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순수하게 가용할 수 있는 AI 생산자원의 차이 때문이다..

리치 유저는 실패해도 그만이다. 크레딧이 남아도니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다시 돌리면 된다.

푸어 유저는 한 번의 실패가 뼈아프다. 오늘 한도를 다 쓰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같은 실패를 해도 누구는 그냥 다음 시도로 넘어가고, 누구는 하루를 통째로 날린다.

어쩌면 AI 시대의 자본이라는 것은 더 좋은 답을 살 수 있는 능력이라기보다, 실패를 부담 없이 반복할 수 있는 능력

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반복된 실패와 수정의 기록이..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되고, 기술이 되고, 다시 또 다른

자산이 된다.

 

옛날에는 공장과 기계와 토지와 자본을 가진 사람이 훨씬 많은 생산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쩌면 GPU와 토큰과 에이전트를 얼마나 많이 동원할 수 있느냐 그 자체가 새로운 생산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산업기반의 소유에서 AI 활용자원의 소유로 형태만 바뀌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 나 60~70만 원으로 이 정도 앱 만들었네?” 하고 꽤 큰돈이라도 번 것처럼 좋아했다가...

잠시 뒤에는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어떤 아이는 수십 개의 AI 에이전트를 자기

비서처럼 거느리고 살아갈 것이고, 어떤 아이는 무료 사용량이 리셋되기를 기다리며 AI에게 질문 몇 번 더 하기 위해 시간을

계산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AI라는 햇볕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늘에서 제한된 AI 자원에 매달리게 될까. ㅡ,.ㅡ?

 

생각해보면 인간의 역사는 참 돌고 도는 것 같다. 생산수단의 모습만 계속 바뀌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차라리 누군가의 말처럼 이 세계가 거대한 시뮬레이션이고, 우리도 영화 매트릭스처럼 거대한 인공신경망 어딘가에서

실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이런 걱정도... 누가 짜놓은 시나리오 탓이라고 욕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ㅡ,.ㅡ 닝기리... 조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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