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지난했던.. 위임건의 최종 마무리 작업을 위해.. 다이소에 가서 3공짜리 편철표지를 사왔다.. 그간 고객에게 받았던 3백여 페이지 분량의 서류들을 그대로 돌려준다면 필시 훗날 일부는 분실하거나.. 일부는 못 찾거나.. 할 것이 뻔해서..
일목요연하게 순서를 정하고 목록을 작성하고... 식별 견출지를 붙이고.. 편철하고 깔끔하게 타이틀을 인쇄해서 붙이고... 정말 마무리 하였다.. 이렇게 정리해서 깔끔하게 묶어서 되돌려주면 받는 사람들도 좋아하더라구...
묶어 놓은 편철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마치 이 편철서류 뭉치가 1백년 가까이 살다 가신 어떤 분이 이 땅 위에 남겨 놓은 마지막 흔적인 것만 같은 느낌... 그의 인생이라 부를 수 있는 희노애락 중.. 사회생활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작은 부분에 불과할 지라도.. 장의사가 그의 육신을 수습했듯이.. 나는 그의 마지막 남은 이 세상과의 채권, 채무를 수습한 듯한 느낌..
누군가 이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들이 그 떠난 누군가를 정리하는 구나.. 라고 생각이 미치니... 문득.. 어느날 티브이에서 보았던 모 연예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의 어머님께서 소천하시고.. 남은 유물들을 정리하는 중에.. 포장한번 뜯지 않고 갖고만 계셨던 그의 많은 선물들... 선물했으나 입지않고 간직만 하고 계셨던 수많은 옷들... 그러한 모습을 보고 느낀바가 있어.. 자신은 최대한 소유물을 줄이는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고 계시다고... 쓰지도 않거나.. 필요하지도 않은 너무 많은 물건들을 갖고 사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다고... 오늘 새삼 그의 말이 공감되었다...
어쩌면 사람의 본능이란..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애쓰다가 더 많은 것을 물려주고 가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적지않이 보아 온 많은 가진자들의 마지막 모습은 늘 그러했다.. 병상에 누워서도 가는날까지 으레 하던 일에 변함이 없던 사람도 있었다..
어쨌거나 .. 오늘.. 마감된 서류철을 보고 있노라니.. 내가 감히 그의 일부일지라도 그가 이 땅위에 살아온 한 세기의 흔적을 정리... 및 마감한 듯한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하다... 물론 아직은 이 최종 마감의 권한있는 자가 과세관청인 지라.. 다소 부담은 덜 수 있기는 한데...
나는 생각해 보면...내 경우엔 소유한 것이 없어.. 이렇듯 정리되는 단계없이 곧바로 마감되어 질 것 같아.. 어찌보면 간편하고 속편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냥 갑자기.. 누군가의 마감 서류철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일제시대에 태어나 근 1백년 가까이 살아내셨던 그 분의 삶에 대한 뜬금없는 궁금증이 올라왔다..
이름없는 凡人의 삶이었던 관계로.. 알 수는 없지만.. 완벽한 제3자로서 알고자 할 수도 없지만... 자신의 삶에 있어 주인공으로 살다가신.. 그 분의 삶이 파란만장한 대하소설처럼 다이나믹 하였음은 분명할 터... 나는 또 이렇게 뜬금없이 갑자기.. 그 어르신의 평안..영면을 빈다... 아.. 어르신 아드님이 워낙에 꼼꼼하시고.. 머 어쨌든 그랬던 관계로 제가 고생은 겁나 많이 했지만.. 이제사 생각하니... 응당 제가 해야할 일이었네요... 오는 주말에 이 편철을 아드님께 전달해 드리면 제 할일은 더 이상 없답니다... 편히 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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