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미지근한 아침..

작성자
vi*****
작성일
2026-09-03 13:53
조회
49

일어나자 마자..  간 밤의 끈적거림을 덜어내기 위해 샤워기를 틀었다..  찬물이 흘러 나오고...

불과 며칠전 같으면 이 상태로 좋았을 물의 온도가 며칠 사이에 오늘은 .. 순간적으로 멈칫... 하게 만들었다.

밸브를 돌려 온수쪽으로.. 

잠시 후 뜨뜻미지근한 온수가 흘러나오고 그제서야 머리부터 샤워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로 샤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아침에 피부에 와닿는 물온도의 느낌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아직도 뙤약볕 쏟아지는 거리에 서면 얼굴이 따갑고 등이 뜨겁고..  작열하는 태양은 여전한 것 같기만 한데 

아침 저녁의 이제는 서늘한 기운은 계절이 가고 있음을 알리는 또 하나의 이정표이리라...  

벌써 9월이다. 일년을 4개로 쪼개면 그 중 3개..  3분기가 지나가는 시점..  올 해도 다 갔넹... 


작은 물컵에 반쯤 남은 물을 보고 아직도 반이나 남았네가 잘 안되는 늙어가는 중년의 아침...  문득 거울 속 내모습을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 하얗게 바랜 머리.. 얼굴에 주름..  눈가에 주름..  웬지 탱탱함을 잃어 까칠해 보이는 피부...  어허..이제보니

눈망울에 맺히는 총기도..이제는 전혀 찾아 볼 수도 없다.. 


얼마전이었더라? 진짜 실로 오랫만에 본 지인이 내게 말했다 "많이 늙었네? 왜 이렇게 늙었어?"  물론 내가 보기엔 

저나 내나..이지만..   한 20년전 내 모습을 기억하는 그에겐 지금의 내 모습은 갑자기 폭삭 늙어버린 한 중년을 갑자기

마주하게 된 그런 느낌일테니 어떤 느낌일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역으로...  그와 같은 생각을 나도 속으로 안하지는 않았음이니..    그에게 말은 안했지만 나도 느꼈다 "어? 왜이리 늙었어 얘?"

.. 이렇게 진짜 진짜 오랫만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 말고..  그래도 1년에 한번 쯤은 서로의 모습을 보았던 사이에서는

오히려 이런 말이 잘 안나온다..   

사람의 눈... 이라는게 참 간사해서.. 어쩌다래도 한번씩 모습을 본 사람은 그 기억하는 모습이 서서히 덮어씌여지고.. 덮어

씌여지고 계속 업데이트를 해왔던 터라.. 갑작스러운 세월의 흐름을 감지해내지는 못한다. 

따라서 그런 사이에서는 서로 간에 "어? 왜 이렇게 늙었어?" 라는 인사(?)를 주고받을 일은 잘 없게 된다. 

.. 뭐.. 불변의 법칙이라는게 아니라.. 살아보니 경험적으로 그렇더라...는 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에 사람들이 자꾸 없어지는 이유 중에.. 이런 것도 한 몫하게 되는 것 같더라구..   정말 정말 

오랫만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볼까..싶은 사람들은.. 이내 곧..  딱히 만나야할 특별한 사유가 없음을 깨닫기 이전에

서로의 변해 버렸을 모습이 .. 지레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더란 말이지..   만나봐야 좋은 소리(?) 못 듣고..

서로 말없이 흘깃 흘깃... 거리다 각자 속으로 '많이 늙었네.. 나도 저럴테지...'  하는 초기 우울증 같은 소리가 계속

머리 속에 맴돌 것이 뻔해서...   정말 오랫만에 볼 수도?..있는 사람은 반갑다...는 마음 보다  저렇게 메뉴얼 화 되어

마음속에 자리잡은 회피하고픈 심리가 트리거로 작용하곤..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더라구... 사람인지라....


어찌보면 오래 된 꾸준한 지인을 곁에 두는 것도 가끔씩은 부담으로 다가오는데..   생전 볼 일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만남으로 엮일 지도 모를 상황에선..  어쩌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재작년인가?  그랬었다..  오랫만에 연락이 온 동창 녀석..  비록 녀석이 만남의 날 바로 전날 소식을 전해온 영향도

있었지만 이십여 년 만의 만남이라는 낯설고 생소한 주제 앞에 나는 실제로 반갑다는 마음보다 부담이라는 마음이

더 커져서는..  하루 전 통보라는 그 소식 자체의 고의없는 하자를 핑계 삼아 선약이 있다는 핑계로 ...

그 만남을 거부한 일이 있었다..   나 바빠..  실제론 안바쁘면서...  ㅡ,.ㅡ 


의식과 무의식 이전에 일단 거절부터 하고 보려는 이러한 내 마음의 부담이라는 트리거를 작동하지 않게 하려면..

적어도 그러지를 않길 바라는 인연에 한해서는 어떻게든 1년에 단 한번이라도 눈도장 찍는 날을 가져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넌 얼만큼 늙었니? 난 이만큼 늙었는데..)  그래 그 때 보자(서로 늙은 모습을) .. 하고...   


엊그제 유뷰브에서 본 서울대 모 교수님은 사후세계라는게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얘기를 하시던데..  사람은 죽어도

의식은 끊기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계속될 수도 있다고..   그 예로 일명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의 임사체험... 관련 얘기를

근거삼아 말씀 하시던데..   

에헤이.. 그럼 이거 나가린데..  내 생각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한번 나고 죽으면 끝이지 뭔 의식은 살아

남아서 육신을 떠난 영적인 존재로 존재한단 말인가...   두번 세번 고쳐 생각해 보아도  전혀 바람직스럽지는 못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럴리 없겠지. 그래서는 안되지...  아무리 죽었다가 살아온 사람이 없어서 그 실 내막을 알 수는

없다고 해도..  한 번 죽으면 끝이지.. 뭘 추잡스럽게 ... 의식은 살아있고 어쩌고 저쩌고 하냐는 말이다...  

사람이 의식은 살아서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 존재..라는 건 겉으론 좋아보일지 몰라도..  인간에겐 또 다른 지나친

형벌이 아닐 수 없겠다 싶다..  인간은 밧데리만 갈아끼면 또다시 일어나 걷는 장난감 같은 존재가 아니길.. 진심으로 빈다.

유한하다는거...   오늘 문득 유한함으로 인해 가질 수 있는 삶의 의미와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 순리..   태초에 있으라~  했다고 영원히 있겠다.. 하는 건 ...심지어 있겠다 했다고 그래라~

하는 건 영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에 네팔에서 빙하의 추락사고로 일어난 대홍수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안타까운.. 그런 사건이 있었다... 

결국은 빙하가 녹아내린 원인의 유발자는 자신들이 아니라고..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그간 선진국들로(콕 찍어 3국가를

언급하긴 했지만)인해 일어난 인재 사고라고... 따라서 인도적 지원이 아닌 법적인 책임을 묻겠노라고 한 네팔의 주요

관리의 말을..   나는 심정적으로.. 인지적으로...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 수천의 영혼들이 육이 없는 의식의 세계에 남아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가득하다... 

유한은 아름다우나.. 무한은 무.. 정말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   ... 의미있게 유한하자.. 진짜로..농담아니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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