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까짓 꺼~

작성자
vi*****
작성일
2026-04-07 10:18
조회
160

눈병이 났는데. ..  머리가 띵하다...    대충 집에 남아있던 유효기간이 남은 안약을 넣고..  눈을 깜빡이기 곤란한 껄끄러움이 덜해지긴 했는데..

마치 몸살이 나는 것처럼 머리가 멍하고 온 몸이 나른한 증상이 있다..   이 화창한 봄날에 눈병이라니.... 

출근길에 멀리 보이는 연분홍 벚꽃 무리를 게슴츠레 바라보며 달렸다.  아마도 이번 주가 벚꽃이 절정인 한 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요 며칠 드문드문 내린 비는 세차게 내린 적은 없어서 .. 채 피지도 않은 꽃잎을 강제로 떨구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재활용 분리수거를 위해 양 손에 짐을 가득 들고..  집 앞 주차장에서 분리수거장이 있는 건너편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에도..

날씨와 기온이 달랐다..    처음 아파트 출입문을 나설 때만해도.. 그래도 따스한 봄이구나 싶었는데..  아파트 동 하나를 건너 분리수거장에

이르자 때마침 불어오는 찬바람에 ...에구 춥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뭐야 이거? 불과 50여미터 차이에 온도가 이렇게나 다르다고?.. ㅡ,.ㅡ?

분리수거를 하는 동안.. 옷을 더 두껍게 입고 나와야 했을까.. 아니 이거 꽃샘추위인가? 등등 생각을 했는데.. 

지하 주차장에 이르러 시동을 걸고 차에 오르니..  예열이 되자 마자 온풍이 세게 흘러 나왔다..  계기판에 뜬 온도를 확인하니..  영상 10도를

가르키고 있었다...    아.. 아침 온도가 좀 낮은 편이 맞긴 맞구나...   거기에 바람이 불고 안불고에 따라 느껴지는 체감온도가 확연히 달랐었나

보다..    출근길에 길거리 사람들의 패션을 보니.. 내 느낌 그대로 느낀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어제와 달리 다시 두껍게 겉옷을 걸쳐입은

사람들이 꽤 보였다..   개중엔 화사한 봄 옷 패션에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와 학생들도 적잖이 보이긴 했는데..   내 맘이 늙어서 그런지..

에구 저리 멋부리다..얼어죽지... 하는 괜스레 쓸데없는 오지랍이 발동을 하기도 했었다..   근데 뭐 사실 얼어죽을 날씨는 아니긴 했지만... 

차창을 살짝 연 창문 너머로 쏟아져 들어오는 봄 햇살은..   이마에 닿아 어느덧 따갑게 느껴졌다...  기온은 낮은데 가만히 얼굴에 와닿는

햇살은 따가운...   ㅡ,.ㅡ;;  


사무실에 앉아 차 한잔을 하고.. 가만히 생각하니..   온 몸이 찌뿌둥한게.. 이거 이거 ..  눈병 탓이 아니고..  주말에 다녀간 둘째아이가 감기 증상을

옮겨 놓고 간 탓이 아닐까... 에 생각이 미쳤다..  아 그렇구나.. 이거 감기증세인가 보네...    나른하고 졸립고..멍하고....  요 근래 감기에 걸려

고생한 기억이 없는데...   둘째 딸아이는 이제 감기가 다 나았다고 하던데...   젠장... 내게로 옮겨와서 인가 보다...   내 이 녀석을...  

감기를 옮긴 죄로 용돈을 삭감 하겠노라고 통보를 해야할까 보다...  ㅡ,.ㅡ;;;  

온 몸이 나른하고 헤롱거리니... 문득 어린시절...  마찬가지로 감기에 걸려 고열과 기침에 지쳐 잠이 들었다가.. 어디선가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동네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왔던... 그런 기억이 떠오른다..    반쯤 잠이들듯 말듯 정신은 멍한 가운데... 멀리서 들려오는

그런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며..눈을 감고 있노라면..  마치 끝도 모를 깊은 수렁속으로 온 몸이 잠겨드는 듯한 이상한 느낌에..  문득 문득 깜짝

놀라 깨고.. 잠들고.. 깨고..를 반복했었던 것 같다...    그 때의 그 아련한 느낌..  그 요상한 느낌을 말로는 설명을 못해도..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는데...   

아하.. 지금도 어디선가 사무실 창문 밖 어디에서..  까치가 울어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정신이 몽롱하다보니..  원래의 날카로운 까치

울음소리 보다.. 한결 부드럽게 들려오고 있다..    이럴때 눈을 감고 있다 뜨면.. 마치 그 어린시절 노곤한 낮잠에서 깨어나듯 그 시절로 돌아가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가장 그리운 시절이.. 내게는 그래도 그 시절이었나 보다...    지금의 초등학교, 중학교...  10대의 초반시절..

.. 그런 것 같다...   꿈이 있었고... 따지고 보면 지금에 비해서는 고민꺼리가 없던 시절...   하지만 정말 좋은 때인줄은 몰랐던 시절...  그립다...


몸이 나른하니.. 왜 이렇게 옛날 생각이 밀려오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위급한 순간에 주마등처럼 모든 기억이 스친다던데..  위급함은 없으니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불쑥 불쑥 단발마처럼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그 때가 언제야?.. 음..  1992년.. 경북 상주시.. 어느 뒷골목 허름한

하숙집 마당...    그냥 미닫이 문 하나로 마당과 방 안이 구분되는 그런 방이 너댓개 있었고 그 중 하나에는 건설노동자 아저씨들.. 그 중 또 하나

에는 나보다 서너살은 어렸던 젊은 남자대학생 하나..    우연히 통성명을 하고 난 뒤..  당시 직장생활을 하던 나와 그 친구는 죽이 잘 맞아서

함께 게임을 하고..   서로 이 게임 해보라고 복사해서 나눠주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착하고..좋은 청년이었다... 

어느날 그 친구가 졸업을 했는지.. 어쨌는지 그 방을 빼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간 날..   나는 그 방으로 방을 옮겼었다..  그 방이 덜 춥고 더

따뜻하다 들었었거덩...     그 방에서 그 친구가 주고 간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날밤 새우고..  한 이틀 출근을 안한 적이 있었다... 

사무실에서 대구에 있는 지방청에 나를 교육발령을 내놨었거든.. 일주일짜리 였는데...    어쩌다 보니... 게임하느라 교육 첫날부터 나는 불참을

했었다...   사흘째 되던 날 사무실에서는 난리가 났었나 보더라구...   교육발령받은 교육생은 첫날부터 보이지를 않고.. 사무실에 연락해보니..

출근도 안하고 있다 그러지...    사무실 계장님이.. 뭔가 이상하다고..  실종으로 경찰서에 신고도 넣고..  심지어 당시 수원에 있던 내 본가에도

애가 안보인다고 연락을 넣었더라구..  ㅡ,.ㅡ;;;     

뭔일 난줄알고 부리나케 생업도 접고 내 하숙방 까지 쫓아 내려온 부모님이 내 방문을 활짝 열어 젖혔을 때..    그 때.. 나는  잘 안풀리는 게임

퀘스트를 깨느라고 초집중해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ㅡ,.ㅡ  

그렇게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비로소 안심을 한 부모님이 장시간 잔소리를 늘어 놓고.. 다시 수원으로 올라가신 다음 날...  

나는 천연덕스럽게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계장님이 불렀다..   "니 교육도 안가고 뭐했노?" ..  "그냥.. 제 방에서 게임하고 있었습니다"...   "와? 교육가기 싫었나?"

"싫다기 보다.. 가야지 하긴했는데.. 어쩌다 보니.. 에라 모르겠다..계속 게임했죠 머..."

가만히 나를 보시던 계장님이..  정말 어이없다는 듯이 큰소리로 박장대소를 하시고...   덩달아 사무실 선배 형님들도..  따라 웃고.... 

"알았다..  니 자리에 가 앉아라~"...     

그게 끝이었다..   부모님 처럼 엄청 잔소리가 있을 줄 알았었는데.. 그것도 없고..  지금이라도 교육에 참석하라는 말도 없었고...  

근데 나는 그 때. 한가지 깨우친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하는 거 보다..   '아. .. 교육발령이 나도 안가도 되는거구나..' 하는걸

깨우쳤다..    그 때 깨우친 인생의 가르침 하나는.. 바로.. 까짓 꺼~..   이 교훈이었다..       그 뒤로 언제가 지랄맞은 과장하고 한바탕 싸울 때에도

까짓 꺼..   이 정신으로 나는 중무장을 하고 있었고..      민원인과 뭐가 안맞아 서로 큰소리로 싸울 때에도.. 늘 까짓 꺼... 라는  단어를 맘 속에

품고 있었다..    그 때는 그랬다..  뭐가 수틀리고 뭐가 마음에 안들면.. 까짓 꺼... 하고 냅다 집어 던지고.. 또는 팽개치고.. 그럴 자신이 있었다..


그랬었는데...    그 뒤로..  수십년이 흐른 지금..   오늘의 나를 생각해보건데..  나는 지금도 까짓 꺼..  라고..  무엇이 되었든 팽개치듯 내던질

자신이 있는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무리이지.. 싶다.. 지금은 차라리..  그래 까짓 꺼..  내가 성질 죽이고 말지 머...  ㅡ,.ㅡ;;;  

이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것 같다...   음...  뭔가가 세월에 꺾인 탓이 아닐까?..  음.. 이 아침..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안에 뭔가가.. 뚝~  하고.. 꺾여 있다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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