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히카리와 퀴노아 그리고 기장쌀을 거의 1:1:1의 비율로 섞어 밥을 했더니.. 고슬고슬 하다못해 밥알이 모래처럼 날라 다닌다.
나는 구수해서 좋은데.. 아들넘이 난리가 아니다. 이게 밥이냐고 사료가 아니냐고..ㅡ,.ㅡ
생각해보니.. 나 어렸을 때 나도 흰쌀밥 외 잡곡섞인 밥을 무척이나 싫어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보리든 콩이든 뭐라도 섞여 있을라치면.. 안먹어~ 라면 먹을래~ 했던 기억이...
녀석을 보니 지난 날의 내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도 밥숟가락은 팽개치고 대체 식품을 분주히 찾아 먹는다..
음.. 나도 그랬던 기억이 있어서 그저 녀석이 먹고 싶다는대로 찾아도 주고..혹은 주문도 해주고... ㅡ,.ㅡ;;
피는 못 속인다고 어쩜 그리 잡곡밥에 학을 띄는 모습은 똑같은지..원.. 그러나 대충 생각컨데.. 녀석도 먼 훗날 지금의 내 나이 쯤에 이르러서는 나처럼 잡곡밥과 친해질 것이 보여 그러던지 말던지 내버려 두었다.
근데 참 희한하게도.. 발가락만 닮는게 아니라 입맛도 닮는다는게.. 참.. 웃기기도 하다.
막내놈 뿐만 아니라 녀석들 전부가 그러한 바, 내가 먹고싶어 뭐 하나라도 살라치먼 너댓 개는 구입해야 그 중 하나 정도를 맛 볼 수가 있다. 덕분에 그 좋아하는 양념게장을..못사.. 비싸서.. 비싼데 사봐야 하나 맛보면 이내 바닥을 보이니까.. 녀석들이 좀비처럼 달려들어 폭풍흡입을 하니까.. 이 나이에 먹을꺼 들고 애들하고 싸우기도 참.. 치사맞고... 가끔은 아빠는 이날 이때껏 많이 드시고 살아오시지 않았느냐고 그러고.. 나는 그러면 너희들은 앞으로 살 날들 중에 먹을 수 있는 날이 많다고 그러고.. 그러다가 사실.. 음식에 식탐이 없는 난데도 그 나이에 먹을거 갖고 애들하고 싸우냐고 혼나고... ㅡ,.ㅡ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는 아빠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안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냐고..
나는 답했다. 뭔 개소리냐고 내 뱃속에 들어가야 ..내 배가 부르지 뭔 말같지도 않은 말씀을 하시냐고..ㅡ,.ㅡ
허면.. 웅웅웅 시끄러운 3중창 볼멘소리 불평이 한참을 시끄럽게 쏟아지고는 한다..
응.. 거 말야.. 다른 집 아빠들은 어쩌고..저쩌고... 중략.. 후략.. 투덜투덜...
난.. 사실 먹을거 가지고 아이들과 싸우는게.. 재밌다. 나한테 뺏기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들고 달아나는 모습도 재미있고..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양볼 볼록하게 우겨 넣는 모습도 재미있고.. 밀고 땡기고 실갱이 하는 과정도 재미있고...
아이들이 크니.. 사실 서로 먹을꺼리 가지고 다툴 일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만큼은 잘 없는데.. 일부러 이렇듯 신경전을 애써 만들어 다투다 보면 왠지.. 먹을거 가지고 장난치던 아이들의 어린시절로 회귀한 듯 한 기분이 들어.. 나는.. 좋더라구.. 물론 아이들이야 이런 내 속마음은 알지도 못하고 당장에 먹을꺼리 쟁탈전에 총력을 기울이며.. 심리적 비방전(?)도 불사하긴 하는데..
어쨌거나 나로서는 뺏어 먹어도 손해, 못 먹어도 손해.. 이래저래 상처(?)뿐인 영광이 되는게 일상다반사 이긴 한데..
마치.. 하이에나 무리의 성공한 사냥감을 갈취한 한마리 사자가 되어 녀석들의 불만섞인 애매한 눈빛을 보는 재미가.. 아직은 쏠쏠하게 재미있다.
언제까지.. 녀석들의 먹꺼리를 뺏어 먹으며 실갱이 할 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는데.. 훗날 어느날엔가.. 우리 아빠는 맨날 우리랑 먹을거 가지고 싸웠잖아? 그치?.. 라고 기억해줘도 좋겠고.. 아.. 이거 보니까 아빠랑 서로 더 먹겠다고 밀고 당기고 부대끼던 기억이 난다.. 라고 기억해줘도 좋겠고.. 녀석들의 먹꺼리 속에 짓궂은 아빠의 모습으로.. 한동안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차피 훌륭할 수는 없으니 철없지만 개구진 모습으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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