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군데 업체에서 아직까지도 보내달라던 서류에 대한 답이 없어... 비교적 한가했던 오늘
이왕 이렇게 된거..하고.. 점심을 먹고는 바로 사무실 문을 닫고 오랫만에 콧바람이나 쐬자..하고는 길을 나섰다.. 누가 뭐래도 자영업의 장점..ㅡ,.ㅡ
1시간여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제법 규모가 된다 하던 재래시장.. 일명 통복시장... 지명의 유래는 복이 거쳐가는 곳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한다. 5일장은 열리지 않는 날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듣던대로 제법 규모가 큰 시장이었다.
들어선 입구에서 베트남 아가씨가 음료를 팔고 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국민 음료라 한 잔 구입했다. 한 잔에 6천원.. 하얀 코코넛 베이스에 각종 열대과일이 들어있는... 두리안 맛이 살짝 가미되어 달콤하면서 고소한게 정말 일미였다.. 카드도.. 현찰도 안되고 오로지 계좌이체만 된다하여 이체를 하고 확인해라.. 했더니 활짝 웃으면서 알았다고만 하고 확인을 하지 않는다.. 해서.. 속으로 나를 어떻게 믿고.. 하는 생각에 머뭇거리고 있으니 연신 활짝 웃으면서 어서 가시라는 제스춰... 네 들어왔네요.. 한 마디를 듣고 발걸음을 옮겼으면 했지만.. 주인아가씨의 태도가 그러하니.. 나도 그저 가볍게 웃으며 눈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래 머.. 내가 이체를 안한 것도 아니고...
미리 검색해서 보아둔 그 유명하다는 닭강정집과 즉석구이 김 매장을 차례로 들러 물건을 구입하고.. 뻥튀기도 사고.. 멸치도 사고...
어느새 양손에 까만 비닐봉다리 여러개를 들고 시장 이곳 저곳을 돌며 여기저기 구경을 하였다..
근데.. 그러다 느낀건데 요즘의 재래시장에 상인들은 나 어렸을 적 종종 보이던 불친절하고 허름한 복장의 억척스런 아지매들이 아니다. 눈만 마주치면 먼저 웃는 얼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오고..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곤 지나치는데도 필요하실 때 꼭 들러주세요.. 상냥하게 끝인사도 건네 오더라.. 이게.. 한두번 경험하는게 아니다보니 상가연합회에서 손님응대 방식에 대한 교육을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교양미 철철 넘지는 여러 상인분들.. 주로 여사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몇몇 물건을 구매도 하고.. 그러는 사이.. 이 곳 재래시장에서의 경험은 기분좋은 쇼핑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변화된 시장의 분위기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하루였었다. 호객행위.. 그런거 없고.. 친절하고 깎듯하고.. 잠시 잠시.. '머여...시장이야? 백화점이야?'...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집에 와서 오늘 산 물건 중에 가장 대박은.. 즉석구이김과 신선한 멸치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나 맛있는 김을 먹어본 기억이.. 10년.. 20년 거슬러 올라 훑어 보아도 없을 만큼.. 너무나 맛있어서.. 더 사올껄.. 하는 생각이 주구장창 들기도 했다.. 멸치를 볶아 김과 밥 사이에 넣고 한입에 털어 넣으니.. 꿀맛도 이런 꿀맛이 없었다.. 흔히 맛있는 간장게장을 밥도둑이라 하는데.. 그것에 비하면 이 즉석구이김과 멸치의 조합은 .. 큰도둑.. 대도라 할 만큼 정말 감동적인 맛이었다.. 한편으론.. 즉석구이 조미김이.. 이렇게나 맛있을 수 있는 그 불가사의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마냥 궁금하기만 했더랬다.. 뭐라고 말로 충분히 설명이 안되는 맛이었거덩.. 맛있다는..단어 만으로는 표현이 부족함에... 새삼 한글의 한계가.. 느껴졌고..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주변 요즘의 핫플레이스라는 카페에 들러 소금커피와 카이막(터키식 물소우유 버터?)이라는 음식을 빵에 발라 먹었는데.. 워낙에 유가공품을 좋아라 하는 내 입맛에는 딱 맞는 맛이긴 했지만.. 밤송이 두알 만 한 카이막에 조그만 빵 두개가 12,000원 이라는 가격은 다소 비싸다고 느껴졌었다.. 카이막이 뭘까? 부푼 기대와는 달리 내 입맛에는 설탕을 뿌린 마아가린..또는 버터를 부드럽게 휘핑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한 그런 맛으로 느껴졌었기에..
예전에 모 방송에서.. 백머시기 님께서 터키에서 카이막을 먹으면서 극찬에 극찬을 했던... 장면을 보고 막연히 카이막에 대한 맛있는 궁금증을 품었던 것에 비하면.. 오늘 카이막과의 조우 뒤 느낌은... '글쎄.. 맛은 있다..만 그 정도는 아닌데??' 그런 생각과 느낌이 들었었다..
근데 오늘의 이 카페는.. 정말 투박하고 허름한 장소 이기는 했다. 지금 당장 공구 몇 개를 채워놓고 창고로 사용을 해도 전혀 아까운 바가 하나도 없다 할 만큼 .. 그런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ㅡ,.ㅡ 카페 입구까지 진입에 있어서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협소한 도로상황에 ..도 불구하고 손님이 많은 것도 잘 이해는 안가고...
하여튼 요즘에는 뭔가 특이하고 특색있으면서 독특하다 싶으면 사람들은 그 수고를 무릅쓰고 잘도 찾아오는 것 같다.
오늘은 하늘이 맑고 파랬었다.전형적인 가을 날씨...
카페 별채랍시고 그옛날 시골집 외양간을 개조해 만든 듯핫 공간의 허름한 창틀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맑고..파아란하늘이.. 정말 예뻤던 하루였었다..

그리고..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이 .. 어슴프레 붉은노을로 바뀔 무렵 .. 마주한 눈부심으로 나의 운전을 방해했던 심술궂은 태양도.. 어느덧 산등성이를 붙잡고 힘에 겨운듯 기대 헐떡이고 있었다. 노을에 물들어 이지러지는 붉은 태양이 녹아내린 듯 산등성이 아래로 기어이 떨어져 버리고 어둠이 어둑어둑 찾아올 무렵에서야.. .기어코(?)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맛난 김에 볶은 멸치를 섞어 몇 개의 김밥을 주워 먹고나자.. 마치 긴 여행을 마친 듯 피곤함이 급 몰려들었다.. 눈꺼플이 스르르 ... 천근 만근 무거워오고 눈을 감고 혼잣말로.. 잠꼬대처럼.. "아이고 나도 늙었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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