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28년 전 즐겨 찾았던 목욕탕을 오늘 다시 찾아 가보았다.. 수풀 우거진 입구를 지날 무렵.. 이게 아직까지도 운영을 하고 있다고? 미심쩍은 마음이 있었으나 모퉁이를 거슬러 올라 비로소 그 넓은 주차장에 두어대 쯤 주차된 차량의 모습이 보이자 그 때서야 아직은 운영을 하고 있음이 확실한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차에서 내려 건물을 보니.. 30여 년 전 깔끔하고 현대적이던 모습은 간데 없고.. 낡디 낡은 외관에 허름한 모습.. 지금이라도 폐가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듯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당시에는 나름 번쩍이고 으리으리한 건물이었는데... 문득 그 때도 목욕을 마치고 나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바라보던 모습과.. 그리고 그 때의 북적이며 오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오버랩되어 ..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길게 줄을 지어 약수물을 받아가던 한켠의 약수터도 지금은 인적없이 황량하기만 하다.. 다만 인적은 없되 물은 여전히 맑게 샘솟고 있었다..
이 맑은 샘터를 찾던 인적은.. 끊기다시피 하였으나 오히려 물줄기는 더 굵게 솟아 흐름이.. 세월에 얹혀 묘한 감상에 젖게 한다.. 이 물을 애써 찾아 마시고 건강하게 백수를 누렸을 사람들은 지금 모두들 여전히 안녕들 하신지...
세월에 따라 거칠게 패인 주차장 바닥의 균열을 보며 입구로 향했다.. 십여 미터 복도 끝에 전당포 창구와 흡사한 매표소가 보이고..
연세는 있으나 고운 모습의 여주인이 반겨준다..
입장료 9천원, 샴푸와 칫솔 ...
나름 반가움의 표현으로 근 30년 만에 와보노라고 말을 건네자 잠시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활짝 웃으며..
"많이 변했죠?" 라고 물어 오신다.
"아뇨 하나도 안변했어요 ..다 그대로네요~"
"아니요.. 많이 낡았잖아요.. 그 때 보다.."
"아... 네.. ㅎㅎㅎ"
엘리베이터를 눌러 부르고 3층에 들어서자 남탕 입구..
역시나 낡은 모습은 보이나 변한 모습은 없다.. 신기할 지경... 신발장에 꽂혀 있는 옷장 겸용 열쇠도 그대로...
탈의하고 발목에 거는데 플라스틱 줄의 일부가 탄력을 잃었는지 툭 끊어지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된다 이발소도 그대로.. 저 멀리 냉기 시원찮은 ..요즘의 냉장고 보다도 훨씬 큰 낡은 에어컨도 그대로...
욕장 출입문이 열리면 슬그머니 베어 나오던 유황냄새도 그대로... 눌러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이 아닌 손으로 밀고 땡기는 수동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니.. 모든게 그대로인 낯설지 않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온탕, 냉탕, 열탕.. 한증막.. 정말 모든게 그대로... 순간 지금 열고 들어온 저 문을넘어 30년의 세월을 타임 슬립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단지 변한게 있다면.. 낡은 모습 그리고 간데없는 사람들...
다시 또 30년의 세월이 흐르면 그 때도 이 곳은 그 만큼 낡은 모습으로 이렇듯 남아 있을런지....
반가움.. 아쉬움... 그리고 까닭모를 서글픔...
묘한 감흥에 빠져 그 옛날 그 때인 듯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길목에 그 때의 식당도 그대로.. 다만 그 때는 한식이었는지 분식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으나..지금은 어느 할머님이 운영 하시는 분식집이었다. 들여다 보니 서너가지의 단촐한 메뉴와 작은 슈퍼마켓을 겸하고 있는 곳...
라면을 시켰다.. 키오스크 대신 낭랑한 목소리로...

사실 슈퍼마켓에서 라면도 끓여주는 형태는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구조.. 문득 이런 곳에서 라면과 소주를 먹었던 누군가가 떠올라왔다... 물론 그것도 그 오래전에....
30년 만에 다시 찾은 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배도 채우고 나오면서 .. 깨끗이 때 빼고 광낸 세월을 다시 걸쳐 입고 출구를 나섰다..
잠깐 되찾았던 젊음은 ..35도의 타는 듯한 뙤약볕 아래 다시 급격히 시들어.. 늙어져 버리고 숨을 막는 쨍한 열기에 다시 비오듯 땀은 흘러 내렸다..
잠시지만 .. 30년을 여행한 기분...
어느덧 주차장에 차랑 댓수는 십여대로 늘어나 있었다..
안녕.. 또 보자... 언젠가.. 니가 굳건하고.. 내가 살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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