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젊은동생(?)...

작성자
vi*****
작성일
2025-05-28 13:47
조회
431

핸드폰에 뜬 이름.. 아버지..   전화를 받았다

"네~ 왜여~"

"뭐하냐?"

"머하긴 일하지..."

"어, 그래? ..  너 집에 건조기 있냐?"

"건조기? 무슨...??"

"아 왜 그..  음식 같은거 넣어 말려주는 건조기..   집에 새거가 있거든..  너 없으면 이거 줄라고~~"

"아.. 됐슈~~..  그거 필요없슈~..  몇 번 쓰지도 않고 괜히 짐만 돼여~~  나 필요없으니까 다른 사람 주셔~~"

"아, 그래? 그래 ~  알았따~~"


연세가 드신 탓일까...  객쩍이 ..전화를 주셔서는 저렇듯..  별 일도 아닌 그런 대화들을 나누게 된다..   아따..노인네.. 건조기..새거라는거 보니까..또

어디서 혹~ 해서..  구입한건 아닌가 몰라... 

옛날부터 그랬다.. 아버지는...   내가 아주 아주 어렸을적 꼬맹이 시절부터..   밖에서 뭔가 희한하다 싶은 물건들을 종종 사들고 오시곤 했다..

거 왜 요즘도.. 남자들의 돈만 들지 쓰잘데기 없는.. 대표적인 취미생활.. 즉, 자동차, 카메라, 오디오...  그런 것 처럼 ..  신기하다 싶은 장난감(?) 쯤에

해당하는 요상한 물건들을 종종 사들고 오셨던 것이다..   어떤 날은 자전거...    어떤 날은 또 런닝머신...  그 밖에 무슨 헬스기기 등등...

자전거는 현관문 밖에서 세월에 삮아 내버려질 때까지.. 타신 적이 없으며..  런닝머신은 두어달도 채 지나지 않아 빨래걸이로 전락했고...  

운동기구들은...  하나 둘씩..   아는 지인들에게 선물(?)로 건너 갔고....

사실 그러고보니.. 그렇게 하나 하나 처분할 때 마다 아버지는 내게 전화를 걸어오긴 하셨었다..

"너 집에 런닝머신...."

"필요없어요~~ 안써요~~~"

...또 어떤 날은..

"너 상체 운동에 좋은..."

"필요없슈~~ 안해여~~"


지금도 기억나는...  부지기수로 많은 물건들을 누구 주기 전이나 내버리기 전에는 항상 전화를 걸어 오셨고.. 나는 한번도 흔쾌히 받은 적은 없었다..

나도 한 때는 그런 아버지를 닮아 희한하다거나 신기한 물건들을 종종 구입하고는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싹~  바뀌었다..  내 나름의 원칙을 세웠던

탓도 있다..   필요하다싶은 물건이 있으면 머리속 염두에 두고..  한두달은 지나고 보자는...   그렇게 몇 달이 지나도 그 물건이 아른거리고 필요하다면..

그 때 구입을 하자는...

근데..   살아보니...  두세달 지나서도 꼭 필요하다 싶은..  어머 이건 사야돼.. 하게 되는 물건은 없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의 충동구매 횟수는

아버지의 그것과 다르게 확연히 확~~..   줄어들었다.  ㅡ,.ㅡ 

근데 이번엔 또.. 건조기라니... 건조기?   도대체 그런건 또 어디서 알고 구입하신겨?..??   


전화 온 김에 통화 중..  아버지가 잘 아시는 젊은(?) 동생..(하.. 젊은 동생이라고 해봐야 72세시란다.. ㅡ,.ㅡ;;) 이  사업을 하는데 이차 저차 해서 내 전화

번호를 알려 주었으니 전화가 오거덩 잘 해주라고... 고정 고객이 될 수도 있다고...

"응? 어디..  거..  또 구천동 상인이유?"

"아냐~~  거기아니고 고색동 어디서 사업해..  왜?"

"아..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나는 구천동 상인은 상대 안해요~~ 그 때 내가 하도 데이고 질려서~~"

"아 그래?ㅋㅋㅋ  아녀 임마..  구천동 아녀~~~"

 

지역감정이 왜 생겨나는지 잘 알겠다 싶게.. 내가 학을 띤.. 그런 소소한 일이 좀 있었다..  그후로 나는 구... 짜 소리만 들어도 내심 떨떠름..모드에

진입하게 된다.. 그래서 미리 확인을 해 본 것인데..   그 지역 상인이 아니라하니.. 일단 안심... ㅡ,.ㅡ  

그치만.. 젊은 동생은 무슨..  나이가 고희를 훌쩍 넘었구만... 젊기는 뭔.. ㅡ,,ㅡ+   대게 그 연세에 이르도록 수십년 장사를 하신 분들은..  보통 짬밥이

아닌 분들..  나는 익히 알고 있다..   거의 뭐  승천만 못했지.. 용이 되려다 실패한 이무기급 내공은 쌓였음 직한 분인게..  안봐도 비디오라.. 

내심 속으로 반갑지는 않았다..   혼자 생각으로 '머.. 별로 영양가도 없겠구만...'  하고 생각을 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저런 분들 때문에 우리나라에 최저임금제... 라는게 생겼을껄? ..    그 만큼 자린고비일 확률이 99% 이상이다..

옛말에 사채업자들이 이르기를 마른 오징어도 쥐어 짜면 물기가 나온다 어쩐다 했다고 했었는데..  저런 분들은 아무리 쥐어 짜도 물 한방울 안나올

사람들 임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그저 순수하신 의도로 전화를 하신 아버지의 의중과는 다르게.. 나는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복잡한 셈을 구사하고

있었다..    어떻게.. 상대가 잘 알아듣기 쉽게..잘 구슬려서 안오시게 할까..  그런 계산을...  ㅡ,.ㅡ;;; 


지금도 딱.. 한 분...  아버지의 친한 동생..이라는 사유로 고객이 되어 나를 짐짓 힘들게 고생시키는.. 아니 머 그닥 힘들것은 없다 해도...  진짜 이 분 

만큼은 내가 하는 일.. 내 가격은 내가 정한다...가 절대 통하지 않는 그런 분이 한 분 계시기에...    지금도 머리 아프다..  

갈데 없다고.. 다른데 가실 생각도 전혀 없으시고... ㅜㅜ  ...   아버지와의 안면만 아니면 그냥 당장이라도 " 다음번부터는 저한테 오지 마시고 가까운

데 찾아가세요~~~"라고 하고 싶어도 그럴 수도 없는... 고객이 한분... 아.. 구천동 터줏대감 되시겠다... 


아 거참.. 내 전화번호는 왜 알려주셔가지고...  은근히 신경쓰이게 하시는지 모르겠넹...    아버지께는 쪼매 죄송스러운 일이지만은..  일단 아버지랑

친하다.. 뭐 어떻다 등등..  아버지와의 인맥을 내세우는 분들은..  아무래도 좀..   기피하게 된다..   나중에 보면.. 내가 내 아버지의 아들이지..

지 아들도 아닌데.. 지 아들인양.. 너무 편하게(? ) 대하시려는 분들도 가끔 계시거덩...    말도 잘 안듣고....


머 어쨌든 아버지께는 알았노라고.. 전화오면 겁나 잘해주겠노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겁나 잘 해 줄 마음은 손톱 만큼 밖에 없으면서.... ㅡ,.ㅡ

아.. 오늘 오후에는 볼 일 보러 출타를 해야하네...   퇴근시간에 물려 차 막히기 전에 빨리 갔다 와야지... 

... 아고.. 개피곤하다. 부친상을 당했다는 선배 형님.. 조문 다녀오느라 안양에 있는 성심병원을 갔다 왔는데..  오후 3시인데도 벌써 차가 많았다.    근데.. 이놈의 동네 머 이래? 깜빡이를 켜면 절대 안넣어 준다.. 해서 할 수 없이 머리부터 들이밀고 들어가서 깜빡이를 키는 B급 신공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다. 

형님의 부친은 올 해 90세가 넘으셨었다고.. 특별한 지병은 없으셨고.. 폐렴이 들어 찾아온 위기를 넘기시지 못하셨다고... 

헌화를 하고 영정사진을 뵈니.. 이 형님하고 똑같이 생기셨다..  역시 피는 못속인다더니... ㅡ,.ㅡ  형님은 그래도 100세까지는 사셨으면 했다며 아쉬워 하시는데.. 그래도 형님 그만하시면 장수하신거에요. 호상이지.. 라고 위로를 해드렸다.. 

내 옆자리에 앉은 이름모를 한 분이 자신의 아버지는 본인이 중학생일 때 돌아가셨다며 ..이 정도면 호상이지요.. 맞장구를 쳤다. "아..그래? 음..그랬구나.. 나는 좀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 보다 더 일찍이 가신 분들 생각하면 아쉽다고 안해도 되겠네.."

"맞아요 형님 요즘 아무리 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 해도 .. 일찍 가시는 분들도 엄청 많아~~" 

대충 이런 대화들을 나누고..  요즘 일이 바쁘다고.. 서둘러 나왔다..  신발을 신으며...

"근데 형.. 왜 나한테는 부고문자 안보냈어?"

"응? 내가 너한테 안보냈드나??"

"안왔지~  나 무시하나 싶어서 내 안올라다가 온거구만"

"ㅋㅋㅋ 미안타~  근데 정말 안갔어? 내가 좀 정신이 없어서 그랬나 보다"

"네~  연락은 안들어왔지만.. 하여간 농담이고.. 내일까지 잘 하시고.. 다음에 뵈요"

인사를 마치고 나왔다.. 

몇달 전.. 익숙했던 장례식장의 모습.. 기시감 속에서 오늘도 이 형님 말고도 다른 호실의 상주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장례식장을 빠져 나왔다..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에 한 번.. 아니 몇 년에 한번 이라도 결혼식장 갈 일은 이제 없는데 .. 장례식장 갈 일만 남아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 ㅡ,.ㅡ 

장례식장이.. 부쩍 친근해진 느낌이다.. 예전과 달리 마음이 불편하지도 않고...   본의 아니게 익숙해지는 친구.. 장례식장... 진짜..  진...짜..      낯설지가 않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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