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네 집.. 미국에 두 달간 여행삼아 들어가신 어머니때문에 .. 혼자 식사를 하고 계실 아버지.. 생각이 나.. 오늘 오전.. 동네 맛집인 추어탕 집에서
4인분 포장을 해 본가를 방문하였다.. 가는 길에 반찬가게에서 젓갈류도 좀 사고...
이제 고령의 연세 탓에 딱딱한 음식은 피하시는 터라.. 부드러운 반찬류를 찾다보니 딱히.. 젓갈류 말고는 눈에 띄는게 없었다..
집에 가니.. 거 왜 솥밥대통령이라고 선전을 하는 조그만 돌솥만한 압력밥솥... 거기다 밥을 하면 불과 5분도 안되어 밥이 되고.. 맛도 있다고...
일반 압력솥이나 전기밥솥 밥 못 먹겠노라고 한참을 자랑을 하셨다..
으잉? 별일이네... 한 평생 손가락 까딱 않던 분이.. 스스로 밥을 지으신다고??.. 나는 머 햇반류 사다가 전자렌지에 돌려 드시는 줄 알았었는데..
아니었네.. 오래 살다보니.. 참 세상 ... 아버지가 스스로 밥 짓는다는 소리 듣는 날도 오고.... ㅡ,.ㅡ
근데.. 이 쬐만한 1~2인용 솥밥이.. 밥도 잘되고 맛도 있는데.. 압력뚜껑과 솥 사이에 압력을 유지시켜 주는 실리콘 압력패킹이.. 불과 5~6개월이면
교체해야 할 소모품인지라.. 개당 8천원 하는 패킹 교체가 귀찮다고 하신다.. 음.. 밥솥 한 개에 십만원 초반.. 1년 유지비용 16,000원 이면...
뭐 그닥 효율적인거 같지도 않은데.. 아무튼 밥 맛이 좋아 바꿀 수 없노라는 아버지 부탁으로.. 고무패킹을 사러 농수산시장 맞은편 가게까지 함께
차를 타고 다녀왔다.. 지난 해... 연세 때문에 보험료가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며 아버지는 자가용을 처분하셨고... 지금은 걷거나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계신다.. 차가 없으니 불편할 때도 있노라고 하시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젊으셨을 적에 한 때는.. 아니지 꽤 오랫동안
운전을 주업으로 하셨던 분... 지금은 굴지의 기업인 모 기업에서 운전기사로 십여년 넘게 근무하신 적도 있고.. 그 후론 택시에 버스에 운수업
기사로 또 오랫동안 대형차량을 운전 하셨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상업에 종사하기 이전 30년 넘게 자동차 핸들을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으셨으며
자영업을 할 때에도 자가용으로 또 그렇게 운전을 계속 하신 바, 수치상으로만 보면 거의 일평생.. 60년 넘게 운전을 해 오셨던 분...
언제부턴가 밤길 운전에 힘들어 하신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었어서... 머지 않아 그 좋아라 하시던 자동차를 처분하실지도 모르겠구나... 생각은
했었는데... 내 예상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빨리 운전을 놓으셨다.. 가만 눈치를 보아하니.. 본인은.. "나는 아니야~ 내가 운전을 몇 년을 했는데~"
하시며 아직도 자신만만해 하시지만.. 가끔 뉴스에서 들려오는 고령의 운전자들의 차량관련 사건, 사고 소식에 .. 스스로도 겁을 먹고 조금 주눅들어
하시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는 했다..
19살 때부터 운전을 직업으로 삼아 이제 80세에 핸들을 손에서 놓으셨으니... 그래도 남들보다는 조금 늦게 손에서 놓은 택이며.. 그 연세에 맞는..
즉, 순리에 맞는 처사...이시라고 .. 생각이 되었다.. 그치 잘하셨지 머.. 80..연세가 작나...
자주 가기 귀찮다고 고무패킹을 다섯 개를 사들고 나오신 아버지를 다시 댁까지 모셔 드리고.. 구경 삼아.. 근처에 보이던 수원농수산물시장에 갔다..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현대적이고 깨끗한 건물.. 편리한 주차시설.. 수산동과 과일동, 채소동을 구분하여 크게 선 건물들이 삐까번쩍 한데...
그래도 제법 분주해 보이는 수산동 건물에 먼저 입장을 했는데... 이런... 손님 보다 장사하시는 분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열에 아홉은
사장님들... ㅡ,.ㅡ;;; 재미로 구경삼아 설렁설렁 들어선건데... 손님이 없으니.. 순식간에 호객하는 사장님들이 여기저기서 달라 붙어서...
제대로 길을 가기 어려울 정도 였다... (..젠장... 부담시러워서 원...)
덕분에.. 시장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한 곳에 잠시 발길이 멈출라치면 쏜살같이 뛰어나와 호객하려는 사장님들을 피해 ... 그저 그냥.. 앞으로 앞으로..
앞만 보고 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 곳에서 유독 싱싱해 보이는 맛조개가 보여 1kg 구입을 하고... ㅡ,.ㅡ 오히려 빈 손일 때 보다 손에 든 봉투가 있자 더 집요하게 달라
붙는 사장님들을 피해 서둘러 수산동을 탈출하고... 앞 동 과일동으로 들어섰다.. 극과 극이다.. 여기는 호객행위가 전혀 없다..
덕분에 편안하게.. 수박이며.. 참외며 국산과일들과 망고며 망고스틴 또는 두리안 등 외국과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가판을 구경할 수 있었다..
여기선 짭짤이 토마토와 수박 한 통을 사고.... 워낙에 시장 구경을 좋아라 하는.. 내 취미(?)에는 좀 맞지않게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지나친 획일화와
규격화로 변모한 시장을 보면서... 그 옛날의 신림동 시장을 떠올리곤.. 비교를 해가며 옛날과 오늘을 살펴 보았다...
옛날 시장이라고 다 불편하고 안좋지만도 않고.. 오늘날의 현대화 된 시장이라해서 다 편하고 다 좋은 것만도 아니더라구... 이런거 말고.. 사람들로
인산인해 북적이는 좁은 시장통로를 따라 걸으며 여기저기 여러 물건들 구경을 하고... 그러다 멀찌감치 떨어져 서서 큰소리로 흥정도 해보고...
그랬던 그 시절이 문득 또.... 그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난.. 마트형 시장 보다는 골목길 시장이 더 좋은가보다....
방금.. 현직에 있는 공대감께서.. 내가 주문했던 교육원 교재를 친히 배달해 주고 갔다.. 실무에서 이 만큼 보기 좋은 책이 없어서 매년 출판되는
전 부문의 책을 부탁하여 구입하고 있는데...
"아. 근데 형님.. 이 책이 실무에서 보기에 좋긴 좋아요? 나 예전부터 그거 물어보고 싶었는데.."
"응.. 이 책 만큼 군더더기 없이 압축 요약된 내용으로 잘 되어 있는 책들이 없어~ .. 이 책들이 제일 좋아~"
"아~ 그래요? 오호.. 그렇구나.."
근데.. 올 해는 모든 책들 표지 색깔이 초록색이다.. 산뜻한 초록색...
"아. 작년에 내가 분홍색 표지를 어떻게 들고 보냐고.. 뭐라 뭐라 지랄 했더니 올 해는 바꿔줬네?" 하자...
"아..제가 그래서 특별히 건의 했어요. 형님 때문에... 분홍색이 뭐냐고.. 암튼 특별히 힘 좀 썼어~ 그런줄 아셔~~" 라고 너스레를 떤다... ㅡ,.ㅡ
아무튼 바쁜 와중에.. 주말 임에도 불구하고.. 신고 업무로 바쁠거라는 나를 배려해서 일부러 수원에서 찾아 준.. 동생..
내가 현직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늘 배려심 많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친구다... 사실 나와 나이 차이도 한 살 밖에 나지 않아서..
언젠가 내가.. "한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데 형은 무슨 형이야~ 그냥 우리 친구할까?".. 했더니...
"시려~.. 친구하는거 보다 동생하는게 얼마나 장점이 많은데.. 계속 형님으로 모실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 하며 한사코 친구삼기를 거부했었던
친구... 사실 세월이 흐를수록.. 말이야 내가 이 친구한테 형님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내 내심의 마음은 친구..같은 동생이다..
때로는 나보다 더 어른스럽고... 때로는 나보다 더 점잖고..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 그래서 비록 겨우 한 살 차이로 내가 형님 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내심으로는 친구로 여기고 있는데...
오늘 본 공대감의 모습에서.. 지난 세월과.. 지난 날 그 어떤 때의 생사고락이 떠올라.. 문득 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한참의 수다 후에..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 든 둘째 딸의 어명 대로 냉면을 사주러 가야 한다며.. 출발을 하였다..
출발하기 전..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수화음.. "아빠, 어디야?.. 어디냐고~" 의 지엄하고 근엄한 목소리가 웃겨.. 나와 공대감은 한참을 웃었더랬다..
"이야... 제수씨 보다 목소리가 더 무서운데? 그치 맞지?"
"네.. 하.. 얘 때문에 제가 아주 그냥 꼼짝마라..라니까요? 하아... 첫째랑 틀려.. 둘째는 얼마나 무서운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이 바쁜 시기가 끝나면..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고 헤어졌다...
내 부탁 때문에.. 택배로 보내도 될 것을 일부러 이 곳까지 찾아준 친구같은 동생.. 동생같은 친구의 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하는 오후의 한 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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