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꽃처럼..

작성자
vi*****
작성일
2025-05-04 12:14
조회
452

8시간을 자고 일어나 창 밖을 보니.. 해가 쨍..하다.  8시간 잤더니 허리가 아파 더는 못 누워있겠네..   일어나 베란다 새싹들에 물을 주고..

나도 물 마시고... 세수하고...

뭐 할까?..  궁리하다가 딱히 할 일이 없어..  설렁설렁 출근해 보기로 한다..  

오는 길에 눈에 띈 이발소에 들러 이발도 하고...  벌초 후 한결 깔끔해진(?) 모습으로 길을 걷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  바람은 시원하고..   진달래와 철쭉이 양 길 옆으로 흐드러지게 만개한 모습..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벚꽃나무와 달리 동서로 가로지르는 가로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이팝나무엔..   아.. 올 해도 하얀꽃이 돋아나 있다... 이제 곧

피려나 보다..  

청명한 햇살 아래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길 한쪽에 철쭉꽃이 끝에서 끝까지 한창이다..  하얀색.. 분홍색.. 붉은색...   그 예쁜 알록달록함 건너

물길을 따라서는..  해마다 억새풀이 장관을 이루는 곳...   근데 올 해는..  키가 큰 억새풀들이 전부 바싹 마른 채 옆으로 길게 쓰러져 있고..

그 사이 사이.. 새로 자라는 푸른 억새풀들이 길게 선 대파..마냥 균일하게 올라와 있다..   

아...  이렇게 억새도 세대교체를 하는구나..     푸릇푸릇한 억새밭 너머 잔잔히 흐르는 그 넓은 강물 위로는..  반짝이는 물비늘...  

원앙 한 쌍이 유속을 감속시키는 시멘트 돌기둥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   따스한 햇살에 물에 젖은 날개를 말리는 지.. 아님.. 졸고 있는 지...

그림같은 일상의 평온한 풍경을 감상하며 빨갛고 파란.. 완충제가 깔린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두어 걸음..  앞서 걸으며 핸드폰 통화 중인 

노년의 아주머니..  통화소리가 들려 온다...    "개...#$% 씹..$$%%....  어쩌고 저쩌고..." ... 

깜짝 놀랬다..  이 목가적인 풍경 아래.. 뜬금없이 들려오는 거친 육두문자 남발하는 소리라니....  @..@;;;   본의 아니게 들려온 바 대로 해석을 해 보면..

통화 상대에게 하는 소리는 아니고..  누군가에게 그렇게 욕을 먹었다고.. .. 그렇게 욕을 해댄 누군가를 괘씸해 하는 내용...    아.. 글쿠나..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추월을 하고...  ㅡ,.ㅡ;;; 

휘어진 산책로 모퉁이를 돌아.. 이제는 바람을 등지고 걸으니..  이제는 송골송골..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이를 지나칠 때나..  아니면 나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나를 지나쳐 가는 이들로부터 들려오는..  짧은 순간의 대화 소리...  

매번 느끼는거지만...  이 집 저 집.. 다 별거없다..  내가 했던 걱정을 그들이 나누고..   그들이 나누던 근심이..  어느덧 내게도 근심이 되고...

사람사는 세상이.. 다 엇비슷하구나..  느끼게 된다.. 


하늘은 파랗고.. 잔잔한 물결은 어여쁘고...  차를 타고 갔으면 못 봤을 길 옆에 활짝 핀 꽃들...    그 중에.. 하얗게 피어 커다랗게 무리를 지은 꽃의

군락은...   문득 떠오르는 단어 '근조()'와 함께..  뜬금없이 누군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이의 꽃무덤이 아닐까... 쓸데없는 상상도 했더랬다..

꽃이 피지 않아도 젊어서 세상을 뜬 이의 무덤을 꽃무덤이라 부른다는데... 생각해 보면.. 우리 말 중 또 하나의 사려깊은 예쁜 단어가 아닐까 싶다.. 


이름모를 풀밭 사이..  드문 드문 하얀 할미꽃.. (사실은 진짜 할미꽃은 아니고 어린시절.. 하얀 백발의 할머니 같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불렀었던

 민들레홀씨)..이 솟아 있었다..    사실 할미도 아닌데 할미꽃이라는 오명을 쓰고 억울하게.. 오랜 세월.. 내게 불리워 지던.. 그..것...  민들레홀씨..

어린시절..  미처 준비가 덜 된..  민들레 홀씨를 꺾어들고 호~ 입김으로 불어 날리다..   얼마 날지도 못하고 땅에 떨어졌던 수많은 민들레 홀씨들은

무척이나 내 원망을 많이 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걔네들도.. 그.. 좀 전에 앞서 지나온 할머니 누님처럼...  "아.. 거..쉐리가.. 아..  개#$#%...

씹@#$%%... 아직 준비 안됐다고~~ 이 개##$%%~~ "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   ㅡ,.ㅡ;;;   


부는 바람에 온전히 맡기고..  희망차게 비상할 민들레 홀씨들은..   이 봄에 또 어디론가로 날려가 ..  죽지 아니하면 또 하나의 질긴 생명력의 민들레로

다시 피겠지....  설령 그 곳이 누군가의 꽃무덤이라 한들...  


봄이 오고.. 또 봄은 가고...  챗바퀴 돌 듯 돌고도는 우리네 삶 속에서..  꽃은 피고.. 또 꽃은 지고...     우리도 꽃처럼..  살겠지...  

근데...  평균수명이 길어졌으니..  이제는 꽃무덤의 나이도 따라 올라가야 맞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아직 꽃무덤 나이?... 아닌가?

그래도 훌쩍 지났나?..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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