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꽃샘추위

작성자
vi*****
작성일
2025-03-16 11:03
조회
471

이 놈의 정신머리...   어제 퇴근하면서 전열기를 끈 기억이 나지 않아 걸어서 출근하려던 계획을 바꾸고 차를 타고 나왔다..

도착해 보니..  전원선이 뽑혀 있네...   다행이다..    찬찬히 살펴보니..  넘어지면 전원이 차단되는 기능은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꺼지는

타임 오프 기능은 없다..   괜히 부랴 부랴 얼굴에 물만 뭍히고 나왔네... 쩝...  

봄인 듯 하더니 꽃샘 추위가 예상된다더니.. 사무실 온도가 썰렁하긴해서 다시 전원을 키고.... 


문득, 생각해 보니..  돈 빌려줬던 친구는 아무 연락이 없다.. ㅡ,.ㅡ ..    힘들겠지.. 녀석의 사정을 아는지라.. 그리고 어쨌든 떼먹을 놈은 아닌지라

그냥.. 가만히 있기로 한다..   몇 번의 시험 고배 끝에..  자신감이 많이 꺾인 녀석...  안타깝다...  올 해는 좋은 소식이 있기를...

꽃샘 추위가 온다하는걸 보니.. 봄은 봄인가 보다..  사실 요 며칠은 날이 포근하진 않아도 예전처럼 살을 에이는 추위는 없었다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마지막 땡깡이라...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봄인가 보다 느슨해질 무렵.. 아차 아니네 싶은 추위 무렵에 기가 막히게 명칭

하나는 잘 만들어 붙였다 싶다...

근데 머.. 사실..  그 기세 등등하고 용맹한 동장군이 그깟 시샘 따위에 이리 할 일은 없고...  계절이 섞이며 한 계절이 물러가는 과도기적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싶다...     그걸 시샘한다며 꽃샘 추위라고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 놓았으니.. 동장군만 억울한 심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할 일이 많아 마음이 불안해 나오긴 나왔는데.. 뭐 부터 손대야 할지 잘 ... 모르겠다... 

가만히 앉아 아래부터 올라오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머리 속으로 차근 차근...   정리를 해 본다...    기왕이면 차도 한 잔 하면서.... 

어제는 외무 고시를 준비하는 첫째 아이가..  조기졸업한 학교에서 운영하는 모 동아리 가입 면접에 합격해서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노라고 소식을

전해왔다..    그 전날 면접을 볼 때 해당 동아리 지도교수가 아이를 알아보고 무척이나 반가워 하였더라는...

겁이 없고.. 뭐든지 부딪쳐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첫째 아이는 사실.. 그런 동아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1학년이 끝나갈 무렵 당차게 지원을 한 적이

있었더랬다..  토익이나..JPT 등 필수 자격요건이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렇게 맹랑한 첫째 아이 면접을 본 지도교수님이..  왠일인지..   크게 너털웃음을 짓더니 마음에 들었는지 조교한테  얘 그냥 합격시켜 주면 안되냐고

했었다고...    당연히 원칙이라는게 있는데 될 리 없었고..  교수는 아쉬워하며 꼭 이렇게 저렇게 해서 준비가 다 되면 그 때 다시 보자고 했었다는데..

몇 년 만에 다시 본 아이를 알아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더랜다..

근데 내 새끼지만 이 녀석이 사실 평소.. 괴짜(?) 기질의 엉뚱한 면이 좀 있는 편이라.. 두번 째 본 면접 내용은 더 웃겼다..

먼저 교수가 면접을 본 다른 아이에게 질문을 했는데..  집에서는 네 결정을 지지해 주시느냐..  하는 질문이었었는데...    그 아이는 "네~  부모님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 주신다 하셨습니다~~" 라고 우렁차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똑같은 질문이 첫째 아이에게 주어졌는데...   글쎄 이 녀석이...  ㅡ,.ㅡ+ ...   "네~ 저는 부모님께서 너만 지원해 줄 수는 없으니 니 앞가림은 니가

하도록 하여라~~해서 저 스스로 이런 저런 방법으로 학비를 마련하고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을 냅다 해버리니..   그만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다 빵~ 터져서 웃음 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ㅜㅜ ..  

사실....   얘 말이 다 틀린 것도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언제 지 혼자 앞가림 다하게 내버려 두었었는지 원...    ㅡ,.ㅡ;;; 

그 대답에 다행히.. 그 교수는 "허허허허..  그래?  음.. 기특하구만" 하며 상당히 흡족해 하는 표정을 보았노라고 얘기하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는데.. 다행히 면접을 본 저녁 무렵 합격 축하의 문자 한 통이 날아 들었고..    녀석은 그 문자를 받자마자 전화를 걸어와

자랑을 했다..  

"응? 합격했다고?  면접?  그래.. 뭐 물어보데?".. 내가 묻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준 에피소드인데...   하여간.. 녀석이.. 딸이라서 더 웃긴 면은 있다..

개구진 아들녀석이었다면..  사내 놈이라 그러려니 할텐데..  얘는...   ㅡ,.ㅡ;;;  ...  어쨌거나 내가 생각하는..  얌전하고.. 조신한.. 그런 딸의 이미지에서는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나 있는 녀석이라..    참 괴짜다..싶기도 하고... 참 별난 녀석이네.. 싶기도 하고..   누굴닮아 저리 당찬 구석이 있나 싶기도 하고...

하여간...  진짜 웃기는 녀석이다...  

퇴근길에..  녀석이 생각나 전화를 했다.. 

"OO아~ 어쨌거나 너 거기 합격해서 좋은 일이 있으니 오늘 저녁엔 맛있는거 먹으려고.. 지금 나 마트에 가는 길이다~~"

"엥?.. 뭐요? ..  나도 없는데... 주인공 없이...  맛난거 먹는다고요??.. 아니 말이여 방구여~~~~"

"에잉... 머 축하는 해야겠고..  다만, 니가 자리에 없을 뿐..  우리끼리라도 축하하면서 맛난거 먹어야지 안되겠냐?"

"헐....   어이가..없..넹.... 나도 줘~~ 나도 보내줘요~~~"

그렇게 전화 상으로 빽빽거리는 녀석과 짧은 통화를 끝내고...   마트에 들러보니.. 오늘은 광어회가.. 싱싱했다..  두 팩을 사고...   내가 좋아하는

호박전을 위해 애호박 하나도 사고...   맛있어 보이는 과일도 좀 사고...     그렇게 좀 둘러보다 보니.. 수산물 코너에  홍합이 싱싱해 보여 그것도

두 팩을 사 왔다..   일전에 선물받은 바지락과 홍합을 섞어 끓이니..   뜨거운 국물이 그렇게나 시원할 수가 없었다..

"이야~~  시원~하다~~" 하니.. 막내 아들놈이.. "아니 아니 뜨거운 거라구요~" 

다시 또 수저를 들고...   "키햐~  거 참 시원하네~~" 하자 또 "아니 왜 뜨거운건데 시원하다 그래요?" 라며 말끝마다 딴지를 걸어온다... 

"야.. 단순히 온도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그.. 머시기....  맛으로서의 시원함이라는게 있는거야~" 대답을 해 주자..

녀석이 대꾸를 해왔다..  "아니..생물시간에 인간의 혀는.. 짠맛, 단맛, 쓴맛...#$#$%%%  어쩌구 저쩌구..#$%#$%" ... 

아직.. 세상 살아낸 시간이 일천한 녀석은..   우리말 시원하다...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물리적..그리고 정신적 상황들을.. 아직은 채 다 이해할 수 없음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차갑지만.. 뜨겁고..  뜨겁지만 시원한.. 그런 오감 위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이제부턴 녀석도 세상의 모진

풍파와 싸우고 때로는 깨져가며..  때로는 이겨내며..  알아가겠지...    그나저나 뜨거운 홍합국물이 이리도 시원할...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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