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세면대 배수관 교체

작성자
vi*****
작성일
2025-03-09 03:52
조회
540

열탕에 걸터 앉아 있는데.. 멀찌감치 맞은편 멀쑥한 청년이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으잉? 누구지?.. "아..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얼굴을 보니... 전혀 모르겠다...  내가 기억 못하는 사람인가?..싶어서 슬쩍 슬쩍 다시 보고.. 또 봐도... 역시나 모르겠다..  속으로만 갸웃 갸웃 거리고 있는 차에.. 그 청년이 내게로 다가와 앉는다.. 키는 180은 넘어 보이고.. 얼굴은 잘생긴 호남형에..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혹시나 몰라보는게 실례가 될까싶어 태연한 척하며 재빠르게 기억속을 훑고 있는데.. 

그 청년이 다시 말을 건네왔다.. "금방 나가실꺼에요? 집으로?" 라고...

"아뇨~  방금 왔어요.. 때밀고  사우나도 하고..  좀 한참 있다가 가겠죠.."  대답을 하며 다소 어눌했던 청년의 발음을 다시 상기해보며..눈치를 챌 수 있었다...

건장한 겉모습 만으로는 알 수 없는.. 순수청년이었던 것...  즉, 몸은 어른이나 정신은 어린아이인..  그런 청년...  

옆에 다가앉은 청년이 말했다 "물이 뜨겁지 않나요?"  

"아..네~  그러네요 뜨겁죠.. 뜨겁네요"

대답을 하며 청년의 눈을 보니..  사슴의 눈망울 처럼 맑고..  악의가 없는 그야말로 순수한 눈빛의 사내... 딱 그랬다.. 

그렇게 나와 몇마디를 더 나누고.. 이번에는 건너편에 앉은 또 다른 사내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더니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물이 뜨겁지 않냐고... 

갑작스레 질문을 받은 중년의 남성으로부터 대답이 시원치 않자 일어나 멀리 냉탕 옆에 걸터앉아 계신  연세가 지극해 보이는 노인분께 또 안녕하시냐며 인사를 건넨다.. 잠시...  그렇게 욕탕 안 사람들.. 여기저기에 인사를 하며 청년을 알 리 없는 사람들로서는 처음엔 다소 알아듣기 힘든  어눌한 발음으로 계속 말을 건네고 다니는 그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영혼이 맑은 어린아이와도 같은 그  모습을...   모든게 신기하거나 궁금하다는 듯한 그 모습에... 슬며시 웃음도 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저렇게 건장하고.. 외모 수려한 청년의 영혼은 불과 일곱?  혹은 여덟 살  쯤의 어린 영혼이라는 것이.... 

아.. 나보고 금방 집에 갈꺼냐고 물었었는데..  혹시 무슨 도움이 필요했던걸까?.. 싶어 뒤늦게 그 청년을 찾아 보았었는데 이미 목욕을 마치고 나갔는지.. 더 이상 청년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었다..  

설마... 혼자오진 않았겠지.. 무사히 귀가는 잘 했겠지.. 그렇게 잠시의 염려를 내려놓으며..  그 청년의 무사귀가를.. 빌어.. 주었다..  

한증막 안... 

멋모르고 문열고 들어오려다가 화들짝..  놀라게 만드는 뜨거운 열기에 황급히 되돌아 나가는 사람들이 가끔 보이는... 그 뜨거운 공간 바닥에 자그마한 모래시계가 있었고...  한껏 자세를 낮추어 바닥에 앉은 내게 이번에도 누가  또 말을 건네왔다

"이거..(모래시계를 지칭하는 소리).. 한 십 분..쯤 되려나요?" 

"글쎄..요..   모르겠네요..  어라? 아...  몇 분 짜리인지 써있지도 않네요"

5분이라기엔 너무 길고 10분 쯤이라면 왠지 맞을 것같은 모래시계가 3번째 다시  뒤집혀졌을  때 ..  "아..이거 5분 짜리는 절대 아니겠네요" .. 한증막을 나서며 아까 물어왔던 그 사내에게 덧붙여 답을 하고 .. 벌거벗은 일상의 욕탕 안 모습으로 복귀를 하였다.. 

목욕을 마치고 귀가길엔 철물점에 들러 세면대  하부의 배수관을 구입해 왔다..

(교체 후의 모습)..  

일전에 한번 교체를  하긴 했었는데 그 뒤로 왠일인지 물빠짐이 영 시원치 않았었고 오늘 철물점에 들러 물어본 후 그 사유를 알았다..  오버홀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문인데..   25년 이상 철물점을 운영 중이신 사장님은 대번에 알아듣고 그에 맞는 부품을 알려 주셨다.  

역시.. 짬밥과 연륜은  아파트 단지명 만 들어도 해결책을 단번에 파악하시더라.. 

교체 후 물빠짐  소리 시원하게 소용돌이 치며 내려가는 것을 보니 막혔던 속이 다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건 그렇고... 간밤에 뒤숭숭 했던 꿈자리... 괜스레 잠을 설치고 일찍 눈을 뜬 창 밖으론..  뽀오안 안개가 자욱하다..

다시 잠을 청해  꿈속에 뒤숭숭했던 사건들을 정리해야겠다.  꿈에서 갑자기 현실로 돌아간 나 때문에 꿈속의 인물들이 우왕좌왕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아무리 꿈이어도 그딴식으로 마무리되면 안되지..암암...   다시.. 눈을 감고 누워 그 열 받았던 현장으로 재접속을 시도해 봐야겠다...  아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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