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각독기 (刻毒氣)

작성자
vi*****
작성일
2025-02-20 14:38
조회
539


요즘처럼 시원한(?) 계절에 그냥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 제주무 하나가 보여..   내 손으로 깍두기를 담았다..   하다보니 이번엔 양념 양 조절을 잘못하여 양념이 너무 많이 만들어진 관계로..  추가로 두 개의 무를 더 사다가 깍두기를 담았다..    그러..나...    그래도 양념이 남았다..  ㅡ,.ㅡ;;; 
깍두기..는 우리말..   원래는 각독기..라고 쓰는 한자에서 음을 차용하여 이르는 김치류의 한 종류인데..  
그 유래가 조선왕 순조시절 숙선옹주가 만들어 임금님께 진상했던 일에서 유래하여 우리의 전통음식..  즉, 전통김치 중 한가지가 되었다 한다.. 
순조의 부친은 정조..    그 정조왕에게는 중전인 정선왕후와.. 후궁인 유빈 박씨가 있었는데..  정실 즉 중전에게서 태어났던 공주와 왕자는 모두 유아기 무렵 병으로 잃고..  후궁인 유빈 박씨에게서 얻은 순조와 숙선옹주가 무사히 성장하였다 한다..   
유아기 무렵 생존율이 높지 않은 것은 일개 백성의 여염집이나 궁안이나..  다를 바가 없어서..  그렇게 어렵게 얻은 왕자와 공주를 정조는 무척이나 예뻐라 했다고 한다..      자라면서 남매 간에 우애도 각별하였는지.. 훗날 정조가 승하하고 왕이 된 순조는 하나 뿐인 누이에 대한 애정이 정말이지 특별하였었다고 한다.  옹주가 신랑을 간택하여 혼인을 치르고 궁을 나서 궐 밖 사가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무렵...  원로 대신들의 유례가 없다는 반대를 물리치고 친히 사가를..  그것도 수시로 방문하여 그 사는 모습을 살펴보기도 하였다 하고...    하여간에 하나 뿐인 누이를 끔찍히도 아꼈음은 사서에도 넘치게 기록되어 있다 한다..  

정조의 승하로 어린 나이에 왕이 된 순조.. 그로인해 자연스레 수렴청정을 하게 된 정조의 부인 즉, 정순왕후가 그 때까지도 왕의 자손으로서 그에 합당하는 이름과 작호(벼슬, 계급)가 없던 유빈박씨의 딸 (차후 숙선옹주)에게 너그러운 아량을 또는 특혜를 베풀어...  일반적으로 정실이 아닌 후궁에게서 난 딸에게 붙이는 옹주..라는 봉작보다 한 단계 위의 계급을 수여할 것을 고려해 보라고 대신들에게 하명하였는데...  
대신들이 일제히 반대하여 말하기를..  선례가 없으며 또한 이러한 선례를 만들어 후대에 잘못된 관행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극구 반대하였다 한다..
반대의 의견이 올라오면 또 다시 "경들은 다시 생각해 보라.." 라며 옹주 위의 계급을 수여할 것을 고집하던 정순왕후는..   급기야 몇 번 반복되는 핑퐁게임같은 밀고 당기기 끝에 .. 나는 한번 내어뱉은 말은 꼭 지키고야 마는 사람.. 이라는 다소 감정 섞인 하교를 하게 되고...    도리어 그것이 대신들에게 책을 잡혀...  모름지기 군주란 잘못된 것이 있을 때 바로 인정하고 고칠줄 알아야 하는 법이거늘.. 어찌 한번 한다하면 재고함이 없다는 속좁은 도량을 보이냐는...  머 그렇게 또 대신들에게 한방 맞게 되고...   결국엔 정순왕후가 두 손 들고 과거의 예대로 옹주로.. 하여 숙선옹주라는 작위를 수여하게 되었다 한다.. 

그 기록을 중간에 보면.. 정순왕후가 대신들에게 이르기를...  뭐 세상에 예외없는 게 어디 있다고.. 째째하게 글자 하나 가지고 그렇게 기를 쓰고 반대할 건 뭐있냐.. 식의 이야기가 있고...  대신들이 정순왕후에게 고하기를..   글자 하나에 불과할 지언정 선대의 예와.. 후대의 선례 됨을 고려하여 지켜야할 원칙과 근간은 지켜져야 맞지 않겠느냐고...  하는 이야기가 있고..     서로 팽팽히 설왕설래했던..  논리와 약간의 기싸움(?) 같은 것도 살펴보다 보니..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글을 통해서 품위있게 돌려까듯 상대를 은근히 질타하는 듯한 모습도..  재미있고...   하여간에 학창시절엔.. 지금의 국회에서 처럼 궐 안에서 당파싸움이다 해서 서로 멱살쥐고 싸웠는 줄 알았는데...   참 품위있게 서로 다투었구나... 싶어 슬며시 웃음도 났다.. 

아무튼.. 하여간에... 그렇듯 순조와 정조.. 두 왕의 보살핌과 어여삐 여김을 가득 받고 살았던 숙선옹주가..  깍두기라는 김치를 만들어 순조에게 진상을 하였고.. 그게 돌고 돌아 민간에도 퍼져 오늘날 깍두기의 유래가 되었다 하는 썰이 .. 있다...   어쩌면 먼저 민간에 퍼져 있던 깍두기 레시피를 숙선옹주가 알게 되어 만들어 본 바,  오호 이거 괜찮은데?  싶어 왕께 진상을 했을 꺼라는 썰도 있고...  
그 당시...  조선 전국적으로 배추가 흉년인 바, 배추 대신에 거의 모든 김치류에 무우를 대체재로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깍두기가 생겨났었을 꺼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다...  

내친김에 숙선옹주의 출생과 일생에 대해서도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그리 오래전 인물은 아니더라구...  나보다 불과(?) 218년 전에 태어나셔서는 한평생 기품있게 살다가신 왕가의 후손...    그렇더라구...   그 분이 쓰셨다는 시조들이 그 분의 신랑이 쓴 문집에 남아있다 하여 읽어보니...  아닌게 아니라 시조 한 수 한 수에서 느껴지는..  품위.. 가 있더라구...   참 대단한 양반이셨구나 싶다..  
그 분이 쓰신 시조를 보면서 ..  옛날 사람이 오늘날 현대인들보다.. 상식이 부족하고... 왠지 모르는게 많고...  뭐 그러지 않을까 했던 선입견은 깡그리 깨어졌다..   지금의 내가 머리를 싸매고 궁리를 해도 써내지 못할 기품있는 시조...   거기에서 느껴지는 깊은 통찰과... 관찰력.. 그런것들을 보면서...   어쩌면 옛날 사람들이 지금의 가볍기 그지없는 사람들 보다..  더 현명하고..더 생각이 많고..  더 어른스러운... 뭐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전하는건.. 과학과 기술이지... 인품과 성품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     현대인을 조선시대에 갖다 놓으면.. 천한 놈 소리를 들을 지언정.. 조선시대 사람을 현대에 갖다 놓으면.. 그래도 여전히 양반소리..  는 듣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아무튼.. 깍두기 하나 담그다가..  나도 모르게 살짝~..  숙선옹주라는 분의 매력에 잠시 빠졌었는데...    숙선옹주와 깍두기....  음.. 재밌다...

새로담근 깍두기엔 양파를 좀 많이 갈아 넣었던 관계로 약간 씁쓰레 하니.. 쓴 맛으로 당황했었는데..   다행히 약간의 간을 더하고 하루 정도 지나니..  오히려 더 맛있게 느껴진다.. 다행이다.. 

새송이버섯을 썰어 버터로 살짝 부친 후..  간장, 고추가루 양념으로 졸이고...
좋아하는 골뱅이 숙회도 삶아내고...
왠지 보기에도 싱싱해 보이고.. 살짝 달근한.. 냄새가 나는 듯해 2팩을 사왔는데..  삶아놓고 보니 정말 기대에 부응... 이 아니라 훌쩍 뛰어 넘을 정도로 진짜 맛있었다..    근데 애들은 이걸.. 징그럽다고 잘 못먹네... ㅡ,.ㅡ?..    이 맛있는 걸....     초장 찍어 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애들은 그저 치킨..아니면 피자, 햄버거...   이런 아이들이 자라나서 먼 훗날이 되면..  우리나라의 먹거리 다양성도 많이 단촐해 질 것 같다..    
미역? 골뱅이? 순대? ..그게 먹는거에요?..네? 옛날엔 먹었다구요? 헐.. @.@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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