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뒤늦은 김장을 했다.. 절임배추 10kg.. 작년 김장이 많이 남아 있는 사유로 올 해는 간략히... 덕분에 무 채 썰고 시작부터 찹쌀로 풀 쑤고, 육수내고, 버무리고 속 집어 넣고..모든 설거지 마무리까지 2시간여 정도에 끝낼 수 있었다.. ㅡ,.ㅡ ... 너무 빨리 끝나니까. 뭔가 허전했다...
언제나 김장 끝의 마무리는 보쌈 잔치.. 돼지 앞다리살로 수육을 삶고 새로 한 김장양념에 싱싱한 굴과 함께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예전에 비해 김장 담그기가 한결 편해졌다.. 사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절임배추.. 중 어느 것을 구입해도.. 모두 평균 이상의 맛과 품질이 보장되는 바,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배추를 나르고 욕조에 배추를 절이고.. 하는 뭐.. 그런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서.. 요즘의 김장.. 정도는 머.. 일도 아니다.. ㅡ,.ㅡ;;; 남들은 고무장갑을 끼고 하던데.. 나는 원체 고무장갑 착용하는 번거로움과 갑갑함을 싫어라 하는 관계로 맨손으로 하다보니.. 모든 작업이 끝난 후.. 그 때서야 얼얼하게 손등부터 손바닥까지.. 매운 통증이 올라오긴 했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없어지긴 했지만...
나는 왜 김장하는게 좋을까.. 문득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동네 아줌마들 모두 삼삼오오 한 집에 모여 시끌시끌.. 서로 품앗이로 김장을 도와주고.. 수육을 삶아 나눠먹으며.. 흡사 잔칫날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던... 그런 기억이 무의식 속에서.. 김장에 대한 호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그 때의 잔칫날 같은 흥겨움이... 보기에 참 좋아 보였었나 보다.... 다행히 지금은 그 때의 동네 아주머니들 대신에 아이들이 달려들어 서툰 손놀림으로 .. 그래도 배춧속 하나 하나 채워 넣는것을 보며... 그 때의 흥겨운..그런 분위기를 되뇌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장을 하는 와중에 중간 중간 설거지도 재빠르게 해치우는 통에.. 김장이 끝난 후.. 별도의 설거지 꺼리가 없자 아이들이 김장업무에 최적화된 사람이라며 엄지척을 날린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김치에 열심인 사람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 싶다.. 제 아무리 중국이 김치의 원조가 지들꺼라고 우겨도.. 김치 냉장고 자체를 모르는 그네들에 비하면... 왠만한 냉장고 보다 더 큰 김치 냉장고 하나쯤은 집집마다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김치의 원조국으로서 그 처음과 끝이 아닐까 싶다.. 입맛 자체도 한국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도 같다.. 나도 어린시절에는 김치를 즐겨 먹거나 자주 먹는 편이 아니었었는데... 나이를 먹고나니 변했다.. 김치없이 밥을 먹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할 정도로... 가만 보면 지금의 내 아이들도 김치를 즐겨 먹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꾸준히 매년 김장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 아이들도.. 조금씩 변해갈 것임을 알기 때문에... 어느날인가에는 지금의 나처럼 내가 이렇게 김치를 많이 먹었던가?.. 하는 날이 올 것을.. 알기 때문... 일 지도 모르겠다... 간편히 사먹을 수 있는 시중에 넘쳐나는 기성품 김치 대신에..이렇듯.. 직접 담궈먹는 김치의 맛과...흥.. 그 분위기를 아이들이 부지불식간에 .. 체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도 있다...
그나저나.. 오늘은 2024년의 마지막 날... 12.31일 이다..
지난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우여곡절이.. 생각해 보면 꽤 많았다.. 닥치면 어떻게든 한다..내지는 된다.. 는 생각으로 버텨온 시간들이 길었고.. 여느 때와 같이 그렇게 하거나 되거나... 해 온 시간들이었다.. 돌아보면.. 타이밍이 우연이라 하기에는 신기할 정도로 기가 막히게 잘 맞아 떨어져서.. 큰 과오없이 염려하던 일을 마무리 하던 날도 있었고... 이런건 어떻게 하는걸까?... 막막함에 주저주저 하는 사이.. 신기하게도 작은 실마리가 해결의 단초가 되어.. 실타래 풀리듯 풀려 나간 일도 있었고... 그런 때는 ..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도 들었었다.. 조물주가 되었든 무슨 무슨 잡신이 되었든 미지의 뭔가가 있어 이렇게 하나 하나.. 배우고.. 익혀가도록.. 그 때 그 때 적절한 타이밍에 이런 과제를 던져주는건 아닐까?.. 하는.. 뭐 그런 생각도 들었을 정도로.. 2024년의 한 해는.. 신기하고.. 오밀조밀하게... 재밌는 한 해.. 이긴 했다...
예전 어느 때 같으면.. 종무식으로 설레었을 시기.. 이겠지만.... 홀로 선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딱히 종무식이라고.. 할 것도 없는 바... ㅡ,.ㅡ;; 하지만 오늘은 관공서도 그렇고.. 모두들 일찍 일찍 파하는 분위기일테니.. 오늘은 이른 조기퇴근을 해보려 한다..
부딪치고 깨져가며 배운 올 한 해의 기억들이... 진짜 새삼스럽다...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늘 느끼는 단상이겠지만... 언제 또 이렇게 1년이 지났냐..하는 단상은 올 해도 어김없이.. 조금은.. 마음을 스산하게도 한다.. 하나씩 더 나이를 먹어갈수록.. 매년 1월 1일이 되면.. 그 때부터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 날짜의 흐름이... 진짜 체감이 된다.. 예전에는 언제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냐... 지겨워하는 그런 마음이었다면.. 요즈음에는 마치 개천물 흘러가듯 흘러가는 시간이 눈에 보이는 듯 한 느낌이니까... 시간이 20대엔 20km로 지나고 40대엔 40km로 지나고... 80대엔..... 어쩌고 하는 일상의 공식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따라서.. 내일이면 열릴.. 2025년은 올 해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지나가겠지... ... 안봐도 비됴지 머... 한 해의 마지막날에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는 썰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눈썹이 하얗게 새본 적은 없이.. 일찍 일찍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심지어 새 날의 카운트 다운도 보지 않고...
근데.. 오늘 만큼은.. 적어도 5..4..3...2..1... 새 해가 열리는 카운트다운을 보고 잠자리에 들까 한다... 자면서 맞이했던 새 해와.. 눈 뜨고 맞이하는 새 해는.. 뭔가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ㅡ,.ㅡ 눈 똘망똘망 뜨고 반겨주면 2025년도 뭔가 반가움에.. 조금 느리게 지나쳐 주는 아량을 베풀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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