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손글씨..

작성자
vi*****
작성일
2024-12-13 17:50
조회
613

나는 손글씨..쓰는 것을 무척 좋아라 한다..   어디가서 누구를 보게 되든.. 그가 글씨 쓸 일이 있으면 그 사람의 글씨는 어떠한가 유심히 보는 편이다.. 어느 날 마트에서..  무슨 이벤트 응모하는 란에 간단히 간략한 정보를 기재할 일이 있었다..   내가 쓰기 전 어느 노령의 신사분이 글씨를 쓰시는데...  진짜 명필이신거다..    정말 잘 쓴 글씨는 그 자체로 그림처럼 느껴지는데 그 분의 글씨가 그랬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쩜 그리 글씨를 잘 쓰시느냐는 제스춰를 취하자..  부끄러운 듯 껄껄 웃으시고는 떠나셨다..   가시고 나서 그 아래 비참한(?) 내 글씨를 적으면서도 눈은 바로 윗 칸의 호쾌한 글씨체에 가서 꽂혀 있었다..   아.. 진짜 마음 같아서는 그 분을 붙잡고 글씨 잘 쓰는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으나..   좌우앞뒤로 쏠려 있는 눈이 많아 차마 그러지는 못했었다..   

최근에 모처의 방명록에서 하늘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하는 모 기관장의 방명기록을 볼 수 있었다..   그를 비추고 있던 후광이 싹.. 사라지고..  '뭐야 이거?'..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었다..  딱 초딩글씨...  그랬다...      실망스러웠다..  솔직히 내 글씨만도 못한...  ㅡ,.ㅡ;;; 

틈나는대로 흰종이에.. 이면지에..  때로는 수첩에..  부지런히 글씨를 적으면서 나름 글씨 모양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는데...  그간 쌓여온 습관 내지는 버릇 때문에.. 획 하나 날리는 습관을 고치는데에도..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처음의 습관.. 가장 처음 배울 때의 그것이 이리도 중요함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잉크펜으로 글씨를 쓰면..  글씨가 는다는 말이 있어서...  그 옛날의 잉크병과 펜을 다시 한번 주문을 해볼까.. 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이태껏.. 수십년 동안.. 글씨...  라는 스트레스 아래 살아오고 있었다...    어디가서 글씨라도 쓸라치면.. 개발새발

이라고 누가 말은 안해도 속으로 흉보는거 아닐까.. 괜스레 신경이 쓰이고... 눈치 보이고..  위축되고 ...  그래 왔었다...   내 글씨는 또 다른 내 부끄러운 면 중의 하나였었다..  아주 아주 명백히...


며칠 전이다..   어떠한 상황 때문에...  빠르게 받아 써야 할 일이 있었는데..  모두들 주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가 그 총대를 매고.. 휘리릭 날리는 글씨로 열심히 받아 적은 일이 있었다..   평소에 즐겨 잡지 않던 약간 도톰한 싸인펜으로...  대신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그 느낌을 느끼며 그렇게 한참을 써내려 가고 있는데 ..  누군가 뒤에서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  글씨 잘 쓰시네요~" 라고..  

그 순간 부끄러움과 놀램이 겹쳐 중심을 잃은 말처럼 잠시 갈짓자로 글씨가 횡보하기도 했었지만..  거의 난생 처음 들어보는 류의 칭찬에 속으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잠시..  좋았었다..  내 글씨가 다시 보니 잘 쓴 글씨는 아니라는걸 객관적, 주관적으로 통틀어 봐도.. 단박에 알 수 있기 때문에... 대신 그저.. 속으로.. '저 사람은 얼마나 글씨를 못 쓰길래.. '.. 라는 생각을 하였다.. 

요즘도 가끔 유튜브에서 예쁜 손글씨로 직접 쓰는 장면을 올리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다보면....  아.. 하고 턱은 쫙 벌어져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그리고.. 너무 부럽다...   지나친 오바.. 이겠지만.. 심지어 나는 글씨가 바르고 예쁜 사람은...  그 사람 자체도 바르고 예쁜 사람...    글씨가 악필인 사람은 그 사람 자체도 악필일꺼라고..  생각하기에...   글씨는 그 사람의 내면과 외면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창..이다..  라고 내 주관을 고집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정신나간 소리일까?.??..   아무튼...   지금도 나는 여전히.. 손글씨를 즐겨 쓰고 있으며...  어쩌다 가끔 맘에 들게 씌여진 글씨를 보면..  어떻게 해야 다시 또 이리 쓸 수 있을까를 궁리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며칠 전...    손글씨를 위한 볼펜을 십여 자루 주문했다..   개당 몇 백원 정도의 값싼 볼펜이지만..  손에 잡히는 느낌이나 미끄러지는 감촉이 너무 맘에 들었던 볼펜이기에..    아낌없이 투자를 했다... 그래봐야 돈 만원 미만...   ㅡ,.ㅡ;;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손글씨에 집착을 하다보니.. 덩달아 자연스레 필기구에도 관심이 많이가고 신경이 쓰이는 것을 ..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도착한 볼펜을 잡아들고.. 하루 한 두 페이지 씩은 꼭 손글씨를 쓰고 있는 요즈음 이다.. 

언젠가.. 어느 날인가에는..  제 아무리 악필이라 한들.. 개선이 되겠지..  이렇게 하루 하루 쓰다 보면.. 조금씩은 나아지겠지..  그렇게 막연한 생각을 하며...  오늘도 나는.. 아직은 정갈하지 못한.. 아직은 전혀 멋스럽지 않아 보이는 손글씨를...  써내려가고 있다...    날려도 써보고..정성들여 한 자 한 자 눌러도 써보고....  바짝 쥐어 잡아도 보고...  널럴하게 길게도 잡아보고...  팔꿈치의 위치도 바꿔보고....  아...  기울어진 머리 각도도 바꾸어 보고....  

부디 더 늙어 기력이 떨어져 손에 쥔 볼펜이 달달 떨리는 나이 이전에...  나의 손글씨가 예쁘게...    탈바꿈하여.. 재 탄생할 수 있기를.... 고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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