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전남 소안도로 봉사활동을 갔던 아이들이 돌아왔다. 차로 6시간 다시 완도에서 배로 2시간 더 들어간 그 곳에서의 주된 봉사활동은 벽화 그리기 였다고 한다. 새벽에 출항하는 선장님들이 마을을 돌아보면 뭔가 심심해서 바다에서 훤히 보이는 마을의 벽면 마다 크게 그림을 그려달라 했다고....
미대생들이 주축이 되어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조로 나뉘어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렸다는 그림... ㅡ,.ㅡ;; 3박4일이 아니라.. 7박8일 쯤이면 어땠을까..싶다)
고마운 마음에 선장님들은 전복이며 가리비며.. 한아름 따다가 간식도 제공해 주고.. 아이들을 모두 배에 태워 바다로 나가 전복양식장 견학도 시켜주었다고...
선상에서 선장님이 만들어준 전복버터구이가 별미 중에 별미였다고 자랑이.. 어마무시 했다..
이야기를 듣던 중에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섬에서 자라고 있는 예닐곱 명의 어린 학생들 이야기였다. 때묻지 않고 순수하고... 붙임성 좋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오빠, 형.. 또는 언니라고 부르며 첫날부터 친근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그렇게나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한다.
비록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그 옛날 고립되고 낙후된 섬마을 이야기는 더 이상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래도 딴에는 오랫만에 뭍에서 온 대학생 형,누나들이 무척이나 반가웠는지.. 천사같은 아이들이 봉사단 일원의 이름을 하나 하나 외우며 스스럼 없이 다가오는 모습이 정말로 좋았다 한다..
그 얘기를 듣다 보니.. 내 어린시절.. 아랫집에 사는 나보다 2살 어린 동생의 시골에 따라 갔었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 때도 전라남도 땅끝마을...
서울에서 온 촌놈인데도 불구하고.. 마을에 살던 내 또래 아이들이 모여들어 이내 친하게 어울려 놀았었다.. 나보다 한두살 쯤 많았던 형을 따라 과수원 오두막에서 오목도 두고.. 수박서리 해봤냐고 물어보던 형이.. 안해 봤으면 해보자고.. 재밌다고..해서 밤에 같이 수박서리도 해보고... 아... 그 때 그 형이 이유는 모르겠는데 나를 특히나 예뻐라 해서 꼭 같이 데리고 다니면서 수영도 가르쳐주고.. 개구리도 잡아주고 그랬었는데... 개구리 잡는 요령이 그 때는 별거 없었다.. 형이 긴 막대기를 들어 개구리가 있을 만한 풀 숲에 푹푹 찔러 넣다보면.. 두 세번 중에 한번은 뾰족한 막대기 끝에 꿰인 개구리가 잡혀 나오고는 했었다... 음.. 내 기억에 구워서 먹어보겠냐던 형의 말에 그러지는 못할것 같다고 해서.. 잡아내는 족족 그냥 버려지기도 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개구리가 잡힐 때마다 우와~ 감탄을 했던 내 리액션 때문에 애꿎은 개구리 십여마리가 목숨을 잃었었네... ㅡ,.ㅡ;;;
또 놀러 오라는 그 형의 인사에 그러마 라고 대답을 하곤.. 40여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한번을 그러질 못했다는.. 아쉬움이.. 이 늦은 나이에 불현듯 나를 애상에 잠기게 한다...
살이있다면.. (어느덧 '살아있다면' 이라는 전제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음이.. 괜히 또 씁쓸하당..) 그 형도 내 나이 또래 쯤되어 어디선가 선장님 소리를 듣고 계실지.. 아니면 반짝이는 도시의 어느 불빛 아래에서 쏘맥 한 잔을 들이키며 하루의 회포를 풀고 계실지 모르겠는데... 문득.. 긴 세월동안 고맙고 .. 재밌었던 형으로 잊히지 않고 내 추억의 한 장을 차지하고 있는 그 형님의 존재가... 그립다...
시골이 없어 방학 때면 늘 시골에 간다는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만 했던 내가... 우연한 기회에 동네 동생의 시골에 따라가 며칠 따라 묵으면서 겪었던 경험이... 평생을 가도 잊히지 않는.. 마음 따뜻한 값지고 소중한 시골에 관한 기억으로 남아 있음을 보면서... 그 때는 몰랐던 어느 날의 하루 하루가.. 이렇듯 보석같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았었구나.. 돌이켜 보게 되는 오늘이다..
아마도.. 지금은 미처 인식을 못하겠지만.. 봉사활동을 다녀온 아이들도 언젠가 이 때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땡볕 아래 벽화를 그리던 그 때의 기억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값진 추억임을 깨닫게 되는 때가 오겠지...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아빠가 살아 생전에 했던 얘기가.. 아.. 이런 느낌을 말하는거구나.. 느낄 때도 올 것이다.. 데자뷰처럼 내 아이에게 찾아와 만들어진 추억 하나가 ... 언제고 다시 보석같이 영롱한 추억으로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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