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일단... 귀가...

작성자
vi*****
작성일
2024-12-01 19:08
조회
549

한 고비를 넘기신 후..  다시 찾아 올 고비가 언제인지 기약할 수 없어.. 일단은 귀가를 했다...  

오는 길에 차는 막히고..  안은 따뜻하고..  괜히 피곤했던 며칠의 여독이 몰려오는 지..  끊임없이 하품을 하며 운전을 하는 통에... 너무나 힘든 운전이었다... 원래 장단거리 가리지 않고 운전을 즐기는 편인데도.. 오늘의 운전은..  피곤하기 이를데 없었다.. 

모니터에 뜬 숫자는 변함없이 안정적인데..  약기운이 떨어져 통증이 밀려오는 시점엔 오히려 맥박 수가 상승을 하곤 했다..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의 크기가 얼마나 되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르신도.. 지켜보는 사람도...  이건 서로에게 못할 짓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생각이 들었다..  아버님의 바램대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현실..  맞는 말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이제 쯤 혼수상태로 들어가고 계신 단계라고... 난생 처음 지켜보는..  생명이 꺼져만 가는 모습에...  만감이 교차하고...  씁쓸하기만 한 것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호스피스 병동에선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아니었다..  호스피스 병동에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하루 하루...   산소마스크를 쓰고 숨가쁘게 몰아 쉬는 숨 속에서도 .. 그렇게 한 번을 더... 또 한번...  그렇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가느다란 삶의 희망은 있었다..
아버님 옆 환자는.. 목사님이셨다.. 51세...  흑색종이 전신에 퍼진...    20대 초반 쯤 보이는 그 목사님의 아들은..  회의와 번민에 갈등하다가 교회에 발길을 끊은지 오래라 하고...    독실한 장로님이셨던 장인어른의 둘째 아들..즉, 둘째 처남도..   그 어떤 배신감과 속상함에.. 교회를 안나간지 오래고...   이야기를 듣노라니.. 내 머릿속에도 의문은 떠올랐었다.. 목사님이?..  그것도 그 지독하다는 흑색종으로?...  라는....   아직은 총명하게 핸드폰을 붙잡고 여기저기 통화를 하고 계시는 목사님께.. 아무 말..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생각이 들기는 했었다... '하늘에 계시다는 분....   이러시면 안되는거 아냐? 이건 너무 하시네...' ...라고.... 

일전에 모 목사의 설교를 듣고 아연실색했었던 적이 있었다..  한참 잘나가던 사업이 망해... 나머지 재산을 끌어 모아..  비닐하우스를 짓고 특별작물 농사를 시작한 교인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해 불은 태풍에 모두 잿더미로 변하고...   두 부부 모두 암이 발병하여...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은 사면초가에 닥쳤는데...   그 와중에도 감사기도를.. 감사헌금을 드리는 모습을 보고...  진정한 교인으로 존경받아야 한다고..  모든 교인들의 모습이 이와 같아야 한다고....  

지독히 불행한 두 부부의 신앙심에 감동받은 목사는 그렇게 설교를 이어갔지만...    내 입에선.. 나즈막히... "저...새끼가.." 라는 혼잣말이 새어나왔었다..    신자들의 기도가 그저 기복신앙에 그치거나.. 내세의 영생 따위의 갈구에 그치는 것을 경고하는 것에는 마땅히 동의 하나...  그와 같은 시련을 주심에도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고?..  미친거 아냐?.. 내지는 .. 그러면 이게 무당이나 사이비와 뭐가 달라?.. 라는 반감이 깊게 새겨지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저 하늘에서 편하게..계실 영감님이...  이러시면 안되지..  안되는 거지..    

한 동안 내게 종교에 관해 설득을 해 오던.. 여러분들께.. 위 목사의 사례를 들어 교회 안에도 혹세무민함이 있음을 고한 적이 있었다... 근데.. 다들 내 생각과 같았는지...  모두들 그 설교를 들으면서 본인들도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었노라고.. 아마도 경험이 적은 젊은 목사의 말실수.. 쯤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이야기들을 하였었다..  


난 지금..  장인어른이나..  옆 침대의 목사님을 보면서.. 여전히...  만일 그분이시라면..  이러시면 안되지..  이러는건 아니지요..  라는 반감을 키워만 가고 있다...   그 만큼 찬송받고.. 찬양받는데..  뭐가 부족해서.. 이리 노망난 노인네 처럼.. 얄궂게 구시는지..  

모르겠다.. 다 때려치고...  정말 이러시면 안되지...  진짜.. 생각이 있다면....  이러는거 아니지...    씨바..조또....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되었던 폭설의 여파로..  돌아오는 길.. 아직도 잔설이 녹지 않고..또는 치워지지 않고 쌓여있는 곳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서울은 내리는 족족 치워대는 통에.. 그 폭설이 왔어도 눈 쌓인 구경은 못했노라고.. 하던데...    내가 사는 가난한 동네에는 아직도 검은 땟국물 줄줄 흐르는 눈무덤이 여기저기 널려만 있다..    영감탱이.. 이런 것도 심술이야.. 이럴꺼 같으면 왜 눈을 흰색으로만 고집해?..  형형색색 뿌려 놓고...  보기에 좋았더라... 하실 일이지.. ㅡ,.ㅡ+  

나는 만일의 경우에 이르게 된다면...   연명치료.. 생명의 연장을 위한 그 어떤 행위도 일체 금하노라..  천명해 놓았다..   마지막 순간 만이라도 수치스럽지 않고 싶으며... 마지막 때.. 에서 조차 존엄은 없이 비굴하고 싶지 않다고.. 당부해 놓았다..   

이번에 처음 보는 사태를 목도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나의 준비는 내가 해 놓고 떠나야만 하겠다는... 그런 사실..   겸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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