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눈을 비볐다.. 곧이어.. 불에 데인 듯 뜨거움과 눈이 빠지는 듯한 통증...
청양고추를 다지고 만진 손으로.. 요리를 하다 눈이 가려워 아무 생각없이 긁어버리고 만 것... 화끈 화끈하게 참을 만 할 때 까지.. 무려 20여 분이나 걸렸다..
하루에 500km 가까이 운전한 피곤함 때문인지.. 어제 오늘은 중간 중간 잠에 취해 낮잠이 들기도 했다.. 낮잠을 자도 꿈은 꾼다... 꿈 속에서 나는 환한 거리를 돌아다녔다.. 낮잠을 자며 꾼 꿈 속에서는.. 잃어 버리는 것도 없었고.. 헤매이는 것도 없었고.. 유리창에 비치는 뉘엿 넘어가는 햇살의 따스함 만큼이나 포근한 그런 낮잠을 한잠 자고 일어났다.. 잠에 취해.. 일어나야 하는데.. 저녁 시간인데.. 생각을 하며 다시 깜빡 깜빡 잠들기를 몇 번.... 피로가 풀리는 속도가 역시나 예전같지 않음을 느낀다...
병원에서는 지난 동안.. 특별히 챙겨 먹은게 있느냐고 물었고.. 나는 커피 대신 쌍화차를 하루에 2~3잔 마셨다고 얘기했다.. 아 그렇구나.. 라더니.. 쌍화차 먹지 마세요.. 한다.. 홍삼액기스는요?.. 그것도 드시지 마세요... ㅡ,.ㅡ;;;
한약 성분이 특정 수치를 올리는데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얘기하며 한약성분과 관련된 것들은 가급적 먹지 말라며... 쌍화차..홍삼... 등등 모두 금지를 하였다...
닝기리... 커피를 끊어 한 증상이 좋아지니.. 대신 마셨던 음료 때문에 다른 증상이 나타나.. 아예 그것 마저도 마시지 말라 하니.. 이거 원... 뭐야 이거.. 병원말 들으면 나는 뭘 먹고.. 뭘 즐기고 살라고... 라는 궁시렁 불만이 새어 나왔다... 어이가 없네...
오랫만에 만난 친구 녀석.. .. 영욱이.. 이제 껏 살아오면서 늘 통화는 자주 했지만.. 그래서 수화기 건너 녀석의 목소리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20대 초반의 그 목소리 그대로 였건만... 이제 본 녀석의 모습은.. 곱게 ... 늙어 있었다... 젊은 날의 특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청년이 아닌.. 부쩍 나이들은 중년의 모습에서.. 반갑다며 악수를 하고 난 이후에는 녀석을 볼 때 마다 .. 말은 안했지만 왠지.. 서글픔이 몰려왔다.. 녀석이 보는 내 모습도 어떠했을 지... 묻지는 않았지만 말안해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굴국밥을 함께 먹으며.. 우리가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 이구동성으로... 내어뱉던 이야기... 녀석이 기숙사를 나가 쇼핑을 해 인터메쪼 옷을 사올 때 마다 용돈을 챙겨 보내 주시던 녀석의 아버님도.. 돌아가신지 꽤나 오래되었다..하고... 영욱이 아버님은 목욕탕을 운영하시던 분이셨는데... 녀석의 어머니는 얼마전 넘어져 등뼈 쪽에 금이 가는 바람에 현재 의료원에 입원해 계시다고... 2주간 꼼짝없이 누워계셔야 할 판이라 녀석이 종종 병실에를 들락날락 하고 있었다..
그 오래전 녀석과 기숙사 창틀에 기대어 낄낄대며.. 쓰잘데기 없는 농담을 주고 받을 때에는.. 오늘날 우리가 이러한 모습으로.. 이러한 삶의 애환들을.. 살아오다 만난 고충들을 토로하게 되리라고는.. 예상을 전혀 못했었지....
무언가 얘기를 하다.. 그 옛날 젊은 날의 장난끼 어린 눈빛이 녀석의 눈에 스쳐가던 순간... 내게 녀석은 그저 말많은 초로에 접어든 별볼일 없는 사내로 보이지 않았다.. 그 오래전에 만났던 녀석의 흥분과 젊음을 다시 만난 듯한... 잠깐의 타임슬립 속에서.. 이제 약관을 갓 넘어 선 녀석의 앳된 모습을 보았다.. 잊고 있었던 녀석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오래 전 친구가 좋은 것은.. 같이 늙어감이 아니라... 만나면 만나게 되는 그 옛날의 어느 순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걸..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굴국밥이 맛있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가보다며... 우리 나이 즈음에 적합한 용어들로 대화를 나누고.. 병원에서 먹지 말라던 쌍화차를 나는 마시고... 녀석은 블루베리 쥬스를 마시고... 우리 나잇대의 붙임성 좋은 여사장님이 운영하는 레트로 풍 카페에서 우리는 또... 우리의 지난 세월을 함께 이야기 했다..
서로의 눈에 보이는 초로의 모습만 아니라면.. 우리의 대화수준은.. 그리고 대화내용은.. 우리의 그 옛날 그것 보다 딱히 더 나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즐거웠다.. 우리의 옛날이 재미있음 이었다면.. 우리의 오늘은 따뜻한 즐거움이었다...
오랜 친구를 만나 별 얘기 다하며 웃고... 공감하고.. 느끼는 동안... 마음 속 응어리진 삶의 묵은 때도 어느 정도 씻겨 내려가는 .. 정화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끝으로.. 내년에는 제발.. 공부에 박사가 되려 하지말고... 내가 말한 방법을 흘려듣지만 말고.. 한편으로 참고도 해서 꼭... 원하는 시험에 합격하라고 말했고.. 녀석은 다시 그 오래전 젊은 날의 헤벌 쭉 크게 웃는 모습으로 흔쾌히 알았노라고 대답을 하였다...
오랜 친구는... 때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등불이 되고 지침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내게 녀석은 긍정의 화신으로.. 나는 녀석에게..?..??.. 음.. 그건 모르겠다.. 나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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