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천쌀을 구입했던게 반응이 좋아서 올 해 햅쌀을 추가로 주문했다.. 아울러 TV에서 보았던 오분도미.. 도 같이 주문을 했다..
흔히.. 통상의 쌀은 십분도미라 해서 하얗게 도정한 것을 이른다면 오분도미는 50% 쯤 벗겨낸 쌀로서 현미와 백미의 그 중간 어디쯤에 해당하는 쌀이라 한다. 즉, 품종의 차이가 아닌 도정의 차이인 것.. 백미 보다는 영양분이 풍부하고 좋다고 해서.. 주문해 본거다.. 먹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음부터는 말지..머.. 라는 생각으로..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정부 비축 양곡.. 일명 정부미가 시중에 보이지를 않는다. 해서 찾아보니.. 언제부턴가 기초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공급할 뿐 시중유통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하네.. 어쩐지... 요즘 애들은 정부미를 모르더라니.. ㅡ,.ㅡ
나 어릴 땐 시중에 유통되는 두가지 쌀 종류가 있었다. 일반미와 정부미... 그 때는 정부에서 정부미 홍보도 하고.. 값도 저렴하다고 정부미 먹으라고 많이 권장할 때 였다. 당연히 시중 유통도 합법인 시절이었고...
그 시절 우리집의 주식은 정부미 였다.. 떠오르는 기억 중 제일 첫번째 기억은... 맛없다.. 라는 기억... 가끔.. 정부미로 밥을 하면 뭔가.. 달짝지근한 밥맛이 아니라 먼지같은 밥맛이 나기도 했었다.. 도정한 지 오래된 쌀의 경우라 생각되어지는데...
그렇게 먹다 먹다 남은 정부미 쌀을 모아서는 가끔 떡방앗간에 가서 어머니께서 가래떡을 뽑아 오기도 했었다...
아.. 가기전에 조리라고 해서.. 대나무 등으로 만든 쌀조리를 돌려서 가끔 나오는 작은 돌을 빼내고 갔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지.. 하도 맛이 없는 정부미를 한 20kg쯤 모아서 조리로 이고 깨끗이 씻어서 커다란 다라에 담아서 엄마와 나.. 둘이서 맞들고.. 신림동 그 까까비탈 길을 내려가 한 2~3km 쯤 떨어진 떡방아간을 향해 가던 날이었다.. 누구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우리 둘 중 한 사람이 한 겨울의 빙판길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떡 지으로 가던 하얀 쌀을 넓은 대로 한복판에 쏟아버린 일이 있었다.. 엄마나 나나 멘붕.... 황망함에 서로 한참을 얼굴을 쳐다보며.. 말없이 그리 서있다가.. 그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지나가시던 어느 할머니께서 먼저 물에 젖은 쌀을 다시 주워담아 주셨고.. 엄마와 나도 따라 주워 담았던 기억이 있다.. "에고 이를 어째... 다시 씻어서 쓰면 돼요".. 라며 할머니께서 따뜻하게 말씀을 건네 주셨고.. 그 겨울의 추위에 손이 시리실 텐데도 불구하고 먼저 양 손으로 주워 담아 주셨었지...
그 때.. 나는 솔직히 어린 마음에.. 이왕에 쏟은 거 그냥 버리고 가자고도 했었던 것 같다.. 사람들 많이 왕래하는 대로 한복판에서.. 갓 씻어서 담아온 쌀을 쏟았다는게 그 때는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만 쳐다보고 있는것 같기만 했었고....
아마도.. 어렴풋한 기억에.. 이거 못 먹는다며 그냥 버리고 가자고 못되게 땡깡부리는 내 모습을 보고.. 지나가시던 이름모를 할머니께서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다시 주워서 깨끗이 씻어서 하면 된다고.. 달래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마도 내가 줏어 담은 쌀 보다는 시린 손을 호호불며 그 할머니께서 주워담아 주셨던 양이 훨씬 더 많았지 싶다... 그냥 본체 만체 지나가셨어도 무방했을 알지 못하는 타인... 그 할머님의 도움과 인자한 웃음이.. 오늘 갑자기 기억 저편에서 떠올랐다.. 왜? 모르겠다.. 왜 갑자기 그런 기억이 떠올랐는지는...
아무튼.. 그렇게 힘들게 주워담은 쌀을 들고 방앗간에 도착해서 주인의 양해를 구하고 수돗물이 나오는 한귀퉁이에 앉아 엄마는 또 그렇게 한참을 쌀조리로 그 많은 쌀들을 일었었다...
통상 두 시간 남짓이면 하얀 가래떡으로 나왔을 텐데.. 그날은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질 무렵에서야 갓나온 따끈따끈한 가래떡을 들고 방앗간을 나설 수 있었다...
어제... 부엌 베란다에서 맛있는 이천쌀에 밀려 아직도 소비가 되지 않고 있는 한 10kg남짓 쌀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저걸 가져다가 가래떡을 만들어 볼까? 아님 백설기라도?..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정부미도 아니고 엄연한 일반미인데... 그 옛날 가래떡 보다는 훨씬 더 맛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생각해 보니.. 그러네... 이제 세월이 흘러 어느덧 일반미로 떡지어먹을 생각을 하게되는 세상이 왔네... 정부미도 아니고 세상에 일반미로..글쎄....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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