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하다.. 부쩍 키가 커진 녹보수 푸른 잎이 무성하고.. 야자나무처럼 길게 잎이 늘어진 행운목도 보고 있노라면 풍성한 느낌에 마음이 괜히 뿌듯해진다..
아침, 저녁으론 이제 제법 서늘한 기운에.. 선풍기 없이도 잠들 수 있는 요즈음이다.. 그래서인지 하루에 한 뼘 씩.. 파란 하늘은 더 높아져 가는 것도 같고... 옛말 그대로 천고마비의 계절이 선뜻 다가와 있는 듯 하다.. 아닌가? 천고아(我)비... 인가?..
찌는 더위에.. 감성이고 갬성이고.. 흘러내린 촛농처럼 녹아내렸던 마음의 형태가.. 아침, 저녁 으로 찾아드는 서늘한 가을기운에 다시 단단하게 여며지고 서서히 응고되어 본래의 형태를 되찾는 느낌.. 마치 무너졌다 다시 세우는 모래탑 처럼.. 그 모양 그대로 인 듯하나.. 다시 보면 그 모양 그대로 일 리 없는 2024년의 새로운 감성...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갈수록.. 해마다 반복되는 이 계절의 전환점에 대한 느낌이 새록새록 해 진다.. 오랫동안 보아 온 늘 그대로의 모습이건만 해마다 낯선 기분은 왜 늘어만 가는 것인지.. .. 묘하다... 세월이 간다는 것이 반복되는 의례적 행사 같아도.. 반복될 수록 익숙하고 친숙한 기분이 드는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설고.. 덜익은 풋과일 보는 듯한 느낌.. 부쩍 짙어진 이런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감나무나 사과나무에서 익은 열매의 꼭지가 마르고 서서히 분리되기 시작해 종국에는 똑..하고 떨어져 내리는 느낌.. 처럼 이 땅 위에 연결된 나의 보이지 않는 꼭지가 서서히 마르고.. 그래서 또한 서서히 세상과 분리되는.. 괴리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글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그런 느낌이 있다..
사람도 과일처럼 영글어 세상과 분리되는.. 떨어져 가는 그런 느낌이 제대로의 .. 자연스런 순리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가만 보면.. 세상의 중심이기라도 한것 마냥 세상속으로 매진하여 세상 가운데 우뚝서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도 많은 것을 보면.. 지금의 이 감성이.. 또는 갬성이 내 나이에 적합하고 타당한 감정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래 머.. 아무려면 어때... 언제고 인싸일 수 없는 아싸의 운명이라면.. 그것도 내 운명인데 순응해야지.. 이게 내 것이구나.하고 사랑해야지 머..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시인 김현승...(가을의 기도)
나는 이 시를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전혀 이해 못할 수험대비 시의 해석을 수업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학창시절.. 국어 시험문제지에 실린 지문 중.. 내게 가장 껄끄러웠던 문제들이 이러한 싯구들이 지문으로 실린 문제들이었다.. 선생님께 들은.. 또는 참고서에서 본... 시 문구의 해석과
시에서 쓰인 특정 단어가 의미하는 바.. 같은 부류의 문제들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고는 했었다...
아무튼..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런 것이고.. 이건 이런 걸 의미하고.. 어쩌고 ... 라는 설명에.. 한번도 공감해 본 적도.. 이해된 적도... 없었다...
아직도 무식하기만한 내 주관에 따르면.... 시와 음악과 그림은.. 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체득에 기반한 개인별 주관화된 해석에 따르는 것이 맞다.. 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고집하고 있으니까... ㅡ,.ㅡ;;
남들은 머라 하거나 말거나.. 올 해 문득 눈에 띈 김현승 시인님의 가을의 기도..라는 시를 보면서.. 나는 그저 그 어느 때보다도 겸손하고.. 겸허한 한 때를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한 가을이 되기를... 시인처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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