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딩이었던 시절에 개봉했던 영화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다소 선정적인) 포스터... 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는... 일부 포스터는 하녀복에 가터벨트를 하고 있는 짜릿한(?) 사진이 있었고.. 일부 포스터는 요염하게 한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한복이 그렇게나 섹시한 옷인지.. 그 때 알았다) 여기저기 동네 벽에 붙어있던.. 그랬던 영화.. 주연이었던 유혜리 누님의 섹시함에 반해.. 포스터를 볼 때 마다 괜히 붉어진 얼굴로 심장이 콩닥 콩닥..했던 기억이 있다.. 한참 이성에 관심 많고.. 성적인 것에 대한 궁금증에 환장할 너무도 피끓는 소년기에 만났던 포스터라 그 어떤 영화보다 선명히 기억 속에 새겨져 있다..
당시에는 VHS비디오가 대세였던 시대라.. 비록 극장에는 못 갔지만.. 어떻게든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파리애마 한 번 볼려구 무던히도 애썼던 기억이 있다.. 결과는 모두 실패...
친구 집에 파리애마 비디오테이프가 있다는 첩보에 따라 방과 후 우르르 몰려가 친구 어머님이 시장에 가신 틈에 거사(?)를 치르려 했으나.. 채 10분도 못가 비디오가게에 반납할 걸 깜빡 잊으셨다고 되돌아오신 친구어머님으로 인해.. 우리의 순수했던(?) 계획은 너무도 허무하게 무산이 되고... ㅡ,.ㅡ;;;
이래저래 몇 번의 기회가 있긴 했었으나 한 번도 성공을 못하고.. 감질나게 표지만 보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던... 내게는.. 비운(?)의 영화...
이윽고 세월이 흘러 또래 보다 늦게 입대한 방위병 시절.. 소위 똥방위라는 동네 동사무소 예비군 중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하반기 예비군 훈련 계획에 따른 중대 회의 소집으로 51사 대대 본부로 호출되어 가신 중대장님의 부재를 틈타.. 잔류하고 있던 우리 방위병들은 선임병, 후임병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예비군 시청각 교육시 활용되던 VHS비디오 장비로 야릇한 영화를 보기로 의견 통일을 이루었었다..
뭐 볼까? 하던 선임의 질문에.. 나는 이때다.. 천우신조구나.. 하는 마음으로 강력하게 파리애마를 추천했고.. 이왕 볼꺼면 외국영화가더 낫지 않느냐는 선임의 말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니가 파리애마를 모르셔서 그런데.. 엄청 끝내줘요~ 라며 마치 본 듯이 우겨 파리애마로 낙첨을 보았다...
근데.. 한가지 문제는 남아 있었다.. 누가 빌려올 것이냐... ㅡ,.ㅡ;;; 뭐.. 서열 상 당연하게도 가장 쫄따구인 내가 총대를 매야 했다... 아... 군복입고 들어가서 애로영화를 빌려와야 한다는.. 쪽팔림..
그치만.. 꼭 파리애마를 보아야 하겠다는 강한 열망은 밀려드는 쪽팔림 보다 강했다.. 내가 갔다.. 한 개만 빌려오라는 선임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거 하나만 빌려오기는 쪽팔리니까.. 액션영화 하나 더 얹어 그렇게 두 개를 빌려왔다.. 붉그레 해진 내 귓가의 홍조 띤 모습을 비디오가게 아저씨도 보았는지.. 그저 베시시 웃으셨다..
그래 쪽팔림은 순간이다... 순간의 쪽팔림 뒤엔..어마무시한 기쁨을 맛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중대본부로 귀대를 하고...
대여섯 또래 방위병들의 환호 속에.. 드디어 파리애마 테잎을 비디오기기에 삽입했다.. 지리한 오프닝 화면이 지나가고.. 본 영화가 이제 막 시작할 무렵...
니미....
대대본부에 갔어야 할 중대장이 들이 닥쳤다.. 뭐 말로는 삐삐를 놓고가서 되돌아 왔다는데... 그 때는 그런줄로만 알았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지 없는 사이에 이것들이 뭐하나 싶었던 중대장의 함정수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번에도 채 5분도 보기전에... 이제 막 흐릿해진 마지막 소개 자막이 채 없어지기도 전에... 비디오기기는 먹다 체한 음식물 토해 내듯이 파리애마를 토해 냈고.. 그걸 한 손에 들고 선 의기양양한 중대장은 뭐 대단한 건수라도 잡았다는 듯이.. 방위병 모두를 일렬로 세워놓고.. 일장 훈시를 하고.. 모두 영창에 보내겠다는 협박도 하고... 마지막으로는 .. 하나 하나 호명하더니 내일까지 부모님 모시고 오란다.. 헐.. 씨바...
뭐 죽을 죄라도 지은 양.. 고개를 숙인 선임병들이 중대장의 다그침에 하나 하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모님 모시고 오라는 말에 " 예....." 라고 대답을 하고 난 후..
내 차례... 속으로.. '하.. 씨바..이게 무슨일이여...'... 이게 이럴 일이야?.. 라는 반항심과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은 중대장에 대한 적개심(?)이 들었다..
아니.. 나는 그 당시에 직장 근무를 하다가 방위병에 소집된 관계로 중대내 선임병들 보다도 한두살 많은 나이.. 심지어 3살 이상 많기도 한 .. 약관을 훌쩍 넘은 24살이었다.. 짬밥으로는 제일 쫄따구지만 나이로는 제일 연장자였던.... ㅡ,.ㅡ;;;
하나 하나 선임병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얼굴을 독대하고 물어보는 중대장의 압박이 내 차례로 다가올수록..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다..
아니.. 니미.. 이 나이에.. 그래.. 그 까짓 애로영화 한 편 보려던 .. 그 따구 사고아닌 사고로 학창시절에도 없었던 부모님 모셔오기를 하라고?.. 이게 중대장 말대로 과연 영창에 갈 일인지 아닌지도 사실 의문스러웠지만... 평소 쟤는 신세대(?)라 그런지 도통 겁이 없다는 선임병들의 평가가 있었던 나는... 파리애마를 누가 빌려오자고 했냐는 중대장의 물음에 솔선하여 제가 그랬습니다.. 답변을 하고.. 막내가 설마? 라고 벙쪄하던 중대장의 잠시 멈춤.. 후에.. 내일까지 부모님 모셔오라는 말에도 .. 그건 싫습니다. 라고 또렷하게 대답을 했더랬다.. 순간 놀란 선임병들과 더더욱 벙쪄 할말을 잃은 듯한 중대장의 어이없는 표정이 보이고...
"뭐? 못 모시고 온다고"
"네~ 그건 못합니다. 영창가겠습니다. 영창 보내 주십시요~" ㅡㅡ+ 라고 강하게 항명을 하였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고민하고 망설이는.. 뭔가 주저하는 듯한 중대장의 안절부절함이 보였다...
"너 일루와봐~"
진짜 중대장과 나만의 독대가 이루어졌고.. 그 후 전개는 뻔했다.. 타이르고 회유하고.... 결국에는 이번 한번만 용서해 줄테니.. 어쩌고 저쩌고...
당시 나는.. 중대장이 그래도 예뻐라 하는 관심병사였기 때문에.. 난 처음부터 절대 영창은 보내지 않으리라는 걸 미루어 짐작하고는 있었고..해서 강하게 반발했던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던 것이다. 물론.. 몇 년간 염원하던 소망을 이루지 못한 절반의 실패와.. 일이 이상하게 꼬인 절반의 성공...
어쨌거나 나 때문에 모두들 부모님 모셔오라는 의무에서 해방된 바, 그 뒤로는 선임병들의 예뻐함까지도 받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었다.. 그 뒤로는 고참들이 내가 뭐 무리한 부탁이나 요청을 해도 늘 오냐 오냐...모드로 당시 모든 예비군 중대 본부를 통틀어 가장 팔자 핀 방위병이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세월이 흐르고... 20대를 지나 30대를 지나고.. 불혹을 넘기고... 이날 이 때까지.. 그렇게도 보고자 했으나 한번을 보지못한 영화로 남았다.. 파리애마가....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볼 수 있음에도.. 보지 않고 있는 이유는 딱히 없지만.. 왜 그런게 있다... 당시 포스터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꿈꾸었던 환상... 그 몽글몽글한 환상을 굳이 지금 봐도 별 감흥없을 이 나이에 감상함으로써..깨고 싶지는 않은 그 어떤 무의식의 거부 반응이 있는 것도 같다..
그 어린 날의 벅찬 기대와 설렘을... 이제사 새삼스레 확인함으로써.. 에이.. 별거 아니었네..하고 실망하는 순간을 맞고 싶지는 않은.. 그런 묘한 심리...
그렇게 향후.. 앞으로도.. 포스터 속 혜리 누님의 건강미와.. 파리애마..하면 생각나는 에피소드들과.. 그 어떤 기대심리(?)만 여전히 몽글몽글하게 간직한 채.. 살게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내.. 한 번을 못보았음에도 그 어떤 명작영화 보다도 파리애마가 명작영화 반열에 올라 있는... 이상한 이유이다.. ㅡ,.ㅡ;;; ... 당연히 한 번도 못보았음에 따라 줄거리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는데.. 정말 재밌게 보고난 감흥이 남아 있는...듯한 요상한 영화이기도 하고... 파리애마와 나의 인연은.. 이승에서는 이제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잊히지 않는 영화로 남을 듯도 하다.....
그렇게 내게 파리애마는.. 전설이 되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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