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 낮의 기온도 그리 덥지 않은.. 완연한 가을 날씨이다
오늘 아침 무심코 사무실에 잠바를 두고 퇴근했던 지난 금요일이 생각나서 그냥 반팔로 집을 나섰는데
서늘한 아침 기온에 여실히 반팔이 부담스러움을 느꼈다.. '에고.. 추....' 까지는 아니더라도 덥다에서 시원하다로 이어지는
체감 게이지 보다 약간 아랫쪽에서 체감온도가 체크 되었다.
그러고보니 추석도 멀지 않았고.. 명절만 다가오면 PTSD처럼 다가오는 뭔가 스산하고 불안한 감정... 이제는 가을 명절이
전혀 즐겁지 않은... 딱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기분.. 늘 그렇듯 가슴속에 드는 생각은.. '빨리 지나가라...'
거의 매일 코딩을 돌리다가.. 요 며칠 코딩할 일이 없어서 손놓고 놀다 보니.. 이게 또 불안함으로 다가왔다.
코딩으로 뭔가 작업을 할 때에는 끊임없는 유지 보수에 귀찮고 지겹다... 느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코딩 돌릴 일이
없어 손놓고 가만히 있자니.. 뭔가 해야 할 일을 놓친건 아닐까?.. 불안감이 엄습한다..
심심해서 그런걸까?... 그치만.. 잘 돌아가면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라는 격언을 떠올리고 뭐라도 해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다스리고는 있다.. 가만.. 이거 코딩도 중독이 되나?.. ㅡ,.ㅡ?
얼마 전 한 친구녀석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국내 모 기업에서 한 때는 잘나갔던 녀석이었는데.. 이제 나이도 있고
명예롭게 퇴직을 했더란다.. 근데 그 녀석이 퇴직을 한 이후에.. 누구하고도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 칩거하는거 같다고..
항간에 사람들 우스갯소리로는 꽤 큰 금액의 퇴직정산금을 수령한 바, 술 한잔 사라는 소리를 피해서라는 소리도 있고..
또 다른 얘기로는 퇴직 후 너무나 우울해 하더라는 얘기도 있고...
평소 짠돌이 녀석이기는 했지만.. 설마 전자의 이유는 아닐테고.. 내 생각엔 후자 같은데...
퇴직 후 녀석의 상실감과 무력감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이해하는 바이다..
근데.. 그 오랜 세월 한 기업에 말뚝박고 그 만큼 헌신하고 노력했으면 되었지.. 더군다나 아주 명예롭게 최고 임원으로서
명예퇴직까지 한 마당에.. 지나온 세월을 뿌듯하게 자긍심을 가져야지.. 왜 그렇게 우울한 쪽으로만 가라앉는지
모르겠다.. 사실 녀석이 재산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모르긴 몰라도 그 자식대 까지도 넉넉한 살림살이 이건만..
내가 녀석의 입장이라면 닐리리야~ 하고 이제부터라도 신나게 놀러나 다니겠구만.. ㅡ,.ㅡ
물론 내가 녀석이 아닌 바, 그 속마음을 다 헤아려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전해 듣는 녀석과 관련된 이야기들에..
'왜 그러지?.. '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젠가 한번.. 퇴직 후 건물주가 되면 어떨까 싶다고 내게 상담을 하러 온 적이 있었는데.. 내가 뭐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서.. 괜찮아 보이는 점과 아닌 점 만을 의견제시하고 잘 알아서 결정해라..라고 한 적은 있었다..
그 이후 녀석이 그 건물을 구입했는지.. 아닌지는 알지 못한다.. 그 건물이 값이 뛰었는지..어쨌는지도 알지 못하고...
이 친구 녀석 뿐만 아니라.. 요즘 가끔 유튜브에 알고리즘으로 뜨는 영상 중에 이 친구와 같은 입장이나 고민을 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게된다. 아무래도 유튜브가 내 나이에 걸맞는 영상들을 자동 추천하는 모양...
대개의 경우 50대.. 또는 40대에 호기롭게 퇴직을 하고 맞딱뜨리는 재취업 구직의 과정에서 현실이 그리 녹녹지
않음을... 나없이는 안 돌아갈 것 같던 회사는 잘만 돌아가고.. 나를 찾는 곳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을 줄 알았는데..
퇴직하고 보니.. 이사라는 직함도.. 부장이라는 직함도.. 다 소용없는 그저 찾는 이 없는 아저씨로.. 불리게 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뭔가 깊은 상심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유구무언...
가슴속이 스산해 왔다..
아마도 그 친구 녀석도.. 이런 이야기들 속 어느 아저씨들 중 한 아저씨에 불과하다는 각성 때문에 그토록 우울해 하는
것이리라 추측이 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 나이대가 참 애매하다... 예전 같으면 어쩌면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는 평균수명을 넘어 아직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인데.. 사회는 그만 총칼을 내려놓고.. 제대 하라고만 한다.. 눈을 감고도 총기조립을
할 수 있는... 그렇건만 사회는 그 나이면 다 내려놓고 편히 쉬시라고 억지로 등을 떠민다..
베이비붐 세대에 엄청난 숫자의 베이비로 이 땅에 태어난 우리 세대들의 이 이야기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전 세대도
겪어본 바 없고.. 현저히 출산 숫자가 줄었던 우리 후대의 세대들도 겪어 볼 일 없는.. 우리만의 트릴로지..가 아닐까 싶다.
유년기와 성장기의 1부가 있었고.. 정신없이 달려온 직장생활이라는 긴 2부가... 그리고 이제 막이 오른 3부.. 명퇴 이후의 삶.
문제는 아무도 우리에게 이 3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세대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 우리 세대의 이 아픈 고민은 .. 글쎄..
향후 오랫동안 이 시대의 아픔으로 멍울지지 않을까 싶다..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낙심하고 있는 그 친구에게 한마디를 건넨다면 ... 넌 쓰임새가 다한 물건이 아니야.
오랜 세월 깎이고 연마되어 이제야 값진 보석이 된 거야. 그러니 더 이상 너를 소모해 줄 곳을 찾지 말고, 네가 빛날 수 있는곳을 찾아... 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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