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감을 깎아 곶감 만들기용으로 주렁 주렁 널어 놓고... 뿌듯한 마음에 오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그래.. 이 맛이지.. 마치 수영장 물 속에 잠긴 것 처럼.. 소리 속에 온 몸이 잠긴 듯한 느낌.. 온 몸을 감싸고 도는 소리.. 그리고 우퍼에서 비롯된
잔잔한 진동.. 귀로 듣고 몸으로 느끼고... 소리는 단지 귀로 듣는게 전부는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지리했던 가을 장마가 끝나고 .. 오늘 아침.. 뚝 떨어진 기온이 느껴졌다.. 순간 아 이거.. 겨울 잠바를 입고 나올껄 그랬나.. 하는 생각...
사실 그러기는 조금 애매하고.. 안그러자니 조금은 추운것 같다는 느낌.. 애매한 계절이다.. 입는 옷도 애매해지고...
아차.. 장갑.. 이맘 때 쯤 끼고 하던 얇은 장갑을 안 찾아놨네.. 옷이야 애매하다지만.. 손가락 끝은 벌써부터 차갑고 시려서 전혀 애매하지 않게
아쉬웠다.. 아.. 장갑 생각을 못했네..
예전에는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유난히 손발이 차다. 아무래도 나이먹은 탓이 상당한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나이 먹으면
혈액순환도 신통치 않으니까... 근데 이거 나만 이런가? 내 나이 또래 남들은 어떨지 문득 궁금해진다.. ㅡ,.ㅡ?
요양원에 계신 장모님의 활동 사진 몇 장을 보내왔는데.. 프로그램에 참가하셔서는 집중하시고... 또 활짝 웃고 계시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적응기간 며칠에 잘 지내실런지.. 염려스러운 바가 있었으나.. 요양원 측 얘기로는 친화력이 좋으셔서 금방 친구도 많이 만드시고..
자기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적응이 빠르시다 한다.
그래.. 그래보이셨다 사진 속 웃음은.. 혼자계실 때 보이던 근심가득한 모습은 없고.. 정말 재밌어라..하는 표정이 담겨 있었거든...
참 다행이다 싶었다.. 이게 맞지.. 아무리 가족이라해도 감당하기 힘든 그 보살핌을 응당 가족이 해야 한다는 ... 누군가의 희생이 수반되는
그런 비효율적인 상황을 만들어 서로 고생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못할 짓 하는거 보다야.. 아무래도 경험 풍부한 전문인력의 체계적인 보살핌을
받는 것이 백배, 천배 낫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도 잘 하시고 잠도 무척이나 잘 주무신다 한다... 그곳에서 쓸데없는 도둑망상이나 환각에 따른
망상이 사라지니.. 나타난 긍정적인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잠시 요양원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이게..그저.. 남 얘기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우울하다거나 슬퍼지는 그런 생각은 전혀 아니고.. 그래 어쩌면 이게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몰라... 하는 생각...
먼 훗날의 내 모습을 반추해 보았다... 아무래도 적응이 되고 나면 조금은 심심할 것도 같다.. 그 때에 이르러 심심하지 않기 위한 조치..
일단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음.. 오디오가 필요할텐데?.. 하는 생각... 그치만 오디오 기기는 허용이 안될테니.. 손바닥만한 그 무엇에
이어폰.. 그런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싶다... 음 .. 지금 생각에는 당장에 생각나는 것이.. 일단은.. 그것 밖에 없다.. ㅡ,.ㅡ
어제는.. 아직도 부단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안 보이는 막내 아들놈을 붙잡고.. 나즈막히 얘기를 했다..
이제 채 2년도 남지않은 시점.. 지금의 네 모습은 한 단어로 표현하면.. 그냥 어영부영.. 설렁설렁.. 쯤에 해당한다고... 물론 지금의 네 모습이
아주 오래전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나도 물론 그랬었다고.. 그래서 지금은 후회스럽다고..
하지만 세월이란 것은.. 후회한다고 해서 바로 잡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한번 흘러가 버리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라고..
훗날.... 어쩌면 그리 멀지도 않을 어느날... 네 곁에 내가 없고.. 부모도 없고.. 그런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그런 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고..
나도 가끔은 눈을 감고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내 나이가 아닌 지금의 네 나이인 듯 느껴질 때가 있다고.. 그 만큼.. 세월이라는 녀석은 체감하는
바와는 다르게 엄청 빨리 흘러 지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바로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너 또한.. 지난 날에 대한 후회스런 감정을 절실히 느끼고.. 그 때서야 지금의 내가 하는 얘기가 무슨 말이었는지
깨닫게 되는 그런 순간이 올까봐.. 무척이나 염려스럽고... 슬프다고...
솔직히 나는 그랬지만.. 너는 그러질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이렇게 얘기를 하는거라고... 내가 지금 너한테 화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이런 내 모습이.. 그 때의 네가 네 자식에게 들려주는 똑같은 반복이 될까봐..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지금의 너를 보고 있노라면
화나는 감정이 아니라.... 슬픈 느낌이 앞선다고... 얘기를 하였다..
물론.. 그 때의 네가.. 그 순간에 이르러 "아버지 저는 후회스럽지 않아요~ 지금의 저도 좋고.. 그 때의 저도 너무나 좋기만 했어요~"라고
말 할 수 있음이 확실하다면... 네가 뭐가 되어있든 그것으로 나 또한 그럼 된거지 생각할 수 있겠노라고... 하지만...
그럴 수 있을런지.. 이제 너 스스로에게 묻고.. 깊이 생각을 해 보라고.. 얘기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공부하고 있는데..라며 .. 처음에 불만가득한 표정이 보이던 녀석의 얼굴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오고.. 이어서는
딴에는 뭔가를 깊게 생각하는 표정이 보였다.. 알아 들었는지... 말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늦은 밤 저를 붙잡고.. 화내는 줄 알았던 아빠가 .. 화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앞날에 대한 진지한 조언을 하고 있음을 알았음인지..
어느새 씩씩대던 기운은 사라져 있었다...
끝으로.. "야~ 너 잘되면.. 그게 다야.. 나 스피커 사달라는 말 농담이야 뻥이라고.. 사줘도 안받아~" 하자.. 잠시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며
뭔 말인가 할 듯 하다가.. 그냥 녀석은 피식~ 웃었다.. (고액의 채무 부담을 탕감해준 것에 대한 안도의 웃음이 아니었을런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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