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답게..
열어놓은 베란다 창 틈 사이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이제는 얇은 담요를 찾아 덮게 된다.
여름내 손닿을 거리에 항상 놓여있던 에어컨 리모컨을 다시 높은 벽 거치대에 걸어 두고... 눈에 들어오는 선풍기도 이제는 치워볼까.. 생각 중..
아니다.. 선풍기는 며칠 더 두고 보자..
몸이 찌뿌둥해..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나와 열기를 식히고자 선풍기를 키고.. 안넣기를 잘했네.. 이윽고 몸의 열기가 식고.. 선풍기 바람이
차갑게 느껴질 무렵.. 선풍기를 껐다.. 채 5분도 안되었는데... 지난 여름 기간의 상황과 확연히 달라진 일상...
몇 번 내린 비에 달아올랐던 이 땅 위에 모든 것이 시원하게 식어 버린 듯.. 아침 저녁의 열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다.. 오히려 열대야가 없는
밤이 어색할 지경.. 더워서 잠에서 깨던 때에서.. 이제는 추워서 잠에서 깨는 때라니... 오늘 새벽에도 그랬다.. 부지불식 중 나도 모르게
발밑에 밀쳐 두었던 이불을 끌어 올려 덮고... 아 따뜻해... 그랬던 것 같다.. 평소에도 몸에 열이 많아 이불을 잘 덮지 않는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찬 새벽기운은 자연스레 이불을 찾게 만든다.. 기상이변 이니 뭐니 해도.. 여전히 계절은 가고 .. 오고.. 계절이 변하는 대 원칙은
아직은 유효한가 보다...
올 가을은.. 뭔가 맥이 풀린 느낌이다.. 힘없는 가을..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가을마저 질긴 더위에 지쳐.. 오긴 왔는데.. 아직 손에 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고.. 동공이 풀린 채로 뻗어 앉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머 그렇다..
가을 특유의 스산함이 부족하고... 아직 채 여름옷을 바꿔입지 않은 사람들의 태도가 그러하고... 여인네들의 노출은 아직 여름의 그 상태
그대로이고... 아무튼.. 가을은 왔는데.. 자네 왔는가?.. 반갑게 먼저 인사하기 뻘쭘함이 남는 요즘의 시기이다... 그냥 응? 쟤.. 가을아냐?
근데 뭐하고 있는거지?.. 하는 느낌... 조용히 가을다운 가을을 기다려 본다...
독서의 계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던데.. 내가 그런건 아니고.. 누가 했는 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말이 있던데.. (있나? 아닌가? ㅡ,.ㅡ?)
생각해 보니.. 그동안 너무 책을 안읽었다.. ㅡ,.ㅡ..
사실.. 책.. 이라는게... 일단 한번 손에 잡으면 그 뒤로는 자연스레 열공하듯 읽어지게 되는데.. 손에 잡는게.. 그게.. 그게 ... 어렵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손에서 책을 안놓는다고... 혹은 밥상머리에 앉아서도 책보고 있다고.. 혼날 만큼 책을 좋아하던 소년이었는데...
언젠가 소년을 벗어난 시점부터.. 책으로부터도 벗어나버린 듯 하다.. 책을 안 읽으니.. 갈수록 아는 건 더 없어지고...
머.. 책 많이 안 읽은 티는 입 꾹닫고 있으면.. 날 리가 없지만서도.. 그냥.. 생각하니.. 스스로가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좀 읽어 이 깡통아~.. 내 안으로부터 외침도 들려오는 것도 같고... 뭐 깡통?.. 깡통...이라.. 안그래도 가을이 되니.. 내 스스로가
빈 깡통같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즈음 이다... 아니 머.. 누구 누구 남들처럼 지식과 지혜로 무겁게 안을 꽉 채운 그런 현자가 되고픈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닌데.. 내가 내 안을 들여다보면 가벼운 솜뭉치로도 꽉 차 있지는 않은 것 같아서.. 내게 뭐라 그러는 사람은 없지만
그냥 나 혼자.. 부끄러워진다.. 책.. 책.... 그렇다고 이게 책 읽어야지. 읽어야돼.. 하고 스트레스가 되면 안되는데... ㅡ,.ㅡ;;;
조만간 가볍게라도 볼 수 있는... 한글로 된 책.. 하나 살펴봐야 겠다..
나이가 많다
그것도 너무 많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광고 카피에 무의식 중에 너무 동의하고 살아왔나 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숫자가 주는 의미와 무게가... 불과하다..라는 간단한 말로 정의 될 수 있는게 아님을 새삼 느끼고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듯이.. 어떤 부분에서는 불과하다...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불과하다.. 라고 가볍게
간과하고 지나가서는 안될.. 그런게 어른의 도리이자.. 사람된 도리이지.. 싶다.. 내 눈 앞에 뜬 내 나이라는 숫자가 겁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저 나이면.. 아주 옛날 같으면 벌써 북망산천 가고도 남았을 나이.. 시대가 좋아져서.. 아직까지 이리 살아가는가 보다..
생각하니... 젠장.. 더 무겁게 느껴지네... ㅡ,.ㅡ
어쨌거나.. 오늘 아침의 단상은.. 나이가 많다.. 너무도 많다.. 이 생각이다... 내 나이가 내게 묻는 것 같다.. "머.. 어쩔 건데?".. 라고...
"영화 거꾸로 흐르는 강물처럼... 지금부터 우리 거꾸로 내려가 볼까?.. 남은 정주행 세월 만큼.. 딱 그만큼만 역주행.. 응?" 나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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