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보고 있는 드라마.. 제주도를 배경으로 1960년대부터 70년대 이후 주인공들의 삶을 그리고 있던데...
보다 보면.. 그 사실적 고증에 깜짝 깜짝 놀라게 되고는 한다..
까맣게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던.. 커다란 괘종시계.. 은빛 반짝이는 자개농.. 그리고 그 시절의 패션까지....
맞다.. 저 때 저런게 있었는데.. 집집마다 하나 쯤은 있었던 커다란 괘종시계가 우리집 거실 한켠에도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잊고 지냈던
지난 날.. 어느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는 했다..
10대 초반 무렵이었을꺼다.. 나는 궁금한게 많았고.. 그 작동원리가 궁금해서.. 집안에 있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나 괘종시계를 분해했었고...
그렇게 재조립에 실패해 고장나 버려진 것들이 부지기수였었다..
다시는 뜯지 말라는 경고에도 궁금함을 못 참아 이내 다시 뜯고... 욕먹고 두들겨 맞고... 그러면서도 다시 원상대로 해 놓으면 되지 뭐..라는
소위 근자감에 쩔어.. 뜯었다가... 수습을 못하는 경우가 정말 비일비재 했었다..
괘종시계를 뜯었던 날은.. 내부에 있던 태엽.. 폭 4~5센치.. 됨직한 빳빳한 강판이 둘둘 말린거더만.. 그게 팽~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풀려 마치 날으는 화살처럼 튕겨져 나왔고.. 아무리 다시 감으려 해도 되지를 않아.. 그렇게 애쓰기를 수 시간...
그 때 우리집 방 한칸을 세들어 살고 있던 서울대 다니는 형님이 귀가 했을 때 그 형님께 부탁해서 같이 수리(?)해 보고자 노력했었으나....
그건... 제 아무리 서울대 다니는 수재 형도 어쩌지를 못했고.. 결국... 시장 다녀오신 엄마한테 한번.. 퇴근해 돌아오신 아버지께 한번...
거한 매타작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굴 닮아 저리 극성 맞은 거냐고.. 엄마와 아버지가 서로를 힐난하며 다투기도 하셨고... ㅡ,.ㅡ;;; 결론은 저거 진짜 어디서 줏어온거 아니냐고...ㅡ,.ㅡ
그 후로도 우리집에선 손목시계부터 TV까지.. 수많은 전자제품들이 내 호기심의 희생양으로 갈려(?) 나갔고... ...
그렇게 꾸준히 매타작을 당하면서도... 세월은 갔다... 매에는 장사 없다는데.. 나는 그 시절 그 모진(?) 매타작을 어떻게 견뎌내고 오늘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다시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로 돌아와... 극 중 주인공 중 하나인 애신의 엄마.. 그리고 그 남편 양관식... 그 두 캐릭터가 그렇게나 인상깊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가 없었다... 고달픈 해녀로서의 삶의 애환... 끝에도 끝까지 하나 남은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 그리고.. 태산같이
굳건하고 듬직한... 그야말로 멋진 남자의 표상 양관식...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남주를 볼 때면 늘 그런 생각이 들고는 했었다.. '그래 모름지기 남자는 저게 남자지... 내가 여자라도 저런 남자라면...'
뭐 ..이런 생각들....
중간 중간 깨알같은 웃음 요소들도 많아서.. 간간히 심심할 때면 챙겨보고 있는데.. 정말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생각은 든다..
근데 희한하게도.. 보다 보니... 문득 그 시절.. 1970년대의 어느 날... 1980년대의 어느 날... .. 그저 바쁘게 살아오면서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 같던.. 그 시절들이.. .. 그립더라구...
가진 것 없고... 가난했고... 가질 수 있는 꿈조차.. 맘대로 꿀 수 없었던.. 정말이지 초라하기 그지 없던 그 시절이.... 심지어 지금보다 백배는 더
불편했고... 천배는 더 불합리하고 불공평하기만 했었던 그 때의 그 세상이...
나이키 신발 하나 갖고 싶어서 몇 날 며칠 졸라대다가.. 얻어 터지고 그나마 월드컵 운동화로 겨우 욕구충족을 해야했던... 서럽던 그 시절이....
그 때는 정말 지긋지긋하게 밉기만 했던 그 시절이.. 그 때보다 훨씬 풍족해지고 편리해진 지금.. 돌아가라면 네~ 하고 흔쾌히 다시 가고픈..그런
추억 속 시절이 되었다..
아.. 극 중 여주가 초등학교 시절.. 반장 부반장 선거에서 있는 집 자식을 반장을 시키려는 부조리한 담임 선생 때문에 투표에 의해 승리하고도
부반장으로 밀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게도 그와 비슷한 경험이 하나 있었어서.. 기억이 새로웠다..
지금도 기억하는 4학년 시절... 지금도 전혀 존경해 하지 않는.. 그 때의 나이 많은 모 담임 여선생이... 학기 초... 반장 선거 날...
투표를 시작하지는 않고.. 길고 장황하게 일장 훈시를 하셨었다...
요는.. 우리반에 누구가 반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둥... 편파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 즉, 후보없이 단독 출마로 누구로 낙첨하려는...
그러한 치사한 작업...
난.. 그 때 뭔 바람이 불었었는지.. 번쩍 손을 들고 나도 입후보 하고 싶다고 말을 했으며... 후보자 발언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어서서
출마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었다.. 물론 발표 중에 담임에게 제지 당해 주저앉혀졌지만....
그래서 투표를 하긴 했는데... 물론.. 나는 반장도..부반장도.. 되지는 못했었다.. 반장은 담임이 밀던 그 아이가 당선되었고.. 부반장은 담임이 지명하는
여자아이로 지정되었으니까....
비록 인기가 없어 선출되지는 못했지만.. 그 보다도... 담임이 편애하는 누구로 거의 일방통행이다시피 반장을 정하려 했던.. 그 때의 기억...
통상.. 후보에 나선 아이들이 교단에 서서 장황하게 건네는 공약을 듣는... 머 그런 재미... 그런 걸 깡그리 무시했던 그 여선생의 처사에 대한
서운함은.. 아직도 내 안에서... 희미하지만.. 파란색.. 반점으로 .... 남아 있다...
그런 경험이.. 극 중 여주의 서러움과 오버랩되면서.. 감정이입 되어.. 지난 날의 기억을 그렇게... 떠올려 왔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저거.. 선생이... 개...시끼네..." 라고...
70년대를 청소년기로 지낸 주인공들과... 그저 어린 소년기로 지낸 나와의 친밀한 접점은.. 어쩌면 아득히 멀지도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어린 소년의 눈으로 보았던.. 그 시절의 희미한 기억들을... 지금은 희미해진... 그 시절의 거리 모습과.. 시장의 모습들을...
TV속 드라마의 한 장면 장면으로.. 보면서.. 왠지.. 나도 모르게 .. 오래 묵혀둔 낡은 사진 앨범 속 한 장면 장면들을 다시 찾아보는 듯한.. 그런
감상에 젖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70년대든... 80년대든... 어느 시대에도 걸출한 시대의 주인공이지 못했던 나는...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이름없는 서민으로 애달픈 삶의 애환을...
또는 그 속에서 작고 반짝이는 삶의 즐거움을 찾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동병상련.. 의 마음으로...
진정한 삶의 행복은... 거창하고 화려한 것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있다... 시대의 주인공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그저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으로서... 어쩌면 그것마저도 평범하게 사수하기 쉽지않은 오늘날... 그렇게 진정한 내 모습을
지켜가면... 그것이.. 내 인생이란 전투에서 내가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전리품..일 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폭싹 속았수다... 극중 주인공들도 폭싹 속았고... 나도 폭싹 속았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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