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 길에 마트에 들러 굴비와 코다리를 샀다.. 오랫만에 코다리 조림이 생각나서...
4마리에 9,900원... 어물전 사장님께 좀 잘라 달라고 부탁을 했고.. "대가리는 어떻게 할까요?" 묻길래
"필요없어요~" 라고 대답을 하자 "네~ 이 것 좀 잘라라 .. 대가리는 아웃~" .. 마침 입가에 마이크를 달고 마트 안이 쩌렁 쩌렁 울리게
"갈치 다섯마리 만원~ 싱싱한 오징어가....." 이런 식으로 방송을 하고 계셨던 터라 "대가리는 아웃" 이라는 말은 고대로 스피커를 타고 흘러 나왔다...
'대가리?.. 음... 머리? 대가리?..' 왠지 그 상황이 웃겨 잠시 생각하다가... 아.. 비속어는 아니구나.. 동물의 머리를 대가리라고 하지... 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 또 다른 생각이 떠올라 잠시 혼돈이 왔다.. 왜 그... 소머리곰탕... ㅡ,.ㅡ .. 소머리곰탕이라고 하지 소대가리곰탕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ㅡ,.ㅡ;;
다시 생각하니.. 동물의 머리를 낮춰 부르는 말이 맞긴 맞구나.... 생각이 들었다.. 근데 또 달리 생각하면.. 생선머리..라고 하는 것 보다는
생선대가리 라고 표현하는게.. 더 자연스럽게 와 닿기는 한다.. 마찬가지로 닭머리 보다는 닭대가리... 음.. 이거 이거..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얕잡아 보고 비하해서 보는 시각이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굳어져 버린 탓일까?..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대가리는 아웃된 절단된 코다리를 다시 봉투에 담아 되돌려 받고... 마트를 나섰다..
계산대에서 장갑을 벗고 결제할 카드를 꺼내며.. 나도 몰래 손이 시려워 호~호~ .. 손가락에 온기를 불었는데..
이 모습을 본 계산대 여사님이 웃으면서 "손이 시려우세요?" ... "아... 네 그러네요^^::" 하자.. 주섬 주섬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특별히 한번 만지게 해드릴께요~" 하며 부직포 핫팩을 건네 오셨다... "아.... ㅎㅎㅎ 그 정도는 아녜요 그치만 감사합니다~" ..
다시 빙그레 웃으면서 주머니에 다시 넣으시고 코다리와 굴비.. 단촐한 계산을 끝마치셨다..
엊그제는 몇가지를 사러 왔다가 나가는 길에 영수증을 보니.. 결제가 누락된 물건이 있어 다시 되돌아와 추가 결제를 했는데...
그 때 계산원 분은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해 왔었고.. 마침 계산 중이던 노령의 누님(?)은.. "아.. 아저씨 양심적인 사람이네.. 복 받을껴~.. " ....
"아..네 감사..합니다.." 뭐 그리 잘한 일도 아닌데 싶어 멋쩍게 인사를 하자... "다른 사람 같으면 그냥 갔을텐데.. 양심적이네.. 복 받을껴~ 복 받을껴~"
외치다시피 큰소리로 말씀하시는 통에 계산대 주위에 있던 몇 몇 사람들이 빵~ 터져 다같이 웃고 말았었다.. 나도 같이 멋쩍기도 하고...
어쨌든 웃으며 마트를 나섰는데...
이런 동네 마트에서는 예전에 시장에서 가끔 접하곤 하던 사람 사는 향기와 인정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가끔은....
오늘날 점점 위축되고 사라져가는 전통시장의 역할은 이처럼 현대화된 마트라는 시장으로 결국에는 대체되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5일장
가본지도 꽤 오래지났네.. 날 따뜻해지면 또 한번 가봐야겠다...
집에 와... 코다리 조림 준비를 하고.. 함께 구입한 굴비를 보니.. 꽁꽁 언 상태로.. 비늘도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 ㅡ,.ㅡ... (아니 머 이런..)
꽁꽁 언 굴비를 잡고 비늘을 벗겨내고... 지느러미를 쳐내고... 하나 하나 굴비 대가리를 잘라 내었다.. 배를 갈라 내장도 꺼내고... (사람이 참..
잔인해..) .. 작업을 끝내고 보니... 20개의 굴비대가리가 씽크대에 소복히 남아 촛점없는 멍한 눈으로 나를 원망스레 쳐다보고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생선대가리 20개가 모여있으니... 분위기가 묘~~ 했다.. 웅성 웅성 시끄러워 보이기도 하고.... ㅡ,.ㅡ
잠시 그렇게 생선대가리들과 마주보며 말없이.. 묵념..... 을 할 수도 없고...
그 때 마침.. TV 뉴스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 어쩌구 저쩌구 ... ~형식을 빌린 계몽 행위였다... 어쩌구 저쩌구....
음... 저것들은 아직도 대다수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구나... 속으로 나는 왠지.. '어리석음을 일깨운다'는 뜻을 가진 계몽이라는
한자어의 선택이 영 껄끄럽고 거북스럽게 다가왔다.. 고발적 르포 형식을 빌린 담화문 내지는 기자회견 등으로.. 실체적 진실을 알리거나..
호소할 수도 있는 방법이야.. 찾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그렇게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마땅할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한 방을 사용하는 충격요법으로써의... 계몽효과.. 였다니...
시..발.. 말이야 방구야.... 나는 내심... 이번 일로 불명예스럽게 실각하거나 타의에 의해 퇴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래의 자리로
복귀가 되어서도.. 그 직을 임기말까지 유지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이미 신뢰를 잃었으므로 복귀 후 자진 하야가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코다리 조림을 하는 와중.. 중간 중간 그 변호사들의 변호 내용을 귀로 들으면서... 대가리 아웃된 코다리에게. ... 그리고 스무마리 굴비들에게
속으로 말했다..
'대가리가 없기는 니들이나 쟤들이나 매한가지라고... ' ...
그리고... 마트에서 스피커를 통해 낭랑히 흘러 나왔던 어물전 사장님의 외침이 다시 떠올라왔다... "대가리는 아웃~~"... 이렇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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