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대로

눈온다..눈...

작성자
vi*****
작성일
2024-11-27 09:51
조회
398

와~ 눈이다~  

뛰어 나온 아이들도 안보이고..  깡총 뛰는 강아지도 없고..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아파트 단지에 심심하게 하얀 눈은 쏟아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오랫만에 보는 펑펑 내리는 눈..   이따금씩은 함박눈이다..   음... 아이들이 안보이니 눈오는 풍경이 이리도 심심할 수가 없다..

이런 날.. 눈 쌓인 스키장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30분을 벌벌 떨었던 기억..   리프트 중간 지상 70m 지점에 묶여 한 시간 가량 오돌오돌 떨었던 기억...  동네 동생뻘 녀석이 던진 눈덩이에 맞아 옷 속으로 들어간 차가운 눈 때문에 꽤나 시원했던(?) 기억... 

어느 추운 겨울날 하얀 눈을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리던 기억...

추위에 얽힌 많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오늘도.. 내일도.. 눈은 올꺼라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서늘한 사무실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다보니..  그 어느 때의 절절 끓던 아랫목이 생각이 난다..  바닥에 한지를 바르고.. 콩기름을 수차례 멕이고...  어느덧 다 마를 때 쯤.. 석유향 가득한 니스를 바르고..   그렇게 맨질맨질 했던 아랫목이 연탄구들장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랐다가는 어느덧 까맣게 탄 듯이 변해버린.. 방바닥..   그 위에는 늘 두꺼운 솜이불이 깔려 있었으며 퇴근하고 돌아오실 아버지를 기다리는 뚜겅 덮힌 밥공기 한사발이 늘 그 뜨거운 바닥 가운데 쯤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때는 보온이 되는 전기밥솥이 없었거덩...  

가끔은 그 뜨거운 아랫목에서 두꺼운 이불을 들쳐 입고..  군밤이며 군고구마를 까먹기도 했다..  겨울의 밤은 유난히 깊었고... 또 길었다...

방바닥을 떠나 선반같은 침대 생활을 한 지가 어언 30년 째에 이르고 보니..   까아만 아랫목으로 손주들을 밀어 넣던 할머니의 모습은..  너무도 희미해져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꽁꽁 언 손을 따뜻한 손으로 붙잡고 그 까만 방바닥 속으로 밀어넣어 주시던..  할머니의 웃음은..  비록 희미하지만 아직은 남아있다..  한 쪽을 불로 데워 열전도를 통해 난방을 하는 연탄 구들장의 특성 상..  까맣게 타는 아랫목이 상석.. 빤질한 노란빛 선명하고 미지근한 윗목은 아랫것들의 자리...  그러나 응당 상석의 주인이어야 할 어르신들은 늘 손주, 손녀에게 상석을 양보하시고 춥지 않으시다며 당신들은 늘 윗목을 차지하고는 하셨었지...   그래서인지 지금 생각나는 방바닥 까만색은.. 따뜻한 정(情)의 색깔..이었다..   까아만 방구들 위에서 까아만 군밤을 까먹고..  까아만 고구마를 벗겨 먹고....   그래서 까맣게 묻은 손도..  방바닥 까만 정이 묻어난 듯...  그렇게 모든 것이 정겨운 모습이었다.. 

초가지붕 둥근박...을 알지 못 할 요즘의 아이들은 마찬가지로..   까아만 구들장 따뜻한 정이 묻어 나는 기이한 현상을 영.. 알지 못할 것이다..  그저 명절이라고.. 무슨 날이라고..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주던 용돈의 기억..  아마도 그 기억을 그래도 나름 정...이라 기억하며..  어느날인가에 그러했던 당신들을 기억하게 될런지 모르겠다.. 

늙을수록 옛 것이 좋고... 젊을수록 요즘 것이 좋고..  그렇겠지..    

그나저나 콩기름 듬뿍 바른 종이장판...  이런거는 요즘 민속촌엘 가도 없지 않나?..  요즘의 민박형 한옥들도 바닥은 장판이나 마루판으로 현대화되었더만... ㅡ,.ㅡ  아..  그 전에.. 그런 구들장 자체가 없지 요즘엔...    음... 쪼매 아쉬운 생각이 들긴 하네...  원래... 따뜻한 한국인의 정은...  그렇게 까맣게 타버린.. 그러나 뜨겁게 펄펄 끓는 아랫목 구들장에서 나오는건데...    춥다며 도망도 못가게 하고 눌러 앉히는 통에 온 엉덩이가 다 익을 정도로 화들짝 뜨거운... 그런 경험을 통해.. 서서히 정에.. 물드는건데...    그래서 그런가 보다.. 당췌 요즘엔.. 정이 없어 정이....  외국인들에게 뭐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 단어가 정... 이라던데..  이제.. 굳이 그러한 노력을 들일 이유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유니콘처럼 관념 속에 남을... fairy tale 같은 그런 이야기로.. 그런 현상 쯤으로 기억 속에 남을테니까... 


그나저나... 아직도 눈은.. 내린다...   마치 이 정없는 세상에의.. 점령군처럼.... 차갑게...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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