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대로

낮술 먹던 아저씨..

작성자
vi*****
작성일
2024-11-04 10:41
조회
535

낚시터를 찾아 가던 길..  낚시터 초입에.. 슈퍼와 낚시용품이라고 빛바랜 글씨가 자그마하게 적혀있는 매점을 찾았다..   요즘은 보기드문 함석 지붕에..  세월에 뿌옇게 흐려진 창살유리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구조..   꽤나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  시멘트로 하얗게 회칠한 외벽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밖에서 볼 땐 환한 조명도 없어 열려있는지 몰랐던 가게 안에는..   허름한 나무 선반을 두고 몇몇 과자며.. 술병 등이 보였고 그 뒷편 나무 선반 위에는 종류가 많지는 않은 몇몇 낚시용품들이 뽀얗게 먼지를 쓰고 앉아 있었다.  아... 지나치게 레트로 한 이 분위기에 머리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던 단어는 '유통기한'...  이었다.  ㅡ,.ㅡ;;;

그건 그렇고 가만히 둘러보다 보니.. 이 곳은 흡사 어릴적 보았던 할아버지의 구멍가게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련하게도...

역시나.. 세월이 느껴지는 공간이니 만큼..  젊고 아리따운 처자가 있을리 만무하고..  중년의 아주머니... 도 없었고..    하얗게 세월을 맞은 흰머리 자욱한 할머님 한 분이 계셨고...   무릎높이 댓평 쯤 될만한 평상에는 비스듬히 걸터 앉은 손님인듯 보이는 어느 아저씨가 김치 한 접시를 앞에 두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흙먼지로 군데 군데 허옇게 바랜 듯 얼룩덜룩한 오래되어 낡아 보이는 청바지.. 그리고 허리 춤엔 무언가 수리할 때 쓰이는 듯한 몇 개의 드라이버 류가 역시 낡은 가죽벨트에 고정되어.. 마치 늙은 군인의 허리춤에 차인 탄피처럼 걸려 있었다..   순간적인 느낌에는 아마도 이곳의 주인장 할머님으로부터 뭔가 수리 의뢰를 받아 고치고난 후..  온 김에 눌러 앉아 낮술을 먹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그런 추측이 들었다..  

들고 나는 손님이 많지는 않은 탓인지.. 어서오라는 말도 뭘 찾냐는 말도 없이 그저 낯선 손님을 자못 궁금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할머님의 눈길이...  그러나 불쾌하지는 않게 부드럽게 내게 와 닿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반쯤 든 소주 잔을 내려놓고..  취기 탓인지 계면쩍게 웃으며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건네 왔다.. "아..  그거.. 여기..서... 잘 안돼..는...데...." ... 말을 하면서 모아 쥔 두 손을 자신의 무릎 사이에 묻고 한쪽으로 고개를 까딱 숙이며 말하는 폼이.. 자신으로서는 상당히 의문이다.. 하는 점을 무언 중에 강력히 어필하는 듯도 느껴졌다..  그러나 어쨌든.. 날 빤히 바라보며 아직도 갸웃한 고개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모습으로 볼 때..  아마도 찌에 맞는 봉돌을 찾기 위해 내 손에 든 낚시찌를 보고 하는 말인 듯...싶었다..    "네?.. 뭐가.. 안된다구요?"

"아.. 그..거...." 라고 말을 잇는 듯 하다가 부끄럽다는 듯 베시시 웃으며 다시 반대편으로 고개를 떨구고 한 손으로는 목덜미를 긁으며 사내는 계속 혼자 웃고 있었다.. 한 두어번 스치듯 긁고 지나가는 손의 제스춰로 보아 가려웠다기 보다는.. 뭔가 쑥쓰러운 상황일 때 나타나는 그 만의 습관인 듯 보였다..  내게 불쑥 말을 건네온 상대에게 관심이 쏠려 유심히 보니... 나 보다 서너살 쯤?.. 더 많을 연배로 보이긴 하는데...  그가 취한 탓인지 약간 풀어진 눈으로 히쭉 웃으며 말을 건넬 때 보이는 듬성 듬성 빠진 치아 때문에...  가만 있을 때보다 웃을 때 더 나이가 많아 보이긴 했다.. 

"네? 아.. 저희 초짜라 잘 몰라요~ 정확히 말씀해 주셔도 되요~" 라며 다시 한번 그의 의중을 묻는데...  뜬금없이.. 그가 주제를 돌렸다.. 

"무궁화 달고 나오셨.. 어.. 요? 아주 그냥 아...주.. 좋으네요.. 좋아보여..요~" 라며 말끝을 흐리는 소리와 함께 또 그 특유의 계면쩍은 웃음을 활짝 웃는다...

"네?...  아..니요~"..  사실 무궁화 달고 나왔느냐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는 못했다..  차라리 별달고 나왔느냐고 묻는 다면.. 아니라고 저 전과자 아니라고 대답을 하겠건만...   무궁화는 뭐고..  또 좋아 보인다는 건 뭘 말씀하시는 건지....  

그저 내 얼굴을 가르키며..  혼자.. "아주.. 좋아요...  아주 멋..져 보여...요.." 라며 알 수 없는 말들만 늘어 놓는다..  

"아니.. 정확히 말씀해 주셔도 돼요.. 이 낚시찌로 여기서 안된다는 말씀인가요?"

재차 묻자..  "아녜...요.. 근데 낚시터...한바퀴 쭈욱 돌아보...시면 아실 수 있을...거에...요~"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살짝 웃으며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하고.. 친구 녀석과 가게를 나섰다 .. 가게를 나와 친구 녀석이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문 앞에 선 주인장 할머니.. 그 옆에 낮술 먹던 아저씨도 따라 나와 또 웃으며 뭐라 하는데.. 술 기운에 뭉개지는 발음 탓에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  

"무궁화 달고 나왔냐.. 가 뭔 소리지?"

"글쎄...  뭐 군발이 출신이냐.. 뭐 그런 소리일까?.. 모르겠네"

"그러게.. 뭐.. 별 달고 나왔냐..전과자냐.. 는 소리도 아닌거 같고..."

"뭘 신경써.. 취한 사람이 하는 말인데"

"그래 그래.. 가자.. 근데.. 여기 낚시터가 민생고다.. 이런 말도 했어"

"민생고?..  민생.. 고?..  뭐 잘 안잡힌다는 소린가??" 

평상에 앉아 낮술 먹던 아저씨와 선문답 같은 알 수 없는 대화들을 주고 받은 묘한 경험이..  머.. 불쾌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그 오래전 할아버지의 구멍가게에서 막걸리를 기울이시던 남루한 옷차림의 동네 할아버지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언젠가 세월이 흘러.. 이 낡은 허름한 가게도.. 사라지고..  평상에 앉아 낮술을 기울이던 저 아저씨도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그 어느 날이면...    그 때는 이 곳에 누가 있어 오가는 낚시꾼들과.. 알 수 없는 선문답을 주고 받을 지....   

어쨌거나... 무궁화 달고 나왔냐는 해석 불가한 수수께끼를 하나 주워듣고.. 답은 몰라도 그저 재밌네.... 라는 느낌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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