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대로

기억과 사진..

작성자
vi*****
작성일
2024-10-29 16:48
조회
1018

나는 살아오면서.. 소위 천재라 할만한 인물을 딱.. 한 사람 만나 본 기억이 있다..  다른 능력은 확인해 보질 못했으나..  그가 말하는 한가지 특이한 사항은 알아 들었고 그것이 그를 비범하게 만드는 능력임을 알았다...  그의 능력은 바로 기억력이었다..  한번 본 것은 잊는 법이 없다고... 그리고 그는 이렇게 설명을 했다.. 그 비범한 기억력은 마치 사진처럼 머리속에 찍히는 듯 하다고..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는 수많은 사진이 들어있다고...  

그 때는.. 아.. 그런가 보다.. 잘 이해는 안되지만 그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지나쳤었는데..   요즘 와서 드는 생각이 사진처럼 머리 속에 찍힌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다..   물론 내가 그와 같은 비범한 기억력을 갖게 되었다는 말은 당근.. 아니고.. ㅡ,.ㅡ.. 

나도 가만히 지난 날을 돌이켜 보거나.. 지난 기억을 떠올려 볼 때...   과거의 어떤 사건이든.. 사람이든...   입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뭔 말인고 하니... 즉, 동영상처럼 머리속에 재상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니까..  인상깊었던 순간도..  인상깊었던 사람도.. 사건도... 그 어떤 순간도... 모두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 장의 사진처럼.. 특정된 장면으로 기억된다는 말이다..  

분명..  3차원의 공간에서.. 시간이라는 요소가 더해진 4차원의 순간을 보냈었다 하더라도..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떠올려보면.. 늘 기억을 담당하는 내 대뇌피질이 자~하고 내어놓는 기억은...  하나의 정지된 영상.. 즉, 사진과 같은 모습이었다는 말이다.. 

가끔 기억에 기억을 더하다보면.. 머리속에 떠오른 사진같은 잔상들 속 인물들이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건 지금 내 눈 앞에 어떤 움직임을 보듯 그런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니라 뚝 뚝 끊기는 정지화면의 연속에 불과할 뿐이었다..  

나의 뇌는 그 어떤 기억도 3차원으로 저장하질 못하고.. 또한 그에 따라 3차원으로 떠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오늘 깨닫게 되었다...   

남는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이...  손에 들고 보는 물리적인 인화지에 국한되지 않는구나... 느끼게 되었다..

사람의 기억도..  사진처럼 평면적인 정보로 수록된다는 사실을....   이거 마치 꽤나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진짜.. 새삼스럽다...


가만히 돌이켜 보니..  머리속에 찍은 사진이 넘겨다 보고 들여다 볼 만큼 장수가 많은 이들도 있는가 하면...    나와 친하네 어쩌네 하면서도..  그저 달랑 한 장의 기억으로만 남는 이들도 숱하게 있다..  

물론, 현실의 사진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 바래고 흐려지고.. 낡아 가듯이..  머리속 사진도 그와 같이 바래고 흐려지고.. 낡아 가는 바...   그저 달랑 한 장의 기억뿐인 이는 더 쉽게 머리속에서 지워질 수도 있겠지만...

사진이라는게...  현상 그 자체의 모습보다도 때로는 그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의미가 더 중요할 수 있듯이..  내 머릿속 사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 하다.. 

어떤 사진은 그야말로 딸랑.. 한 장 뿐인데..  세월이 가도 변색되어지지도..  낡아지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경우도.. 있다...      애써 되새겨봐도.. 굳이 떠오르는 사진이 이제는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들여다 본 내 머릿속 사진첩에서 오랫만에 웃는 얼굴들과 무표정한 얼굴들과 화난 듯한 얼굴들을 보고...   어쩌면 켜켜이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는 듯한 정리의 마음가짐을 느꼈던 듯 하다..   희한하고....   신기하다...  


기억은.. 머릿속 사진으로 남는다..  소리도 없고.. 향기도 없이... 그래서 웃고있는 이는 늘 웃고있고..  표정없는 이는.. 늘 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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